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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물린 여자
신아연 2009년 03월 09일 (월) 00:47:23
‘cat bitten lady’.

요즘 들어 얻은 제 별명입니다. 말 그대로 ‘고양이한테 물린 여자’입니다.
두 주 전쯤, 고양이에게 발목을 심하게 물려 일주일 넘게 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에서 저는 ‘cat bitten lady’로 통했습니다.
“cat bitten lady 가 몇 호실에 있지?, cat bitten lady 담당 간호산데요, 피검사 결과는 나왔나요? “ 하는 식이었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렸으면 또 모를까, 속된 말로 ‘쪽팔리게’ 고양이한테 물려 한 열흘 꼼짝을 못했으니 어이없는 별명을 얻고도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온 지가 10개월쯤 되니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도 그 때일 겁니다. 목걸이를 하고 있길래 당연히 주인있는 고양이겠거니 하면서 재미삼아 국멸치 몇 개씩을 집어준 후로 밥때마다 찾아오는 것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봉변을 당하기 전에 처음부터 수상쩍게 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밥을 준 후로 그 녀석은 아예 우리집에 터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베란다 야외 탁자 쿠션에 소복하게 빠진 털이 하루이틀 비비적거린 흔적이 아니었으니까요.

“아마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안 데리고 갔나봐요.”
“퇴근 때마다 보면 단지 입구 첫집 앞에 웅크리고 있던데, 언젠가는 주인이 다시 올 거라는 희망으로 그러고 있는지도 몰라…”
“가엾어라..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쟤는 나중에 우리가 딴 데로 이사가면 누가 밥을 줄까요?”
“들은 얘긴데 고양이는 원래 주인따라 안 간대, 자기 영역 지키느라. 갔다가도 다시 도망쳐 온다는데?”

정이 들면서 본격적으로 고양이밥을 사다 먹이기 시작한 후 남편과 저는 숫제 소설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우리에게 정을 주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도 좀체 경계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손을 대는 시늉만 해도 할퀴려 들고 어쩌다 친해진 것 같다가도 이내 표독스레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저 개와 달리 혼자 도도한 척 구는 고양이 본래의 천성이려니 했습니다.

‘사고’가 난 날은 저녁밥을 주려는데 발치에서 알짱거리던 녀석에게 걸려 넘어질 뻔한 것이 사단이었습니다. 지 소견엔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였는지 순식간에 발목을 물고는 당장 숨통을 끊어놓을 기세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급소를 물어 쥐도 잡고 새도 잡는 모양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고 허망한 일입니다. 비록 밥을 얻어먹을망정, 정 주고 마음 주고 사랑 주지 않은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한테 밥을 주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모질게 대할 게 뭐란 말입니까. 그 길로 응급실로 가 반나절 처치를 하고 , 일주일 넘게 간호사가 왕진을 오고, 통원 치료를 받으러 가고하는 북새통을 떨면서 바야흐로 저는 ‘cat lady’가 되어갔던 것입니다.

정식 학명은 모르겠고 그냥 불리는 이름이 ‘fighting fish’ 라는 관상어가 있습니다. 크기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밖에 안 되는데 한 데 넣어놓으면 한 마리만 남을 때까지 죽어라 물어뜯고 싸우는 습성이 있어서 따로따로 길러야 하는 물고기입니다. 여북하면 이름조차 ‘파이팅 피시 ’겠습니까. 애들이 어렸을 때 두 마리를 사다가 각각 다른 어항에 넣어 기르면서 장난 삼아 어항끼리 붙여 놓기만 해도 두터운 이중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려보며 당장 싸울 태세부터 취합니다. 붉고 푸른 원색의 앙증맞고 선명한 몸색도 그때는 몸전체가 울긋불긋한 호전적 깃발일 뿐입니다.

저를 문 고양이 때문에 파이팅 피시 생각이 났지만, 두 놈들의 공통점은 그 못말릴 ‘까칠한 성정’ 때문에 ‘왕따’를 자초한다는 점입니다. 지 성질 못참아서 적막한 어항을 홀로 떠다녀야 하는 꼬락서니나 사랑을 사랑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그마니 외로울 수밖에 없는 처지나 깝깝하고 처연하기는 둘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지요, 상처입은 짐승처럼 웅크린 채 자기 속에만 침잠해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어느 순간에 가시를 돋울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하는. 깊은 우울과 자폐의 고통을 스스로는 즐기면서 수시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관심을 끄는. 무조건 의심하고 경계심부터 품고 보는.

