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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중산층
김영환 2008년 09월 26일 (금) 06:44:18
요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으로 사방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강만수 기획경제부 장관은 ‘소수라도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정권의 교체로 경제운용 철학도 바뀌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런 미증유의 논란을 보며 종부세를 ‘헌법처럼 고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자랑한 변호사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 납니다. 그러나 법률가 중의 법률가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종부세는 폐기되고 재산세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종부세 인하 논란을 보며 ‘버블 세븐(거품의 일곱 지역)’이라고 공격했던 전 정권의 핵심 실세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면 기대에 차 있을까 아니면 슬퍼할까 궁금합니다.

어떤 의원과 관료는 20년이 지나면 원본을 완전 잠식해 재산을 몰수하는 것과 같은 종부세는 ‘지속 불가능한 세제’라고 단언했습니다. 종부세(2007년 2.5조원 징수)는 전액을 지방에 교부함으로써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가는 교부금에는 ‘눈물의 종부세’가 섞여 있습니다.

양도소득세가 너무 강하니 집을 팔아도 남는 돈이 없고 그대로 살자니 세금 낼 돈이 없어 큰 집을 전세 주고 작은 집 전세로 옮겨 그 차액으로 종부세를 내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집권자들은 부동산투기라는 괴물을 향해 돌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그 돌멩이는 선의의 중산층에게 피멍이 들게 하고 주거이전의 자유마저 박탈하고 있습니다.

한편 억대 연봉자가 약 7만 명이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종부세 납세자 34.7%가 연소득 4,000만원 이하라는 것도 집 한 채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위 ‘2%의 부자’를 가름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자료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집엔 담보가 있고 대출이 존재할 수 있지요. 때문에 ‘재산세 위의 옥상옥’ 격인 종부세는 부동산세가 아니라 부유세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종부세와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이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안정이라면서 정부 원안대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죠. 정세균 민주당 대표 역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며 종부세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마다 종부세로 중산층을 껴안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기준시가 9억원 정도의 집을 가질 수도 있는 사람일 테고 정세균 대표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결코 6억원 짜리 이상의 집을 가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치권은 세금을 신설하거나 고치기에 앞서 정치 경제 사회학자와 경제 사회 통계를 동원하여 누가 중산층이고 그 자산의 범위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했습니다. 필자 같은 국민이 임무 태만한 정치권을 향해 “당신들이 정의하는 중산층은 누구냐”고 먼저 물어봐야 합니까?

이제 정치인들은 선진화해야 합니다. 표를 의식하여 기회주의적으로 유권자에게 영합하여 목청을 높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산층이고 누가 중산층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주택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자산과 부채, 연간소득을 고려하여 범위를 정하고 과세하는 방법이 합리적입니다. 만약 중산층이 6억원의 집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종부세는 6억원 이상이 아니라 2억~3억원 이하의 집이 되더라도 과세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소득세처럼 평등과 국민개세의 원칙에 따라 집 가진 모든 국민들에게 종부세를 과세하든가요.

종부세 혼란의 큰 원인은 2005년 최초 시행 때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과세대상으로 삼았던 것을 불과 다음 해에 6억원으로 과세 대상을 넓혔다는 데도 있습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종부세의 기준을 낮춘 것은 1년 사이에 납세자들의 집 값이 최저 6억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속죄양을 찾기 위한 화풀이에서 과세 대상이 될 ‘부자’의 수를 늘렸기 때문인가요.

법률은 고무줄이 아닙니다. 변화의 이유는 명료해야 합니다. 이런 정치인들의 변덕에 국민생활의 예측성이 무너집니다. 종부세제 논란은 우리나라 3류 정치의 주먹구구식 후진성을 웅변하면서 오늘날 이렇게 큰 계급투쟁적인 싸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연내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가세하면, 그것이 위헌이든 혹은 합헌으로 판결 나든, 종부세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종부세를 내는 쪽에서 계속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안 내는 쪽에선 결사적으로 유지하려 하니 이 세금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끝나지 않을 이유입니다.

종부세 납세자들은 이런 말도 합니다. “나도 10년간 못한 해외 여행인데 왜 내가 낸 종부세가 엉뚱한 지방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 시찰에 쓰이고, 지자체 기관장들이 3,000CC이상의 관용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이는 데 보태져야 하는가. 우리 동네 지하철은 10년이 다 되도록 공사가 안 끝났는데…”

세금을 더 거둬 국가가 쓰느냐, 감세하여 민간이 더 쓰게 하느냐, 요즘 종부세 전쟁의 기저에는 경제 철학의 전쟁도 함께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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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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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211.XXX.XXX.29)
무엇이 중산층이고 누구가 중산층인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것을 먼저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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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21: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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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새 (211.XXX.XXX.12)
(아래글 계속입니다.) 참, 자유칼럼 회원칼럼에 실리는 글의 기준이 있어 거기 싣기 부적합하다면, 덧글을 하나만 달고 나머지 글은 "게시판"에 쓸 수도 있겠지요. 덧글 말미에 "게시판에 이어짐"을 명시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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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12: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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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새 (211.XXX.XXX.12)
제가 알기로 현존하는 새 중에 날개 길이가 가장 긴 게 나그네 알바트로스입니다. 아래 글을 쓰신 분도 자신의 아이디만큼이나 아는 게 많고 하고 싶은 말씀도 많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칼럼의 덧글칸이 너무 좁아 긴 코멘트를 쓰다보면 아래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차제에 덧글칸을 좀 넓혔으면 합니다. 보다 좋은 건 아래의 필자가 자유칼럼의 회원칼럼난에 의견을 개진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답변달기
2008-09-28 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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