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임철순 담연칼럼
     
로그오프 데이
임철순 2009년 06월 29일 (월) 01:46:18

내일 모레면 7월입니다. 벌써 1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는 여전히 뒤숭숭하고 어지럽고, 끝 모를 갈등과 대립은 국민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현충일과 6ㆍ25가 있는 6월은 호국ㆍ보훈의 달이지만, 6ㆍ10항쟁과 6ㆍ29선언,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추가되면서 민주 대 독재(또는 반민주), 좌와 우, 남과 북, 이런 여러 대립되는 요소가 한데 뒤엉키는 이념의 달이 됐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넘어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쨌든 휴가철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름은 원래 뜨거운 감정소비의 계절이며 왕성한 활동의 시기이지만, 그래서 더욱 이 시기에는 여백과 휴지(休止)를 통한 성찰과 자기점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자신을 비우고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휴가기간에 농사를 체험하는 귀농프로그램이나 사찰에서 수행해 보는 템플 스테이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연과의 접촉,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개인이든 사회든 규격화한 일상의 프로그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늘 신선하고 창조적인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매년 3월의 마지막 토요일(올해는 28일)에 펼쳐지는 ‘Earth Hour’ 캠페인은 ‘불을 끄고 별을 켜자’는 운동입니다. 2007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캠페인의 근본 취지는 에너지 절약이지만, 불을 끔으로써 우리는 자연과 우주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에는 81개국 1,858개 도시가 참여했다니 멋지지 않습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불을 꺼도 별이 잘 보이지 않는 점입니다.

1997년 파리에서 시작된 ‘차 없는 날(Car-free day)’ 행사도 교통량ㆍ대기 오염 감축, 환경 개선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이 차로부터 해방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9월 22일의 행사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동참할지 주목됩니다.

또 최근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영국의 저명인사들은 채식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고기 안 먹는 월요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쇠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도 매주 한 차례 채식의 날을 정하도록 각국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쇠고기 생산과정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 비중(18%)은 교통수단에 의해 발생하는 것(13%)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나는 로그오프 데이(Logoff day)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1주일에 하루든 한 달에 하루든 인터넷과의 연결에서 벗어나 컴퓨터시대 이전의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메일도 주고받지 말고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닫고 블링크 카페 방문도 삼가고, 각종 검색과 자료를 습득하는 것도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책이나 문서를 뒤져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로그오프는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그 폐해도 큽니다. 넘치고 끓는 각종 덧글 댓글 덫글 중에는 사람을 해치고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플이 너무도 많습니다. 3월에 자살한 탤런트 최진실 씨는 끊임없이 루머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른 글을 몇 시간이 걸리든 다 읽었다는 보도에 나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차라리 읽지 않았더라면 자살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씨가 자살한 뒤에도 그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나랑 한 번 하구 가 주시지…”하고 쓴 못된 녀석이 있으니 놀랍지 않습니까?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로그오프의 단절과 여유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각자 어떤 날이든 정해서 로그오프를 실천해 보기 바랍니다. 해 보면 느끼겠지만 온라인에서 이탈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평일은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테니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오프라인의 생활을 가꾸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비 (60.XXX.XXX.108)
깜빡 좋은 지적을 잊었습니다. 적절한 덧글이 아닌 사람의 기본 인격을 짓밟는 덫글은
지양해야 할 한국적 시대적 문제점입니다.
답변달기
2009-06-29 06:21:16
0 0
다비 (60.XXX.XXX.108)
아 굴울 읽으니 마이크로소프트 창설자 빌 게이트가 떠오릅니다. 그야마로 오늘의 IT문명을
일으킨데 공헌한 그, 20세기 인류사에 세계를 움직인 100명의 선정에서 (2000년 밀레니엄 기념 때) 당당 10위안에 뽑힌 그입니다. 그러나 그는 해마다 휴가철이면 통신시설이나
전기등도 없는 자신의 조그만 오두막에서 한달 이상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오염된 문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조용히 성찰해 보는 시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일일 것입니다.

오늘 아름다운 글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09-06-29 04:09:35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