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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 <제주 ‘오름 10選’>
2009년 04월07일 (화) / 서재철
 
 
제주도의 오름 360개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두말없이 ‘다랑쉬’를 추천하겠습니다. 다랑쉬는 제주 오름의 여왕입니다. 높기도 하거니와 그 균제미(均齊美)가 매혹적입니다.
제주도 동북 지역 구좌읍 일대는 오름 왕국입니다. 각양각색의 오름이 솟아 있습니다. 나무군락지로 유명한 비자림 남동쪽 1km 거리에 우뚝 솟은 매끈한 산체가 있는데, 이 산이 바로 ‘다랑쉬’입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이 산에 매료되어 자주 올랐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다랑쉬’를 내려다 본 적이 있습니다. 분화구에서 당장이라도 거대한 불덩이를 토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름이란 다 화산의 흔적들이야
기생화산이라고
살아서는 불을 토하고 죽어서는 바람을 토하는 분화구”

시인 이생진씨가 쓴 ‘불과 같은 사랑’이란 시의 한 구절입니다.
바로 다랑쉬 오름에서의 상념을 노래한 것입니다.

다랑쉬의 모습을 보면 평원 위에 누군가 일부러 세워놓은 듯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제주도의 창조여신 설문대 할망(할머니)은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흙을 운반하던 중 치마폭에서 조금씩 떨어진 흙이 오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랑쉬는 해발 382m(산밑에서 정상까지의 높이는 227m)이고 밑지름이 1,000m쯤 됩니다. 제주 오름 중에서 가장 균형이 잡힌 원추형입니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오르든 가파른 비탈을 걸어야 합니다.

이 오름을 오르려면 힘이 듭니다. 숨이 찹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감탄스럽습니다. 꼭대기에 올라서는 순간 크고 깊은 산정 화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 순간은 어느 오름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감동을 느낄 것입니다. 그 분화구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옛날 불길을 내뿜었던 저 깊은 심연으로 끌리듯 빨려 들어가는 야릇한 기분에 사로잡힌답니다.

분화구의 지름은 300m이고 깊이는 정상에서 115m입니다. 제주도내 오름의 분화구 깊이를 조사한 국립지리원에 의하면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같습니다. 제주도 분화구 중에 가장 깊은 곳은 산굼부리이며 132m입니다. 분화구 주위를 걸으면 마치 다랑쉬 오름이 빈 표주박 같이 느껴집니다.

‘다랑쉬’의 이름 유래는 정확히 모릅니다. 학자들은 달과 관련된 이름이 아닐까 하고 추정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자를 빌려 ‘月朗峰’으로 표기했습니다. 이 오름 남동쪽에는 산간마을이 있었지만 4·3사건 때 폐허가 됐습니다. 근래 산허리에 있는 다랑쉬 동굴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4·3사건 민간인 희생자 유해 10여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 오면 한번 다랑쉬 정상에 서보기를 권합니다. 전혀 다른 제주 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다랑쉬 등산은 어느 때고 좋지만 아침과 저녁이 더욱 좋습니다. 아침 일찍 올라가면 바다의 일출 광경이나 분화구 안으로 구름이 휘감아 도는 장관을 볼 때가 많습니다. 또 해질녘에 한라산으로 넘어가는 황혼도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전체칼럼의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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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99.XXX.XXX.163)
2009-05-14 04:49:31
고혹적인 다랑쉬!!
우아~~

넘 장관이며 환상적인 장면입니다.
아름다운 제주를 훌륭하게 표현하시는.....
이중근
(203.XXX.XXX.2)
2009-04-07 20:27:14
아, 다랑쉬......
다랑쉬 오름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오름이 장엄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오늘이 그렇습니다. 저의 고향 안덕면 서광리의 남숭이 오름(남송악)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요샌 오설록과 함께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곳이죠? 어릴 적 괜히 놀러 갔다가 헉헉대며 오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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