오늘도 고양이는 밥을 먹으러 옵니다. 더 이상 밥을 주고 안 주고를 떠나 ‘배은망덕’을 논할 상대도 못되니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로 치부하면 될 테지요. 그런데도 마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관계처럼 ‘너와 내’가 이제는 무연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에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보고,주변에서는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냐며 '너 또한 못 말릴 화상'이라고 핀잔을 주고 있습니다.

   




신 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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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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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알바트로스 (210.XXX.XXX.142)
부끄러운 줄 아시요...당신의 무식함과 편협함,박제품 같은 구시대적 발상은 바로 이 나라 이 민족이 세계 유일의 단일 민족 분단국으로 60 여 년이나 고통과 수치스러움을 감내해온 근본 원인일 뿐이요..김정일과 그 체제하의 처절한 우리 동족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수출 대한민국의 통일과 번영만 추구한다면 당신같은 잘못된 박제품들은 이 민족의 계륵이자 걸림돌에 불과함을 명심하시요. 내 자식에게 항상 말합니다. "내 나이 전후의 세대가 죽어 없어져야 이 민족의 슬픈 숙제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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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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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소영 (124.XXX.XXX.70)
몇 년 전에 저희 집에서도 고양이를 키웠었는데 불치병이라 진단 받은 지 일주일만에 그 고통을 배려해서 안락사시킨 기억이 나네요.이름은 TJ였는데 너무도 서운해 화장해서..지금은 예쁜 상자에 담겨 우리 집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답니다..전에 호주인 집에 가보면 가끔 사랑하는 사람들을 화장해서 사기 병에 담아 거실에 놓아 둔 것을 처음 봤을 때, 그야말로 스산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답니다.

저 역시 그 고양이가 아연씨를 문 것이 이제까지 받은 상처가 커서 자기 방어에서 나온 과격한 행동같아요..왠지는 몰라도 호주의 동물들은 거의 참으로 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낯선 사람에게도 공격적이지 않아 공원에서 새로 만난 동물들과도 쉽게 인사할 수 있거든요..

상담 공부와 연결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크게 상처 받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 줄 수 있을 까...전 학부는 한국에서 심리학과를 나와 이곳에서 이민 초기 심리학자가 되보려고 심리학과 편입을 했었는데 한 두달 해보다 포기했습니다. 의대와 비슷할 만큼의 해부학과 인지학등을 해야 해서 그 당시 하루에 7시간을 공부했었는데도 앞이 안보이더군요..또 하나는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같이 아퍼하는 공감,empathy능력이 저는 많이 모자라다는 것을 느꼇거든요..

빨리 쾌유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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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1 06:23:40
0 0
권 대우 (123.XXX.XXX.28)
안녕하세요.



생면부지의 사람이 이렇게 불쑥 허락도 없이 메일을 보내는 점 넓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양이에 물린 여자란 글을 읽고 문득 우리나라가 지금 쳐한 상황과 연상이 되어

이 글을 드립니다.



지난 10여년간 굶어 죽어가는 동포가 불쌍하다고 먹을것 주고 돈주고 했드니

전쟁위협으로 대하는 북한이 마치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노벨 평화상에 욕심이난 것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는 한 늙은 정치가의 노욕이

햇빛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헌법을 초월하는 통치권이란 미명으로 국민들 몰개

엄청난 돈을 불법적으로 송금해서 마치 굶어 죽어가는 공양이에게 생기, 아니 부러진 송곳니를

임프란트해준 결과가 되었는대도 그 노인은 아직도 이명박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이명박 타도해야한다고

은근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린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아직도 선생님의 영향하에 있는 민주당은 걸핏하면 "그럼 전쟁하잔 말이냐?"고 하면서

사사건건 정부의 정책이나 법제정을 그야말고 목숨걸고 저지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전쟁이 난다고 국민들에게 공갈을 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수년간 소위 말하는 민주투사들의 집권동안 순치된 국민들은 턱앞에 다가온 위험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되어버렸고, 젊은 세대들은 어느사이 세뇌가 되어 미국이 우리의 제일 큰 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테러리스트같은 자들을 보고

대한 민국에 첫 노벨 평화상 수상의영광을 안겨준 그 선생임께서는 "양식있는 지도자"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대한 민국가 양식이 있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노인이 역설적으로

알려주는것 같습니다.



