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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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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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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22일 (토) 02:3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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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상영된 '좋은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이하 '놈놈놈'으로 표기)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호화 캐스팅에 '전혀 새로운 한국형 웨스턴'을 표방하여 상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흥행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저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영화를 보았었지요.
저의 관심은 마카로니(스파게티)웨스턴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인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유명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을 오마주했노라 밝힌 이 영화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원전 중 무엇을 취하였고 어떻게 보완하였으며 혹 새로운 관점이 있는지, 또는 우리 것으로 얼마나 녹여 내었을까?
한마디로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였습니다. 주제음악(Don't Let Me Be Misuderstood)도 박력 있으며 고난도 액션(타잔처럼 밧줄타기, 말 달리며 장총을 360도 돌려 쏘기 등)신을 선보이는데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용 전개에 인과관계나 개연성이 없고 액션영화라기보다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야기 얼개는 일본군의 만주 점령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감추어진 보물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둘러싼 여러 갈래 세력 간의 쟁탈전입니다. 탄탄하지 못한 구성상의 허점이 수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열거합니다. 1)보물을 쫓는 건지 사람을 쫓는 건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으며, 등장인물마저도 왜 쫓고 쫓기는 건지 모르는 것 같음. 2) 등장인물(송강호, 정우성) 간에 왜 친구가 되며 어떻게 적에서 순식간에 한 패가 되는지 설득력이 없음. 3)지프, 기관총 등 중장비로 무장한 일본 정규 병력이 일개 소총수(정우성)에게 몰살당함. 4)만주 벌판에 순간이동장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주인공(송강호)을 구출하는 오토바이. 5)마지막 3자(송강호, 이병헌, 정우성)대결 때 수십 발 총을 쏴도 안 죽음 등등.
관객을 짜증나게 하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꽃미남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인합니다.
'살인귀'라는 이병헌은 겉멋만 든 일부 재벌 2세의 일탈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좋은 놈'('괜찮은 놈'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터이지만)인 정우성은 살벌한 전쟁터인데도 갓 목욕하고 나온 새신랑 같아 보였습니다. 송강호만이 코믹하고 능글맞으면서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를 그런대로 소화한 듯 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앞에서 말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전을 패러디했음을 밝혔지만, 그밖에도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컨셉을 이 영화 저 영화에서 따와 짜깁기한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이병헌 패거리의 행태(와일드 번치), 정우성의 밧줄타기(타잔, 또는 공중 트라피스), 조종사 복장의 오토바이 라이더(석양의 갱들), 한국인 매국노의 독특한 거실, 거울 빛으로 적을 유인 살해함(이상 옛날 옛적 서부에서), 송강호의 가슴 속 철판(황야의 무법자) 등등. '대충 넘어 가니까. 알면 어쩔 수 없고.' 이러한 태도는 관객을 무시한 안이한 영화 작법이지요.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담은 카메라, 국경 마을과 아편 매음굴의 현실감 있는 재현 등...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언제 이런 수준의 액션 영화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감탄이라기보단 우리 영화에 대한 자조(自嘲)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독립군과 일본군, 마적단의 대치상황에 끼어든 3인의 엇갈리는 생존방식과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거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기상천외한 장면 전개, 중첩되는 위기와 상상을 뒤엎는 반전 등을 버무려 철저한 오락영화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이 영화의 큰 단점은-다른 우리 영화에도 공통되는 현상이라 생각되지만- 상상력의 빈곤, 창의성의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각색'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소설 등 원전의 이야기를 종합 예술인 영화에 걸맞게 수정, 보완, 편집하는 행위일 것이지만,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밑받침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 관점이 보편적이고 공감을 자아내야겠지만. 단순히 스페인 사막(마카로니 웨스턴 촬영지)을 만주 벌판(놈놈놈 무대)으로 옮겨 놓는다 해서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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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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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은
(123.XXX.XXX.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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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던 공짜로 영화 한편 잘 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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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118.XXX.XXX.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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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 읽어 주시고 댓글 올려 주신 이웃 독자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관심은 있으나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 글 쓸때마다 항상 부끄럽습니다.
전문 비평가와 일반 관객 사이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제 관점을 말씀드려
독자님들과 의견을 같이 나누는 것이 기쁘며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진희님, 해운대는 아직 못보았습니다만 나중 기회되면 감상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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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네알바트로스
(61.XXX.XXX.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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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아니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제 조상 대대로 내려 온 딴따라 기질 때문인지 영화광이라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놈놈놈은 볼 용기가 없어 못 보았습니다. 제 자식들의 불평대로 전 영화는 좋아하면서도 조금은 편벽된 경향의 영화광이라 그럴 겁니다만...아무튼 님이 지적하신 바로 그런 부분을 점을 쳐 보고는 결국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마 전 영화 메니아라고 자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예술 분야라 들어 온 김에 감히 한 말씀 올리고 떠납니다. 전 잘 모르는 것에 헛소리 하는 사람 보다 잘 아는 방면에 대해 전문가적인 관심과 알찬 내용을 보내 주시는 분에겐 무조건 애정과 존경심을 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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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호
(115.XXX.XXX.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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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놈놈, 화려한 배역에다, 엄청난 선전,홍보(기억하고있음) 덕택으로 그런대로 흥행 성적이 좋았다고 하던데, 김 작가님의 눈에는 '아직'이군요. 영화 전문 평론가 이상의 실력을 갖추신 김 작가의 예리한 분석, 대단하십니다. 한국 영화의 한계라 할까요? 저는 이걸 보지를 못해서 감히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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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옥
(210.XXX.XXX.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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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락영화라 하더라도 이야기의 개연성이 없거나 구성이 탄탄하지 않으면 관객의 입장에서 유쾌하지않지요. 60년 대 우리영화를 보면 평범한 가정부도 요란한 화장을 하거나 이쁜 옷으로 치장을 해서 보기에 어색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극중의 인물과 동일시 되어 그야말로 열연을 위해 자신을 던져 성공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 연기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진정 아름답다는 찬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영화도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을 많큼 성장을 했지만 그 중에 알곡을 가리고 더욱 발전하도록 비판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역할을 감당하는 김창식님 같은 진정한 마니아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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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희
(211.XXX.XXX.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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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는 부분이 있는 글입니다.
그건 그렇고, '해운대'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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