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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골프 때문에
임철순 2009년 08월 10일 (월) 02:15:27
내가 아는 전직 장관 한 분은 재임기간에 한 번도 골프를 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골프를 안 치는 정도가 아니라 공직자들에게도 금지령을 내렸던 분입니다. 그런 분 밑에서 장관직을 수행하다 보니 치고 싶은 골프는 못 치고 주말이면 산에나 다닐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 미국으로 여행을 가서 열흘 동안 계속 골프를 쳤더니 속이 좀 풀리더라는 겁니다. 원래,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 아니겠습니까?

그 시절에 국장급이었던 분은 골프를 칠 수 없자 유홍준 식으로 문화유산 답사를 다녔습니다. 뭐든지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 그는 문화유산 답사에도 일하듯이 매달린 덕분에 제법 전문가처럼 되어 여러 신문에 나고 호평도 받았습니다. 10여년 전 “골프보다 이게 훨씬 재미있다”고 말할 때의 표정에는 거짓이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진짜로 골프보다 그게 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흔히 “골프는 이미 대중스포츠가 됐다”고 말들은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그게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직자들에게 골프 치지 말라는 말을 직접 분명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디 치기만 해봐. 죽여 버릴 테니까”하는 식이니 누가 감히 골프채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노무현 정부 시절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부인, 이 해찬 전 국무총리 등이 모두 골프를 좋아하고 간간이 즐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은 골프 때문에 말썽이 난 적도 있습니다. 이른바 좌파정권의 인사들이 골프를 더 잘 쳤으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골프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대통령은 한 달쯤 전에 어느 행사장에 갔다가 골프자제령을 풀어달라는 관광업계의 건의를 받고, 돈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는 게 좋다며 골프장에 한 번 나가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작년에 미국 갔을 때 부시 대통령과 골프를 치려 했으나 그 쪽에서 사양하는 바람에 못 쳤고, 올해에도 제주도에 온 부시와의 골프회동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한참 친서민 행보를 하는 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포기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원래 골프보다 테니스를 더 좋아하는 분이니 본인은 아쉬울 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골프를 치기만 기다리던 사람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렇게 골프문제로 몸을 사리고 조심하는데 기관장들이 감히 기업인들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고 대낮에 폭탄주를 마셔댔으니 목이 성할 리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들은 대통령이 휴가를 가는 지역의 군 경찰 국정원 간부와 시장이었습니다. 휴일에 골프를 친 것 자체를 뭐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도 골프를 치겠다고 말한 바 있으니 따지고 보면 그리 켕길 일도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제 돈 내고 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그 놈의 골프가 끝난 뒤, 그 놈의 폭탄주 때문에 불거졌습니다. 가을에 한 차례 더 부킹을 해 달라는 부탁을 골프장 측이 들어주지 않자 기업인 중 하나가 쫓아가 난리를 쳤기 때문에 골프회동이 언론에 보도되게 됐고, 그 결과 국무총리실이 공직윤리 위반을 이유로 직위해제라는 징계를 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골프 때문에 망신 당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골프가 골프 자체로 인식되지 않고 일종의 정치행위나 사업활동의 일환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골프에 대한 태도도 이중적입니다. "골프의 한 가지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회동을 통해 3당합당의 계기를 만들었는데, 정작 자기가 대통령이 되자 골프를 못 치게 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대통령 골프'를 즐기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집권과 동시에 공직자 골프를 금지했습니다.

골프를 가지고 난리를 치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멀었다는 생각도 들고 합니다. 자연과 사람을 벗삼아 어울리는 신사스포츠를 사교 차원을 넘어 로비와 향응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공직자나 공인으로서의 윤리의식 없이 이에 응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골프의 가장 큰 원리는 1)있는 그대로 치고 2)치고 난 다음에는 원상 복구해 놓는 거라는데, 이런 원리부터 제대로 안다면 말썽이 나고 망신 당하는 사람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 치는 자세나 태도라면 윤리 위반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접대나 향응에서 저절로 멀어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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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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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34)
골프는 매너를 중시하는 운동인데, 연습장에서나 필드에서 기본이 지켜지지않아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주야장창 드라이버만 휘둘러대는 것도 우습습니다.
'드라이버'거리에 연연하는데 아마 '남성의 능력'과 연관 된다는 헛된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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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09: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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