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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다 바꿔 살어!
신아연 2009년 02월 23일 (월) 01:31:28
컴퓨터 관련 일을 업으로 하다가 60을 목전에 두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지인이 있습니다. 아직은 전도사 신분이지만 곧 60 살이 되면 목사 안수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 분과 그리고 아내되는 분은 “지금까지는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서 살았으니 나머지 생은 남을 돕고 내가 받은 것을 주변과 나누며 살고 싶어서 목회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가정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치유와 회복에 여생이 쓰임받기를 원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우리 가족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 중에는 택시 운전을 하다가 목사로 변신, 50이 넘은 나이에 동남아 오지 선교지로 나간 분과, 마찬가지로 택시 운전대를 잡고 생계를 꾸리면서 주일이면 목사의 신분으로 강대상에 서는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도 있습니다.

또 한분은 치과 개업의로 30년을 일하다가 지난 해 말, 60세에 이르자 의사로서의 모든 이력을 접고 호주 원주민 선교지에서 의료봉사로 남은 생을 보내겠다며 오지 내륙을 향해 떠났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이다보니 주변에서 겪고 듣는 일이 대부분 교회 중심이지만 오늘 글의 의도는 신앙적 동기 뿐 아니라 어떤 배경에서건 살 날이 전체 생의 절반 정도 혹은 절반에 못미치게 남은 자들의 여생의 방향이나 소명에 대해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소개드린 분들은 모두 50대에서 60대 초반 무렵에 지금까지 살아온 궤도를 수정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 몰입한 결과 차원높은 인생 대역전을 일궈냈습니다. 물론 각오를 다지고 최종 결심을 한 후 실제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때는 이미 40대부터였을 것입니다.

중년에 임박하거나 한창 통과하고 있는 나이, 혹은 중반 인생을 훌쩍 넘긴 사람들은 저를 포함하여 누구나 전반기의 삶을 돌아봄과 동시에 후반기 삶에 대해 진지하고도 심각한 성찰을 시시때때로 하게 됩니다.

지금껏 살아온 모습 중에서 흑자 결산 뿐 아니라 아무리 끼워 맞춰봐도 적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 맞대면하기 두려워 번번이 외면해 왔던 명백한 실패와 실수, 이제는 포기해도 좋을 헛된 욕망과 기대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여생을 단촐하게 꾸리기 위한 삶의 구조조정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마치 서울을 떠난 열차가 종착역인 부산에 가까워오면 느긋한 심사로 벗어놓았던 양말도 주섬주섬 다시 신고 주전부리로 더부룩해진 뱃속 탓에 끌러놓았던 혁대도 추스려 매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즉 인생의 종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방만하고 무심하게 어지르고 집적대왔던 주변을 정리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40대 후반을 맞은 저 역시 남은 인생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틈날 때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생각을 되작거리다보면 결국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사유의 끝이 다다르게 됩니다.

‘내일 또는 다음의 생, 어느 것이 먼저 올지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는 티베트의 속담도 있듯이, 죽음이란 아무 예고없이 불쑥 찾아온다는 것을 나이들어가면서 더욱 자주 숙고하게 됩니다.

누구나 살아온 모습대로 죽음의 모습을 맞는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큰 일입니다. 지금껏 소소하고 자질구레하게 나쁜 짓도 하고 욕심에 겨워 불만족스럽게 살아온 날이 적지 않으니 그런 질 낮은 삶에 입각한 죽음 또한 두렵고 기괴하게 다가올 거 아닙니까.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화두를 붙잡게 된 것도 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탓입니다. 자신을 위해 산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애쓴 흔적이 없는 백지 세월이 공포스럽기조차 했던 것입니다.

과감하게 이력서를 다시 쓴 위의 분들처럼 ‘바꿔, 다 바꿔’ 살지는 못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던 끝에 저 또한 작은 변화를 꾀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간 움켜쥐기만 했던 삶의 손아귀를 펼쳐, 그 분들처럼 나도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강박에 이르자 평범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과 한 때 거꾸러졌던 제 가정을 돌아볼 때, 동병상련의 힘을 보탤 수 있는 카운슬러가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등록한 2년 과정의 상담대학 첫 강의가 지난 주 시작되었습니다. 혹여 의지가 약해져서 중도에 흐지부지 그만두게 될까 봐 여러분들 앞에 일부러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냅니다. 무사히 공부를 마친 후 상담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시고 따스하게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 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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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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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임 (203.XXX.XXX.136)
아연님의 결단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교육과정 무사히 마치시고 멋진 후반전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멀리서나마 늘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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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0:57:01
0 0
marius (121.XXX.XXX.88)
가고있는 길이 흐밋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 역활을 할 글입니다. 새로은 길을 찾아나서는 신아연님의 용기 만점입니다. 콜롬버스가 지브롤탈 해협을 막 벗어났을 때 확트인 미지의 세계가 그 얼마나 푸르고 시원했겠습니까. 선생님도 그 마음을 갖고 계시지않나 싶습니다. 새로운 것은 자기가 가고싶은 길이기에 재미있고 편안하고 기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다 끝날 때 선생님의 시야도 콜롬버스의 것 처럼 확트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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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09:59:50
0 0
서 소영 (124.XXX.XXX.48)
안녕하세요? 아연씨의 글은 계속 잘 읽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고 있는 것 같구요. 더욱 안정된 나이가 되서인지 환경이 받쳐주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점점 탁월한 글솜씨를 보여주신다고 느꼇왔습니다.
전 운이 좋은 것인지.. 워낙 열심히 몰두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이민온지 6년만에 석사학위를 받고 그것을 이제까지 오년동안 울거 먹으면서..나름대로 괜찮은 연봉을 받고는 있는데(한국에서 살았으면 제가 절대 받을 수 없는?)..
저도 지난 주에 갑자기 그 동안 해볼까 하는 직업에 도전하고자 결심을 했습니다.경력을 인정받아 입학하면 3년만에 파트타임 공부로도 학사와 석사를 동시에 거머 쥘 수 있는(?) 코스인데 저도 오늘 입학 원서를 냈답니다. 안되면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운명이라 생각해야 되겠죠.하지만 만약 운좋게 합격한다면 정말 공부같은 공부를 할 작심입니다! 뜻이 있는데 길이 있고 하늘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아연씨는 반드시 이룰 것이라 생각해요. 자 그럼 우리 서로 행운을 빌면서 축배를 각자 듭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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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2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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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완 (123.XXX.XXX.28)
제 아내가 40대에 학교로 돌아가 영양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영양사가 되고 은퇴하기까지 23년간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늦지 않았나 의심도 들었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이 맞습니다.

더구나 상담은 나이가 좀 들고 사회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분야이고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드시 성공하시리라 믿고 경축드립니다.

이종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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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3:16:37
0 0
libero (211.XXX.XXX.199)
새로운 출발, 아니 개업을 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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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1:26:0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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