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삼국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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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삼국지 (5)

김창식

2009년 09월 03일 (목) 08:00:02

고사성어1- 삼고초려(三顧草廬)

삼국지에는 적잖은 고사성어(故事成語)가 등장합니다. 그 중에는 널리 알려져 후세 사람들에게도 교훈을 주거나 의미를 곱씹게 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유‧관‧장 삼형제가 수경 선생 사마휘와 서원직(서서)의 언질에 따라 제갈량의 모옥(茅屋)을 방문하고 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명한 글귀입니다. 처음 두 번은 허탕을 치고 삼수(三修) 끝에 제갈량을 끌어내어 군사(軍師)로 삼는 데 성공하지요.

유비 등이 처음 방문했을 때 공명이 '출타 중'이라는 동자의 말에 삼형제는 발길을 돌립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도 '초당에서 글을 읽는 중 '(사실 그 때도 친구 만나러 외출 중이었음.)이라는 전언에 어쩔 수 없이 되돌아서지요. 물론 관우와 장비가 앙앙불락하였지만 큰 형이 다독거리니 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와룡선생(臥龍先生‧제갈량)의 지침을 받았음이 분명한 동자는 아마 그들을 '못난이 삼형제'라고 무시했을 것입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하릴없이 '왔다가 그냥 가니'까요. 씨알이 굵어 사리를 좀 아는 아해(兒孩)였다면 속으로 '취향이 이상한 사람들 아냐?' 하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형님, 동생하며 늘 왁짜하니 함께 몰려다니까요.

삼형제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 제갈공명은 낮잠을 자고 있었지요. 그들은 기침 소리도 내지 못하고 한 나절을 기다리다 드디어 제갈량을 '알현(謁見)'합니다. 이 고사는 유현덕의 정성과 인내심을 기리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갈량의 치밀한 전략이 읽힙니다.

즉, 제갈량은 유비의 사람됨과 그릇을 평가함과 아울러 몸값을 올리려 '차연(次延)의 구조'를 취(取)한 것입니다. 사물의 이치에 통달함은 물론 천상의 운행질서를 헤아리는 제갈량이 떠오르는 별인 젊은 영웅 유황숙(劉皇叔)을 왜 모르겠습니까? 제갈공명은 일부러 관심 없는 체 한 것이며, 그의 어린 몸종에게도 여차여차 하라 일러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는 또 유비에게 천하를 어떻게 가늠하는지 물어 봅니다. 어찌어찌해서 다크호스 위치에 오르긴 했지만, 귀가 커서 그나마 남의 말을 잘 듣고 팔이 길어 돗자리 짜는 데 그저 남보다 유리한, 일자무식 유비가 천하경략방안을 알 리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갈량은 미리 준비한 지도를 꺼내어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설파, 유비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브리핑은 그의 특장(特長)이 아니겠습니까. 공명(孔明)은 일찍이 공명(功名)에 뜻을 두고 강자아(姜子牙‧강태공)나 장자방(張子房‧장량)처럼 때를 기다려 온 것입니다. 결과 제갈량은 일약 군사가 되어 나라의 정책기능과 병권을 한 손에 틀어쥐게 되며, 유현덕은 은혜를 입은 듯 감읍합니다.

요컨대 제갈량은 오늘 날에도 유효한 협상 기술의 요체이자 진수를 실증해보인 것인데,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대방을 초조하게 하라.(협상 이전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도 줄곧)
2. 상대방의 머릿속에 든 것을 먼저 꺼내보이게 하라.(패, 복안, 무엇이든!)
3.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해결책을 미리 준비하라.(천하삼분지계)
4. 확실한 도장을 받아내되 '윈윈'느낌이 들게 하라.(군사 직 약속을 받아 냄.
유비는 한편 감격하여 이를 눈물로 추인함)

돌이켜 보니 위의 '협상의 제1원칙'은 남녀의 사귐에서 금과옥조 같은 말이라 여겨집니다. 젊은 날 사랑이 여의치 않았다면 상대방 보다 내가 먼저 애타한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결혼하고 나서도 마찬가집니다만. 조급한 사람이 항상 집니다!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김윤옥 (210.XXX.XXX.46)

최근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몇몇 수강생들과의 모임을 계속하시겠다고 하셨던 詩읽기 지도교수님께서 강의를 접으시겠다 하여 우리가* 삼고초려* 해야한다고 몇 날 며칠을 의논하다가 교수님의 완강하심에 백기를 든 적 있습니다.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삼고초려도 빛을 보지못한 우리의 노력도 이 가을 많큼 서글픈 것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쉽게 써온 고사성어도 그 유래와 정확한 뜻을 다시 새겨보는 기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소녀 시절에 잡지 학원 이었던가,에서 본 제 관상이 말씀하신 협상의 제 1원칙에 해당한다 하여 기대를 가지고 이날까지 살아본 결과는 오히려 제 자신이 평생 상대방을 향해 초조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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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15: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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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118.XXX.XXX.39)

요약하신 협상 기술 잘 배웠습니다.
계속 써 주시는 하이라이트 삼국지 흥미진진입니다.講米를 얼마나 올려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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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17: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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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116.XXX.XXX.7)

삼국지 정사에는 단지 다섯 글자(凡三往,乃見.-도합 세 차례나 찾아가서야 비로서 만났다-)가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에서 삼고초려의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내며, 삼국지의 명장면의 하나가 되었지요. 조조마냥 지략도 부족하고, 동생들보다도 용맹도 없고, 머리도 뛰어나지 못한 47세의 유비가 27세의 공명한테 공드리는 이 장면, 자기의 부족한 곳을 보충해줄수있는 인재를 모셔다? 쓴 것도 어찌보면 유비도 진정한 지략가라고도 볼수있겠지요? 현대 중국어 사전에 이 고사성어의 뜻이 "예를 극진히하여 초빙하다","간절히 거듭 요청하다"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항상 나오는 이 고사성어...꼭 '세번'이 아니라 '여러번'의 뜻으로도 해석해야겠지요? 하이라이트 장면을 쪽집게처럼 뽑아내시니 김 작가님,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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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14: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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