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간제 도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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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간제 도입해야 하나

고영회

2009년 08월 13일 (목) 08:27:19

정부는 내년부터 4월~9월 사이에 여름시간제* 도입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성인 연구위원이 ‘대한민국 정책포탈 Korea.kr’에 ‘선진국 대부분이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는 까닭’이란 글이 올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여름시간제를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전세계 84개국이 시행하고 있고, OECD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만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햇빛을 활용하여 조명과 냉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퇴근 후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삶의 질이 높아진다. 출퇴근시간 분산과 교통사고 감소로 경제적 편익이 생긴다. 몇 가지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별 문제는 아닐 것 같다’라는 이유로 여름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할 실질적이고 중요한 이유로 에너지비용 절감을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제도는 낮에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면 양초를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제안된 것이기 때문에 조명비 절감이 첫째 이유이고, 나아가 냉방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에너지 절감과 관련되는 사람들은 공무원과 기업의 사무직원이 주 대상일 될 것이고, 생산현장과 일반 서비스업 현장도 어느 정도 관련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인공환경 속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시간을 조절함으로서 아낄 수 있는 에너지는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 추산하기로도 연간 전력소비량이 0.13%~0.25%(연간 341~653억원)정도 절감된다고 하여 그렇게 큰 액수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퇴근 후 활용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수긍합니다. 저는 1988년 시행할 때 이 점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아침에 1시간 빨리 출근하였지만 대낮에 해가 떠 있는데 퇴근하려니 눈치보여 나갈 수가 없더군요. 결국 예전과 비슷한 시간이 되어서야 나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서 그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이것이 반대이유가 되진 않겠지요.

여름시간제를 도입하면 왜 출퇴근 시간이 분산되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밝을 때 퇴근하니 밤에 퇴근할 때보다 교통사고가 줄어 들 것이라는 점은 생뚱맞기는 하지만 그럴 듯합니다. 그렇게 해서 연간 808~919억원의 경제적인 편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 것이 조명과 냉방비 절감액보다 더 많은 점이 좀 이상해 보이긴 합니다만 하여간 전체적으로 연간 1362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시간제를 도입하기만 하면 그냥 이런 절감액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계의 시각을 맞추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기회비용은 고려치 않더라도, 정부 지자체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산프로그램은 변경된 시간에 맞게 손봐야 할 것입니다. 일년에 두 번씩 시간제가 바뀌는데 관련되는 사항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처리하는데에는 비용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1362억원이 그냥 얻어지는 절감액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여름시간제를 도입해야 할 당위성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시간제 상의 시각과 느끼는 시각이 계절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단지 그 차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시간의 틀은 고정시켜두고 계절에 따라 행동을 달리 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여름에는 날이 빨리 밝으니 더 빨리 일어나고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니 늦게 일어나는 식입니다. 여름시간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의 틀을 움직이겠다는 것입니다.

여름시간제는 선진 외국들이 하니까 그것이 세계 표준이어서 도입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들이 여름시간제를 도입한 것은 동서로 국토가 넓게 펼쳐져 있는 등 그들 나름대로 지리적 역사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런 이유가 있는지 고민하여 결정해야 할 일이지 선진국이 하니까 한다는 설명은 납득도 되지 않거니와 자존심도 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름시간제 없이도 별다른 불편없이 살아왔습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생기는 에너지절감액과 관련된 경제적 편익이 연간 1362억원으로 추산되지만 그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효과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방식의 변화, 연간 2차례 적응비용을 감안하면 여름시간제를 도입함으로서 생기는 경제적 실익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시간은 일본의 남중(南中)시간을 기준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출근하려면 새벽별을 보고 집을 나서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여름시간에 가깝기에 정작 우리에게 겨울시간제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납니다.

여름시간제 도입의 제시된 효과는 여름시간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의 틀을 바꾸지 않고도 여름에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고, 겨울에는 출근시간을 늦춤으로서 조명비와 냉방비를 아끼고, 여가시간을 더 활용한다면 여름시간제 도입의 편익을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여름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아 불편하다거나 에너지 낭비라는 여론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시간의 틀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한 이외의 이유와 효과가 더 있을까요?

* 모든 언론이나 보도자료 등에서 서머타임 또는 섬머타임이라고 적고 있는데 우리말로 어떻게 적는 게 올바를지에 대하여 별 생각없이 원어를 그대로 가져 오는 것은 곤란하겠습니다. 저는 여름철에 적용되는 시간제라는 뜻에서 ‘여름시간제’로 제안하고 이 말을 씁니다.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www.ccbg.or.kr)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www.feelsci.org )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다비 (99.XXX.XXX.163)

이곳 제가 사는 곳에도 서머타임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꼭 그것이 필요한 제도인지
살면서 의문인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바뀔 때마다 힘들뿐 그다지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지는 않으니까요.
어차피 그 시간에는 자야 되고, 또 일어나야 되며,
해가 지고 지는 시간이 좀 달라진다는 것 외엔
낮에 그렇다고 밭에 나가 더 오래 일할 사람도 농부외엔 없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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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4 13: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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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5)

무작정 외래어를 그대로 적는 경우가 너무 많아 어이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말로 적을 수 있는 것은 찾아 적어야 할텐데요. 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 짜증나는 제목이 너무 많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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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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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5)

자기 나라에서 시행하는 일자와 모두 일치하는 것도 아니니 혼선이 생길 우려는 여전하겠습니다. 지적한대로 우리 국민의 편의와 안전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면 또 다른 사대주의가 되겠군요. 의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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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7: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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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5)

만약 그렇다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되는데, 저도 자료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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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7: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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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59.XXX.XXX.154)

여름시간제(일광절약시간제)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는 특히 두 가지 이유에서 반대하는데, 첫째는 선생님이 지적하신대로 일본 표준시를 가져다 쓰고 있는 우리는 이미 1년 내내 여름시간제라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이점은 별로 지적하는 분이 없던데, 여름시간제가 사람들의 신체 리듬을 갑자기 바꾸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집중력 부족으로 교통사고와 작업중 재해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스탠리 코렌이 쓴 "잠 도둑들"이란 책에 보면 섬머타임 도입후 (특히 시작 직후) 교통사고와 산업재해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통계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도입 주장자들이 주장하는 편익중 가장 큰 부분이 교통사고 감소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오늘 알았는데, 그렇다면 여름시간제 도입주장은 진실을 단단히 호도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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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6: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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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득기 (118.XXX.XXX.152)

대부분 섬머타임은 중(40도)위도 이상의 지역에 있어서 밤낮의 길이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 위도 23도 부근 지역(예:태국)은 일년 내내 밤낮의 길이가 별반 차이가 없으니 섬머타임이 필요가 없으며 계절이 없는 데 무슨 섬머타임이 필요할 까? 사실상 우리나라의 위도(서울: 북위 37도)지역은 좀 애매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불편 한 것은 외국계 기업의 경우 업무시간(비지니스타임)에 착오가 적어서 유익할 수 있겠지요...어쩌면 또 다른 사대주의는 아닌 지? 하나의 정책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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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1: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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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211.XXX.XXX.199)

'여름시간제' 좋은 표현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게 왜 꼭 필요한지, 마땅한 이유도 없는데 뭐든 꼭 바꿔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행자 오른쪽 통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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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09: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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