아무튼 선생님에게 생명을 부어 넣어준 그 80수년전 그 어느날의 한 순간이 김일성민족에게는 축복인지 몰라도

대한민국에는 재앙이될 것같습니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럼 건투를 빕니다.



대한민국 건국과 동시에 태어나서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권 대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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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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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123.XXX.XXX.28)
고양이에게 물린 얘기를 자미 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11년 전에 중국에 처음 와서 북경에서 사업을 한다는 한국 사람을 만나 그의 회사를 돕는다고 십만6500 불을 투자했는데 완전히 사기를 당해 한푼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철저한 배은망덕이지요. 한국 전쟁 때 미국 때문에 우리가 공산주의 침략에서 살아 남았지만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국을 원수처럼 여깁니다. 그야말로 배은망덕이지요. 배은망덕 이란 말이 거냥 생긴것이 아닙니다. 미국을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심지어는 원정 출산까지 가니 어이 없는 배은망덕 입니다. 신 선생님을 문 고양이보다 나을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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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0:44:27
0 0
이무석 (123.XXX.XXX.28)
착한 분을 공격하다니 못된 고양이 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이런 분들을 많이 봅니다.
경계심 때문에, 자기 분노 때문에 선한 이웃도 적대시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다가 정신분열도 옵니다. 자폐증입니다.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 자기 방어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어에도 실패하면 정신병이 됩니다.
안심시켜주는 좋은 치료자를 만나면 봄이 오듯이 치료 됩니다. 그런데 그런 분 만나기가 쉽지가 않지요.

고양이 놈 두고 두고 후회할 겁니다. 나의 환자들 처럼 좋은 치료자를 또 쫓아 버리네요.

좋은 글 입니다.
참 재미있고 맛있게 쓰십니다.
이렇게 쓰기 힘든 겁니다.
감사하며...

전남의대 정신과, 이무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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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0: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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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임 (203.XXX.XXX.136)
버려진 고양이를 거뒀건만 그런 일을 당했군요?
그나저나 상처는 괜찮은지....?
애완동물이라는 게 말이 통하는 게 아니니 섭섭한 맘을 전할 길도 없고....
암튼 상처가 덧나지않길 바랍니다.
그렇게 물어놓고도 또 밥먹으러 찾아든다니....참.
쫓아낼 수 도 없고~~~다시 친해질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암튼 다신 그런 일 없도록 조심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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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3: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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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121.XXX.XXX.134)
저도 애완견한테 몇번 물렸습니다. 지금은 그 개들이 우리 집을 떠났습니다. 그 일로 보낸 것은 아닙니다. 처음 물릴 땐 다시는 안쳐다본다 나혼자 맹세했건만 한 집에 살다보니 조심은 되지만 또 속는다 하고 같이 지났습니다. 잊을 번하면 또.... 지금 있는 개도 이따금 깨살을 부립니다. '앙' 하고 무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왜 그런가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많은 경우 나는 안그러는데 개 자기는 위협을 받는다 싶을 때 물려고 하더라구요. 그 담부터 지 싫어하는 짓은 절대 안하고 조심하고 일종의 평화협정을 맺고서는 지금은 늘 조용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침판지와 평생을 함께 한 여성 분의 자서전을 읽고 많은 참조가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일로 억수로 놀라고 속상하고 실망하셨겠습니다. 저야 병원 갈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개를 크게 원망할 것도 없지만 응급실에 가실 정도니 아프신 상처가 어떨지 짐작이 됩니다. 심성이 고운 신아연 선생님이신지라 그 정도 하고 넘어가시지 나 같으면 절대 가만 있질 않았을겁니다. 멀어서 병문안도 못가고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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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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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211.XXX.XXX.199)
'못말릴 까칠한 성정'. 그게 그 놈이 이 세상을 버티는 힘이요 근거인지도 모르겠군요. 서글픈 일이지만. 그 녀석을 버리고 떠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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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3:06:2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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