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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법 사이
김영환 2009년 05월 22일 (금) 09:07:45

세상이 또 시끄럽습니다. 박연차 노무현 등으로 시끄럽더니 요즘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판사들의 잇단 회의와 이를 지지하는 듯한 박시환 대법관의 발언으로 시끄럽습니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法諺)과는 달리 요즘 판사들은 행동으로도 말하나 봅니다. 그렇다고 뚜렷하게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회의만 하니… 국민들은 뉴스를 보고서야 짐작할 뿐입니다. 이러다간 자칫 ‘전국판사연합’ 같은 사회단체라도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촛불시위에 대한 재판을 빨리 하라고 촉구하는 등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여러 달 뒤에 언론에 흘려지면서 논란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재판행정에 대한 지침 시달인지 아니면 재판에 간여한 사안인지, 부적절한 처신의 도덕 문제인지 아니면 실정법 위반의 문제인지는 법률 전문가인 판사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요.

이용훈 대법원장과 함께 ‘노무현 코드’로 일컬어지는 박 대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 대법관의 헌법위반이라고 했답니다. 정치권의 도움으로 탄핵으로 끌고 가려는 수순일지 모르지만 그러다간 자신도 탄핵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언론은 점치고 있습니다.

보도된 판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왕왕 있었죠. 어느 판사는 촛불시위 재판에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나도 시민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라며 촛불시위에 가담하고 싶었다는 의중을 피고에게 피력했다지요. ‘구속돼 마음이 아프다, (촛불시위가)목적이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등의 발언도 했답니다. 웃기는 세상입니다.

야간시위는 적법하다며 집시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그는 연초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가 태평성대에 살고 있는 ‘신인류’ 같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사회가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듭니다. 그는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1.21 청와대 습격기도로 종로경찰서장이 전사한 사건이 발생한지 아홉 달 뒤에 태어났습니다. 야간집회에 대한 이 사회의 취약성은 다양하죠.

모든 직종이 시위하는 프랑스 같은 경우 판사들이 거리에서 명쾌한 주장으로 시위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판사들은 모여서 회의는 하는데 명석한 두뇌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국민들은 잘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요즘 판사들도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당혹해 할 것입니다. 회의하는 일부 판사들의 속마음에선 신 대법관이 제 발로 물러나주길 바라겠죠. 헌법이 보장하는 대법관의 임기를 두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걸 잘 알 테니까. 그러니 의사표시의 절차도 방법도, 내용도 그의 사퇴를 촉구할 것인지, 아니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낼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떼법’ 표현이 나오나 봅니다.

신 대법관에게 위법행위가 있다면 사법적 소추 절차를 밟으면 되겠지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대법원장의 엄중경고도 내려졌으니 정치권이라는 ‘외세’ 의 개입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예속을 가져올 혼란은 유발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벌써 야권 일부에서 노골적으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법관들이 법을 위반했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의원직을 자진사퇴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들먹거리는 판에 판사들마저 웅성거리면 우리 사회의 불안은 증폭될 것입니다. 아직도 이 사회를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광우병 촛불시위의 여진이 계속된다는 것이니까요. 그 결과 남는 것은 사회의 찢어짐과 경제에의 악영향뿐입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정부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다시 준(準) 외환위기가 찾아 들어 우리나라가 휘청댄 게 아닌가요?

처음에 오락가락하던 대법원장은 요즘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견해에 따라서는 하극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법관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이제는 단호하게 판단해야 할 자리에 있는 분이죠.

기자들의 질문을 귓전에 팽개치고 녹색성장이 지구적 화두인 시대에 에쿠스 4.5에 호리호리한 몸을 싣고 법원을 나가는 뉴스 속의 모습을 보면 씁쓸해 집니다. 어디나 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어른’의 부재를 실감케 하고 있으니까요. 전 사회가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두 패로 갈려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할까요?

최근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깨고 대법에서 확정, 집행된 판결을 재심하는 잇달아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시대의 ‘사법적 타살’에 대해 사법부 전체가 통렬하게 반성한 적이 있나요? 이런 오욕의 과거는 외압이 있었건 없었건 사법부가 시류에 휩쓸렸던 데 원인이 있을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사법 포퓰리즘적인 재단(裁斷)은 없는 것인지 누구를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 전체가 먼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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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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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15.XXX.XXX.230)
법관은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가지고 재판을 통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지, 집단행동으로 정의를 말할 수는 없다.-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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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3 23: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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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8)
박 판사님의 말씀중 " 더 가진 사람에게 더 주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덜 가지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나의 평소 생각이 맞지 않아 더 이상 공직에 있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 라는 이 말씀에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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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23: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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