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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아십니까?
최병상 2009년 03월 16일 (월) 00:57:22
구리 마을을 바라보면 단숨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마을 어귀 낮은 언덕은 동백숲이 장관이었고 빨대 하나면 고픈 배를 채워주던 꿀밭이 있었습니다. 빠알간 꽃잎 속의 노오란 꽃술 가운데 빨대를 대고 빨면 쪼~옥 소리가 날 정도로 동백꿀이 넘쳤습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강변의 칼바위, 범바위로 갔습니다. 농익어 떨어지는 산딸기 천지에서 정신없이 따 먹다가 천연 립스틱을 바른 서로의 입술을 보며 까르르 웃곤 하였습니다. 유난히 살빛이 하얗던 종순이, 늘씬한 순례, 노래 잘하던 삼선이도 이 마을에 살았습니다.

이런 그림 같은 마을에 14호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는데 이제는 달랑 두 집 남았습니다. 한 집은 내외간, 다른 한 집은 홀아비 혼자 삽니다. 그나마 내일모레 팔순을 바라보는 70대 종반의 노인네들입니다. 구전에 의하면 한 때는 300여 호가 넘게 살았고 시비를 가리는 관아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뱃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시절이었겠지요. 그래서 영산강변의 구리 마을이 우리 학산리에서 제일 먼저 터를 잡았고 그 다음이 산음 마을인데 40호에서 이제 네 집 남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양지바른 신학동 마을은 16호인데 지난해 가을에 혼자 살던 봉암댁이 돌아가셔서 15호로 줄었고 빈 집은 두 집으로 늘었습니다. 홀로 사는 분들이 네 집이나 되니 빈 집은 조만간 더 늘어날 것입니다. 아기 울음소리는 들어본지 오래고, 제가 다니던 몽탄북초등학교는 800명이 넘었었는데 지금은 달랑 19명뿐이어서 올 들어 몽탄초등학교로 통폐합되는 바람에 모교를 잃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고, 우리 농민의 실상이고, 우리 농업의 현주소입니다.

지난 1월 29일 청와대에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열려 기업들에게 농업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빈사 상태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소가 웃을 일입니다.

농업회사법인의 민간자본 75%, 농업인 의무출자25% 지분율도 모자라 민간자본의 무제한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51% 대 49%로 농민 지분율을 늘여야 함에도 거꾸로 가고 있는 꼬락서니가 어쩌면 4대강 죽이는 토목사업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억지와 일맥상통 합니다. 양돈 500두, 양계 5만수로 규제하던 기업축산 제한도 풀어버리고 펀드의 기준 수익률 7%도 완화해서 정책지원시스템을 시장지향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실망입니다. 부도덕하지만 경제만은 살리겠지 하며 물욕에 신들려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토막내다 못해 가루를 내고 있으니 어이할까요? 농업에 대한 관점이 이리도 천박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경찰이나 군인은 경제적 관점에선 제로입니다. 그들은 곡식 한 알 연필 한 자루 만들지 않고 꼬박꼬박 국민 세금만 축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없앨까요? 저렴하고 용맹스런 외국용병을 기용할까요? 안됩니다. 어떻게 치안과 국방을 경제적 관점이나 경쟁력만을 따져 취사선택한단 말입니까?

식량안보는 치안보다 국방보다 우선하는 안보입니다. 먹지 못하는 경찰, 먹지 못하는 군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업을 경쟁산업으로 분류하고 농업전문가인 농민에게서 농업을 빼앗아 기업에게 맡긴다고요? 무식이 하늘을 찌릅니다. 농업이 제공하는 홍수 조절, 대기 정화, 수질 정화, 지하수 공급, 습도 조절, 조수먹이 공급, 토양유실 억제, 정서 함양 등의 비교역적 기능은 타 산업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막대한 부가가치입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농업총생산액의 몇 배에 이를 것입니다. 그래서 농업은 전략산업이고 생명산업이고 기본산업이고 필수산업이며 경쟁 산업이 아닌 보호 산업입니다!

봉건시대에도 지켜졌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신이 내린 원칙입니다. 농업은 농사가 유일한 생계수단인 농민의 몫입니다. 기업프렌들리를 농업에까지 적용한다면 농촌의 몰락은 가속화 되고 실업자는 양산될 것이며 식량전쟁을 부를 것입니다. 38선의 분단이 6·25전쟁을 예약했듯이 말입니다.


   최 병상씨는 한국기독교농민회 총연합회 사무국장과 3대 지방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고향인 전남 무안군 몽탄면 학산리에서 쌀농사를 하며 꿀벌을 치는 농업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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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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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giant (59.XXX.XXX.167)
현실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각은 외면받고 정치적으로나 감각적으로 포장된 주장들만 판치고 있네요..벤처 농업을 주장하는 민승규 박사 같은 사람은 정말 농업현실과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분입니다. 정말 천박한 기업 논리로 농업을 평가하는 사이비 농업전문가들이 문제입니다.
농업이 벤처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만, 농업이란 산업 자체가 벤처화 한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발상입니다.
모든 산업은 고유의 정신과 생명력과 원칙이 있습니다.
농업은 특히나 그 고유성이 아주 중요한 산업입니다. 교환가치를 중심으로 돈으로 치환되는 산업경제에서 농산물의 판매만으로 농업적 가치를 치환하는 천박한 경제 논리로는 농업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농업은 도시의 생명줄입니다.
기업이 농업에 주인이 되는 순간, 농민도 죽고 도시도 죽습니다.
식품산업에 투자한 대기업이 우리 식품산업을 공해산업이자 위해 식품산업으로 변환시킨 사실이 요즘 다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카린 밀수 기업이 CJ 로 국내 식품산업의 맹주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유산균의 보고, 단백질 덩어리 우리 한국인 건강이 핵심임 된장을 밀가루와 식품첨가물로 버무린 가짜 된장으로 바꿔 국민 건강은 해치고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농업에 자본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사욕에 물든 재벌 독점자본이 아닌 공적 자본이 필요한 것입니다.
공적자본은 ..
농촌과 공생해야 하는 도시와 기업들의 부당이득에서 출연되어야 합니다.
무역개방해서 돈버는 이 따로 있고 피보는 사람 따로 있으면 안되죠..
무역개방으로 자동차, 전자제품 팔아서 돈 번 기업은 그로인해 피해를 받는 농촌에 이로 인한 수익의 대부분을 농촌에 출연해야 합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논리가 전혀 안통하는 사회..
우리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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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1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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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저버 (211.XXX.XXX.45)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 같은 사람에게 농촌의 현실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달기
2009-03-16 13: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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