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청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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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청춘의 노래

김창식

2009년 07월 25일 (토) 02:44:24

청춘은 지나고 보면 그립지만 아름답고 찬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70년대 학교를 다닌 저에게도(우리 모두에게) 가난은 숙명적인 질곡이었으며, 정신풍토는 황량하였고, 억압적인 체제는 견고하여 한없는 무력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 세상 노래 대부분은 '사랑 찬가'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남루한 젊음을 주제로 한 노래도 있어 이채롭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노래는 영국그룹 애니멀스(The Animals)가 부른 '해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 1964)'입니다. 이 노래는 원래 미국 민요로서 조앤 바에즈, 핑크 플로이드 등 여러 사람이 불렀지만 절규하듯 부른 애니멀스 버전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뉴올리언즈에 집이 한 채 있었어요.
해뜨는 집이라고 불렀죠.

오 어머니, 자식들에게 말해주세요.
해뜨는 집에서 나와 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죄의식과 비참 속에서 살았던 그 같은 삶을.

이 노래에 나오는 '해뜨는 집'이 '유곽(遊廓)' 또는 '감옥'을 은유한다는 해설도 있지만 가난한 '달동네(The House Of The Rising Moon?)'라는 직역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가난하고 비뚤어진 젊은 시절에 대한 회한을 노래한 것이지요. 주인공의 어머니는 재봉사(Tailer)여서 블루진을 꿰매어 주었고, 아버지는 술에 절어 지내는 도박사(Gambling Man)였으니 그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복서(The Boxer, 1969)'도 이러한 주제의 노래입니다. 이들은 역대 최고 화음을 구사한 미국의 포크 듀오로서 영화 '졸업(The Graduate)' 사운드 트랙(OST) 앨범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요. 여기엔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 '미시즈 로빈슨(Mrs. Robinson)', '스카보로의 추억(Scarborough Fair)' 등 명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복서'는 별도의 곡이지만 같은 주제의 '던컨(Duncan)'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입니다. 멋모르고 대도시에 온 시골 젊은이의 인생유전을 그렸죠. 매 맞으며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권투선수가 된 주인공이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허위였다고 후렴에서 절규합니다.(라이 라 라이~, Lie La Lie~ ).

*나는 불쌍한 소년이었지.
이런 이야긴 거의 해 본 적이 없어.

싸구려 숙소와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모두가 허탕이었어. 매춘부의 유혹만 있었지.

분노와 수치심에서 그만둘 거야라고 말하지만
휑뎅그렁한 링 위엔 권투선수가 남아있네.

같은 주제의 노래 중 압권은 영국 그룹 퀸(The Queen)이 부른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1975)입니다. 퀸의 리더 프레드 머큐리의 애절한 보컬로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같은 이 노래는 그 가사가 가히 충격적입니다. 살인을 한 젊은이가 절망에 휩싸인 채 어머니에게 호소하는 내용(Mama, Just Killed A Man~)이지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

엄마 인생을 바르게 시작하려 했는데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 버렸어요.
내겐 아무것도 진실되지 않아요. 아무것도.

어머니는 누구에게든 마음의 고향이요, 위안을 찾는 피난처인 듯합니다. 핵가족시대가 일반화한 요즈음 어머니의 위상이 전만 못하고 퇴색하여 마음이 울울(鬱鬱)합니다. 생각해보니 누가 뭐래도, 다름 아닌, 우리가 어머니를 떠나온 것이었어요. 당신이 살아 계시든 차디찬 곳에 누워 계시든.

* 노래 가사는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Ellen (50.XXX.XXX.90)

Good point. I hadn't tohhugt about it quite that 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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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1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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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39)

우리의 삶은 비의에 가득차 있고 은밀한 내류의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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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10: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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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 리 (24.XXX.XXX.206)

아름다운 팝송들은 클래식에 못지않은 명곡이 아닐까요?
언급하신 싸이먼 & 가펀컬이나 에너멀스나 모두 불후의 명 팝송을 작곡 불른 씽어들이죠.

거기에는 삶의 애환이 좌절이 사랑이 고스란이 담겨있기 때문에
수십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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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6 0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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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19)

안타까운 것은 추억도 자꾸만 잊혀져 간다는 것입니다. 가끔 종로통에 가면 여기였던가? 저기였던가 그 때 그 장소를 가늠해 보지만 자꾸만 헷갈리는 것이 쓸쓸한 마음을 안겨줍니다.
YMCA에서 기타강습을 받으며 스카보로우의 추억을 불렀던 일등 그 곳의 여기저기가 제겐 익숙했던 장소였는데 지금은 너무 낯선 곳이 되었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며칠 전 구글에서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인 옛 남자친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뜻밖에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혼자 새로운 사실까지 확인하고 난 밤, 새삼 그의 영혼이 편안하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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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6 0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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