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성태와 ‘친일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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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성태와 ‘친일 음악가’

황경춘

2009년 08월 29일 (토) 10:11:22

‘산유화’를 비롯하여 많은 주옥같은 노래들을 작곡하여 ‘한국 가곡(歌曲)의 아버지’로 사랑 받고 있는 김성태(金聖泰) 선생이 아흔아홉의 나이에도 작곡활동을 계속하며 올 가을에는 백수(白壽)기념 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라는 최근의 신문기사는 무더위를 씻어주는 흐뭇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노 음악가에 관한 기사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준비하는 이 기념음악회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다며 본인이 전해 준 말인데,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 온 ‘친일 음악가’라는 누명에서 깨끗이 벗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 보니 2년 전인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라는 기관에서 몇 백 명인가 몇 천 명인가 되는 ‘친일’ 인사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홍난파, 안익태, 현제명, 김성태 등의 이름도 끼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라는 곳에서 편찬하여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모두 4,776 명이 기재되어 있었고 그 중 문화예술 부문으로 174 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제의 소위 태평양전쟁 말기에 김 선생은 관이 만든 경성교향악단에 참가했는데, 그 악단은 일본국가(國歌)와 군국주의 노래를 모임 때마다 연주했다는 게 그의 ‘친일행각’ 사유로 지적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전쟁 수행을 위한 관제 ‘애국’단체 가입을 거절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으며, 행사에서 일본국가나 군가의 연주를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몸소 했거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점점 수가 줄어가고 있습니다.

백 살을 눈 앞에 둔 이 노 음악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의가 있으면 진정서를 통해 해명을 하라”는 연락을 해당 위원회로부터 받았다고 합니다. 김 선생은 1929년 광주학생사건에 이어 일어난 학생 항일운동 당시 경신고보를 퇴학 당하고 옥살이까지 하여, 39년 뒤인 1969년에야 모교로부터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유가 담긴 기록을 모교로부터 입수하여 진정서를 낸 결과, 지난 6월 15일 진상규명위원회가 정식으로 “친일 음악가 지정을 취소한다”고 통보해왔다고 합니다. 선생의 그 동안의 정신적 괴로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으나, 백수기념 음악회를 열기 전에 이런 기쁜 소식이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올해로 경술국치(1910년) 아흔아홉 돌을 맞이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이 치욕적인 매국행위에 직접 책임 있는 당시의 세력가는 마땅히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총칼의 위협 아래 자의에 반하여 일제통치 말기의 전쟁 협력에 동원된 지식인을 포함한 많은 시민들을 일률적으로 친일파로 매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 문제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36년간 일본통치 하에 있던 그 동안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살아온 그분들은 참으로 한 분 한 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 분들이 친일이라고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를 위해서 너무나많은 일을 하셨던 분들이다.”

한국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였던 그분의 이 말씀이 어찌 노기남 대주교의 이름도 이 ‘친일’명단에 끼어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나왔겠습니까?

일제가 중국대륙을 침공하기 시작한 1931년에서 45년 패전까지의 기간은 자유가 더 제약 받고 식량을 비롯한 모든 물자가 궁핍(窮乏)했던 암흑기였습니다. 이때 유행가라고 불린 당시의 대중가요는 조선민족의 답답한 생활에 숨통을 뚫어주었습니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른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 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1932년에 애절한 목소리로 부른 이 ‘황성옛터’로 등장한 이애리수를 시작으로 많은 대중가수들이 실의에 빠진 우리의 마음을 유행가로 달래주었습니다. 그들도 전쟁 말기에는 ‘애국’운동에 동원되었고 그 중 일부는 ‘친일’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애수의 소야곡’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미남가수 남인수는 그의 이 히트곡을 일본말로 개작해 ‘산업전사’ 위문 공연에서 부르게 강요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친일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그 무렵에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많은 히트곡을 남긴 작사가 반야월(半夜月) 씨로부터 “그 당시 우리들의 큰 골칫거리는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노랫말을 일제 검열관 눈을 속여 통과시키느냐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회상할 때, 김성태 선생이 그의 백수기념 음악회를 갖기 전에 ‘친일파’ 누명을 벗은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1월 10일의 기념음악회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TIME 서울지국 기자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이호진 (221.XXX.XXX.56)

