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텔레비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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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텔레비전 유감

김영환

2009년 07월 31일 (금) 08:54:02

재벌 그룹이 운영하는 우리동네 케이블텔레비전 방송국이 최근 채널편성을 바꿨습니다. 이름하여 정기 채널편성 개편.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는 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산하 10여 개 지역 케이블방송의 채널 편성을 일제히 바꿨습니다.

이를 모르고, 찾았던 채널 번호에서 방송이 안 나오자 또 유료화했나 항의하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국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1년에 1번하는 정기 개편에서 채널번호를 바꿨다고 합니다. 보도를 보니 일부 MSO들은 연합하여 채널번호를 통일했다고 합니다.

정기개편 결과 시청자들에게 돌아오는 가장 큰 ‘선물(?)’이라면 채널번호 변경이죠. 즐겨보는 YTN이나 MBN등 뉴스 채널들이 500번 대로 하루 아침에 바뀌었습니다. CNN NHK 등은 400번대로 갔습니다.

정기개편에서는 으레 인기 있는 무료채널이 유료화하기 십상인데 아직 샅샅이 검색하지 않아 어떤 채널이 유료로 전환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는 정기구독하던 신문이나 잡지를 다른 것으로 강제로 바꾸는 격이죠.

케이블텔레비전을 보면서 뜨악하게 느끼는 것은 홈쇼핑 채널들이 어느새 지상파 사이사이의 황금번호를 배정 받아 끼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5번 SBS, 6번 현대홈쇼핑, 7번 KBS2, 8번 GS홈쇼핑, 9번 KBS, 10번 CJ홈쇼핑, 11번 MBC, 12번 롯데홈쇼핑, 14번 농수산홈쇼핑입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영향력 있는 지상파 사이에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홈쇼핑 채널들이 전진배치되었는지 모를 일 입니다. 지상파 보도채널 사이에는 뉴스 채널들이 들어가야 사리에 맞지 않을까요? 지상파. 채널을 올리거나 내릴 때 홈쇼핑을 많이 보라는 이야기죠. ‘이건 시장경제가 아니라 배급 경제잖아?’ 홈쇼핑 채널을 끼운 것이 방통위의 인허가사항인지, 그리고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영어몰입교육’이다 뭐다 하여 우리나라에서 한바탕 소동을 친 일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연간 사교육 시장 30조원의 절반이 영어 교육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케이블 채널의 지상파 사이에 홈쇼핑을 넣을 게 아니라 CNN을 비롯해 BBC NHK FR2 도이체벨레 등 외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채널을 넣어 의무전송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의 외국어 습득이나 우리 사회의 국제화와 세계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 긴요한 일이 아닐까요?

케이블텔레비전을 전송해주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채널을 임의로 구성하여 시청자들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꼴입니다. 우리 시대의 법이나 경제 논리상 맞지 않는 것이죠. 채널 사업자(PP)인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좋은 번호를 차지하려면 SO에게 좀 교섭해야 한다는 소문이 나있다고 합니다. 영세한 PP들이 전국의 재벌급 MSO를 포함해 100개가 넘는 SO들을 상대로 어떻게 영업을 하겠습니까?

SO들은 지역뉴스도 방송합니다. 이게 언론기관인지 판매 기관인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케이블텔레비전 정책이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올드 미디어로 말하자면 신문공동보급소가 뉴스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격이죠. 이들은 개정된 미디어법에 따라 곧 선정될 보도채널을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시장은 늘 변화합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야 성공합니다. 1,200만명이 가입한 케이블 텔레비전의 적수로 240만이 가입한 위성방송이 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의 IPTV가 올해 200만명 가입을 목표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IPTV는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를 한 묶음으로 팔아 인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쓰는 전화기를 미국 등 여행국가로 가져가는 친구들도 보았습니다. 인터넷에만 접속이 되면 가입자끼리 국내전화가 무료이고 국제전화도 아주 저렴하게 한다고 자랑합니다.

케이블텔레비전 사업자들은 지금처럼 채널을 ‘묶음’으로 강매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컨대 의무전송 채널을 빼고 한 채널에 한 달 100원~200원씩 받으면서 시청자의 기호대로 채널을 구성해주는 것이죠. 이것이 시대의 조류(潮流)라고 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사업자를 상대하는 큰 정책만 볼 것이 아니라 방송 소비자들에게도 눈을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에서 케이블 채널 구성권을 소비자들이 갖도록 제도를 더 늦기 전에 개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