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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스펙트럼
김희승 2009년 03월 24일 (화) 15:17:07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인성은 대체로 좋은 인성을 말합니다. 좀 더 깊이 고찰해 보면 인성의 범위는 성스러운 신의 경지에서부터 동물적인 수성(獸性), 그리고 그 이하의 ‘폭성(暴性)’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성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연속성(Continuity property)을 나타내는 인성의 스펙트럼(Spectrum)으로 고찰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신의 경지를 보여준 성인(聖人)은 인류에 흔하지는 않지만 적잖이 존재해 왔습니다. 인성 스펙트럼의 최좌측에 위치하는 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성의 스펙트럼을 따라 선한 쪽에서 악한 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중간에 수성(獸性)이 놓일 것입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수성은 인간의 가장 나쁜 인성을 일컫는데, 이는 옳은 견해가 아닐 듯싶습니다. 수심은 동물의 야수성을 말하며, 야수성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하급 동물을 잡아먹을 때의 무서운 성질로 이해됩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하급 동물을 먹을 만큼만 해치고 그 이상은 해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성의 포악함은 그 정도를 초월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해칠 만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패악한 만행으로 나타나기 일쑤입니다.

연쇄 살인범들은 우발적이거나 불가피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유희적인 대상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악랄한 인성을 보입니다. 연약한 여성을 성노리개로 삼다 못해 스릴과 재미를 위해서 연쇄적으로 도살하는 행태에서 수성보다 더 악한 난폭성이 관찰됩니다. 수성보다 훨씬 더 악한 인성, 이를 ‘폭성’이라고 부릅시다.

지구상에는 그 정도가 심한 폭성도 발견됩니다. 북한의 수용소 살인집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만행에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탈북자 수기 참조)

술좌석에서 말실수로 지배층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혹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서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남한의 TV나 라디오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당국은 죄 없는 인민을 수용소로 보낸다고 합니다. 당사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문도 모르는 그 가족 전체를 보냅니다.

한 끼에 강냉이 몇 알이 죄수들의 식량입니다. 수용소 수감 몇 달 만에 피골이 상접한 처참한 몰골로 변합니다. 태반이 서너 달 만에 죽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혹독한 노동을 강요 당합니다. 죄수들은 기운이 없는고로 무릎으로 기면서 일을 합니다. 이들은 요덕수용소와 같은 산골 경사지에 옥수수를 재배합니다. 무릎으로 기면서 인분을 바가지에 퍼 나른답니다. 무릎이 발바닥처럼 굳기 전까지 피가 나는 고통을 견디어야 합니다. 이렇게 비참한 형벌을 가하는 인간의 폭성, 그것은 인성 스펙트럼에서 수성보다 훨씬 더 악한 쪽(오른 쪽)을 차지할 것입니다.

무릎으로 간신히 기어가고 있는 해골 모습의 죄수 뒤쪽에 수용소 소장이 나타났습니다. 수용소 소장은 느닷없이 각목으로 죄수의 뒤통수를 내리쳤습니다. 죄수가 놀라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섰는데, 소장은 죄수의 면상을 큰 돌로 찍었습니다. 죄수는 즉사했습니다. 소장은 유유히 손을 털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이유도 없이 유희적으로 처참한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의 흉포한 폭성, 이것은 더 악한 쪽의 인성 스펙트럼에 자리잡을 것입니다.

어떤 수용소 죄수가 견디다 못해 수용소 철망을 넘어 사라졌습니다. 10분마다의 인원 점검에서 결원이 발견되고, 즉시 군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급기야 그 죄수는 잡혔습니다. 수용소 보위대원들은 그 죄수를 트럭에 매달고 십여 리를 끌고 왔습니다. 그 죄수의 등과 뒤통수의 살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피투성이였습니다. 보위대원들은 도망치는 자는 이런 식으로 한다며 그 죄수의 다리를 분질렀습니다. 얼마 후 나무에 매달고 총살했습니다. 인간의 악독한 폭성, 이는 더욱 더 악한 쪽으로 기울 것입니다.

더욱 심한 폭성이 있습니다. 어느 중학교 1년생의 탈북자수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김일성대학의 교수였고 어머니는 김정숙대학에서 가르쳤습니다. 누나는 평양의 예술학교에서 음악을 배웠습니다. 배우처럼 예뻐서 주위의 칭송을 들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이 가족이 수용소에 잡혀 들어왔습니다. 연일연야 고문이 자행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나무에 매단 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도 없이 내리쳐서 머리가 다 빠지고 퉁퉁 부어 피투성이 상태였습니다. 그 죄수의 면전에서 그 아내와 딸을 발가벗기고 겨울 추위에 얼음이 언 광차의 물속에 집어넣기도 하고, 구둣발로 성기를 밟아 피투성이로 짓이겨 놓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딸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다리 하나씩 거꾸로 묶어 놓고 보위부원 중 하나가 강간을 저지르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는 수십 번 실신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풀린 틈을 타서 보위부원의 단검에 달려들어 자신의 몸 깊숙이 찔렀습니다. 얼마나 세게 찔렀는지 단검집째 몸속으로 박혔고, 후송 도중에 죽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후 기회를 잡아 변소에서 변을 세 사발 먹고 죽었습니다. 딸은 동생과 마주 앉아 울면서 몇 달을 지냈습니다. 감자밭에 나가 노동을 하던 틈을 타서, 감자 싹(독)과 흙을 입속으로 쑤셔 넣어 죽고 말았습니다. 인간으로서 갈 수 있는 마지막 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 말종의 천인공노(天人共怒)할 폭성, 인성 스펙트럼의 가장 악한 쪽(최우측)에 놓여 마땅합니다.

이런 북한 살인집단의 만행은 만천하에 공개하여 규탄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정권과 정략의 이유로 이런 이야기들은 묻혀 있습니다. 중세시대의 군주가 이런 만행을 보고 받았다면, 즉각 십자군을 일으켜 저 포악한 무리를 섬멸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이 나라의 수장은 이러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인공노할 만행을 묵과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성 또한 인성 스펙트럼의 오른쪽에 놓일 것입니다.

인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넓게 분포되어 있고, 세상에 고삐가 풀릴수록 오른쪽으로 더 넓게 분포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서울대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학사, 계산학 석사, 미국 Texas A&M 대학교 전자공학 박사다. <영상인식>, <인공지능과 그 응용>, <PC 어셈블리어>, <Visual Basic>, <미국, 풍요와 탐욕의 두 거울>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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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스 (211.XXX.XXX.194)
스쳐가는 길에 필자께서 남기신 인성스펙트럼을 읽었습니다.
인문학인가 소설인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읽은 글은 결국 슬픔으로 다가 오는 군요.

이런 우화를 지어 내었지요.
어떤 양이 있었는데 길을 가다가 사자의 탈을 줍습니다. 사자의 탈을 쓴 양은 다른 양들이 무서워하자 한동안 더욱 사자의 품성을 즐겼지요.

그렇제 사자의 품성을 즐긴 얼마후
양은 강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탈을 벗었습니다.

탈을 벗은 양은 이제 난 양이니까 양의 품성을 되살려야지라고 하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양은 예전의 양이 아니었습니다.
탈을 벗어 이전의 양의 외양은 찾았으나, 악행을 저지런 사자의 품성은 이미 자신의 깊은 곳에 도사리고 앉아 이전의 착한 양의 품성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아마 지금 악행을 저지러고 있는 북쪽의 금수들도 태어날 때부터 폭성을 지니진 않았겠죠?

금수들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필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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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8: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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