옳고 마땅한 의견입니다.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건국되어 75년이 되었고, 세상이 급변하여 세계가 하나되어 가는 오늘날, 5천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거듭나려는 지금, 새삼스럽게 친일 반일 가려서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이지요? 과거의 원수국가(?) 들이 지금은 모두 서로 호혜국가로 협력하여 공존공영을 도모하려 하는 21세기에, 지금도 친일을 논하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미래로 나아가는게 현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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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04: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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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3)

아!~저도 김선생님 노래를 좋아하는데 친일하셨다는 것 때문에 껄끄러웠는데 이젠 맘놓고 부를 수 있어 넘 기분이 좋습니다!!
타의에 의한 작은 친일은 면죄부를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큰 친일은 천수를 누리기 전에 꼭 단죄해서 민족의 기강을 세웠으면 합니다.
김성태 선생님 축하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노래, 산 위에 올라가서 신나게 불러 보겠습니다!
황선생님 좋은 칼럼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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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5 17: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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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211.XXX.XXX.1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월 10일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면 저희도 가볼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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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1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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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타 (81.XXX.XXX.171)

다비님의 댓글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라는 거창한 모임의 회원들과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등등은 일제말기의 동원에 일체 응한 적 없었다면, 그 강제동원하던 일제를 향해 투쟁이라도 했습니까? 목숨걸고 투쟁 안했다면, 그들도 친일이 아니고 뭡니까? 일제의 동원에 실제 응하지 않았더라도 목숨거는 투쟁없이 수수방관하거나 숨어지냈다면, 그런 행위는 동원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갔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일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무지하게 비굴한 행위입니다. 그 위원회가 친일 명단을 결정하기 전에, 자기들이나 자기들의 조상들이 절대 친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먼저 증명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작업은 위선과 남 흠잡기의 비열한 짓에 불과합니다. 일제밑에서 권세를 부리며 호의호식하던 자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잘 나가고,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은 지지리 가난하게 산다고 몇 번 읽었습니다만, 이게 도대채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일제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은 남의 아픔을 파혜쳐 고통주는 비굴한 짓을 멈추고, 무엇보다도 먼저 독립유공자들 및 그 후손들을 전국과 해외에서 모두 찾아내어 남은 생애동안 최소한 경제적 고통없도록 보살피는 거국적 운동에 앞장서야 됩니다. 아니면, 그 위원회가 하는 일이 지금 우리 국가와 민족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해방된지 수십년이 지나서야 그런 위원회를 조직한 이유는 무었입니까? 그전 정권들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면, 이 또한 얼마나 비굴하고 졸장부적인 행태가 아니겠습니까? 남의 흠집 파헤치는 사람들치고 과연 정치, 교육,사회를 옳바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자들이 있겠습니까?
실제로 일제의 압잡이로서 권세를 누리며 친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다고 가정합시다. 그것을 출판해서 지금의 우리 국민과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됩니까? 용서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현재의 젊은 세대와 후손에게 잘 가르쳐야 함이 옳바르지 않겠습니까? 그런 명단 작성하며 책으로 출판할 그 열심과 정성과 재정을 독립운동하셨던 어르신들과 그 후손들을 경제적으로 돕는데 쏟아붓기를 저는 간절히 바라고 바라는 바입니다.

황선생님, 겸손과 지혜와 유머로 가득찬 좋은 글들, 항상 갑격스럽게 잘 읽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 기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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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04: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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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99.XXX.XXX.163)

과연 어떻게 친일한 사람들이 친일파인지 그것 부터 정의를 내리는 것이 더 시급한 것 같습니다. 어쩔수 없이 일제 말기에 동원된 사람들을 친일이라고 한다면 그당시 친일 하지 않은 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나라를 팔아먹었거나 그렇게 되도록 일제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기생했던 사람들을
가려내야 하는 옳바른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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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0 11: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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