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임철순 담연칼럼
     
휴대폰 수다왕국
임철순 2009년 06월 15일 (월) 08:55:19

이런 휴대폰 유머 아시지요? 어떤 사람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그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진지하게 큰 일을 보고 있는데, 옆 칸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무안하게시리 큰 일을 보면서 무슨 인사냐 싶기도 했지만, 휴지가 떨어져서 그러나 싶어 "아, 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 남자가 다시 건넨 말은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화장실에서 왜 밥 먹는 얘기를 하지? 거 참 미치겠네. 그러나 예의바른 나는 다시 대답을 해 줬다. "네. 저는 먹었습니다. 댁은 식사하셨어요?"
그러자 옆 칸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에 나는 항문이 막혀 버렸다.
"저, 죄송하지만 전화 끊겠습니다. 옆에 이상한 사람이 자꾸 말을 걸어서요."

화장실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나도 거의 매일 그런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해운회사가 많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어서 그런지 큰 소리로 상담(商談)을 하는 회사원도 있고, 골프약속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새끼, 쇠새끼 소리지르며 싸우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들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듣거나 말거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댑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러다 응가를 하는 순간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면 목소리가 이상해질 텐데',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 괜히 내가 민망해져서 통화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서둘러 화장실을 나오게 됩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이상하고 신기한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휴대폰 통화 에티켓이 없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가장 괴로운 곳이 바로 폐쇄된 공간인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에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통화를 하는 여성도 보았습니다. 안 들으려 해도 도저히 듣지 않을 수 없으니 고역인데, 통화 내용은 거의 99%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입니다. 좀 잠을 자든가 책이나 읽지, 하는 생각이 절로 나지만 내 쪽에서 책을 읽는 척 자는 척 해봐도 그 목소리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비교하면 휴대폰 목소리는 대륙 반도 섬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더 시끄럽고 일본인들은 3국 중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최근 대만에 간 길에 일부러 지하철을 타 보고 좀 놀랐습니다. 지하철 차내에는 輕聲細語 長話短說(경성세어 장화단설), 작은 소리로 짧게 통화하라는 휴대폰 사용예절이 씌어 있었는데, 그들도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지만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의외로 적었습니다.

며칠 전 KT경제경영연구소가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내놓았습니다. 메릴린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49개국 국민들의 1인당 휴대폰 사용시간을 분석했더니 한국인들의 사용시간은 월평균 320분으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였다고 합니다. 한국보다 더 사용시간이 긴 나라는 미국(829분) 홍콩(447분) 캐나다(444분) 중국(434분) 인도(430분) 싱가포르(377분) 이스라엘(353분)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뭔가 이 자료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겨우 8등이라고? 어째서 그것밖에 안 될까 싶은 거지요. 당연히 우리의 휴대폰 사용시간이 세계에서 제일 길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한국인들은 항상 통화중입니다. 실컷 이야기를 해 놓고 "그럼 만나서 이야기해" 하고 전화를 끊는 게 한국인들입니다. 휴대폰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휴대폰 수다는 별나고 유난스럽다고 생각됩니다.

다들 저마다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니 그렇게 오래 휴대폰에 대고 떠들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로 남들 몰래 딸깍, 사진을 찍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카메라 폰을 이용할 경우 상대방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지 생각한 후 양해를 구하고 찍는 게 옳습니다. 부적절한 장소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화장실에서는 다른 일 하지 말고 응가 끙가나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듣는 사람들이 다 괴로워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7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이종완 (211.XXX.XXX.129)
임철순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말소리는 원래 시끄러워 "홋떡 집에 불났다"는 말까지 있지요. 제가 뻐스를 타기 싫어하는 이유는 휴대폰으로 떠드는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서 입니다. 에티켓 이라고는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전화로 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애들까지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의 두뇌에 나뿌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어린이들까지 휴대폰이 정말로 칠요한가요? 한정 없이 스포일 되는게 사람인가 봅니다. 휴대폰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가 싶습니다.
이종완
답변달기
2009-06-23 08:42:15
0 0
김종완 (211.XXX.XXX.129)
재미있게 잘 앍었어요. 대만 갔다온 것 자주 써먹네.
답변달기
2009-06-16 11:21:28
0 0
김윤옥 (210.XXX.XXX.85)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 그것에 익숙치않았던 탓에 길에서 큰 소리로 혼자서 떠드는 사람을 보면 잠시잠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혼잣말을 열심히 하네, 하며 오해하기도 했는데 이젠 너도나도 길에서, 공공장소에서 혼자서도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한 번은 버스안에서 아주 요긴한 통화를 길게 하던 아주머니가 옆에앉은 내게 '다른 사람이 통화하면 흉을 봤었는데 저도 어쩔 수 없네요' 하면서 양해를 구해서 함께 웃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주위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며 통화를 한다면 참아 줄 수도 있고 이해 할 수도있는 문명의 이기이지요.
답변달기
2009-06-16 00:34:28
0 0
조형자 (58.XXX.XXX.61)
임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오랫만입니다. 그동안 건강하셨는지요. 재미있게 글을 잘 읽었습니다. 사실은 저도 화장실에서 통화를 가끔 하지요. 그렇지만 미국사람들이라서 한국말을 잘 알아 듣지를 못하니까 하면서 아음놓고 합니다. 오랫동안은 아니고 용건만 합니다.
답변달기
2009-06-15 21:21:25
0 0
양순태 (211.XXX.XXX.129)
독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속시원히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09-06-15 15:48:31
0 0
다비 (99.XXX.XXX.163)
응가 끙가 하는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하철 안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하리라는
추측이 됩니다. 응가 끙가하면서 전화할 만큼 수치심이 없으니 당연히 지하철에서 공중도덕심이 결여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부끄러운 걸 모르지요.
답변달기
2009-06-15 11:46:48
0 0
한세상 (119.XXX.XXX.235)
음악듣는 사람들 있죠. 음악은 자기 혼자 들어야 하는데 옆사람도 듣도록 강요하는 것! 본인은 좋은 소리일지 모르나 새 나오는 소리는 '찌지직...'으로 참 괴롭다는 것! 특히 만원 열차안에서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달기
2009-06-15 09:51:38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