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법을 좋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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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법을 좋아하는 사람들

고영회

2009년 09월 10일 (목) 00:43:06

보건복지가족부가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2009년 8월 21일 입법예고하면서 "부랑인ㆍ노숙인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이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전문화하기 위하여 ‘홈리스’라는 영어 형용사를 법률용어로 도입키로 한 데 대해 한글운동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행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법은 일반 국민의 지식수준으로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조문을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설명하는 대로 부랑인, 노숙자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외국어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곤란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데 이를 법률에 쓰길 꺼려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다른 단어를 찾아야 했습니다. 영어 ‘홈리스’가 얼마나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단어이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단어를 골라야 할 고민을 덜어주는 것일 뿐이겠지요.

우리 법령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법령을 일본말과 한자로 적어오다 한글로 적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말과 한자어를 한글로 적다보니 뜻에 혼선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한글로 적으니 일반인들이 법령을 읽고 이해하기 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개년 기본계획을 세워 현행 법률 1,200여건에 대해 국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용어, 전문용어 등을 쉬운 용어로 바꾸고, 길고 복잡한 법령 문장 등을 간결하고 명확하며 어문 규범에 맞게 고쳐나가는 사업입니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고,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사업입니다. 최근에도 법제처는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법률 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고친「상속세 및 증여세법」등 55건의 개정 법률안을 상정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고 있는데, 정부 한 켠에서는 어려운 영어 형용사를 법령에 적는 입법안을 예고하여 같은 정부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영어 광풍이 불어 영어를 아는 사람이 많다 한들 우리가 일상 쓰는 우리말과 비길 수가 있겠습니까.

이번 법령 사태뿐 아니라 우리말은 우리 글로 적어야 우리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다른 사업에서도 불필요하게 외국어로 범벅되는 사례들을 볼 때마다 속이 불편합니다. 무슨 로드맵, 한강르네상스, 쉬프트, 마이스터고, Wee 프로젝트,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 법령에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법령에서 일본 냄새를 없애야 합니다. 일본법을 바탕에 두고 법을 만들다 보니 법조문에서 일본 용어와 일본식 표현이 자주 나타납니다. 일본 법의 토씨까지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법령도 있고, 심지어 우리 헌법 전문과 조문에서도 일본식 표현인 ‘...에 있어서’가 여러 번 보입니다. 주권국으로서 낯 뜨거운 노릇입니다. 우리 헌법에 있는 일본식 표현을 빨리 우리말로 고쳐야 하겠습니다.

우리 법령은 어렵고 애매하게 작성되어 있는 것이 여전히 많습니다. 한 조문을 무지 길게 적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해당 법령에 적으면 될 것을 굳이 다른 법령을 인용하기도 하며, 그나마 인용되는 것의 표시가 불명확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일반인은 물론 그 분야 전문가까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문이 숱합니다. 그런 법령을 보면 법률가 밥 먹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는 불평을 살 만합니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법은 쉽게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를 사용하여 법을 규정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이해하기 어렵고, 애매한 문장 때문에 분쟁이 생기고, 법률가를 찾아야 한다면 국력을 크게 낭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법을 어렵게 적어 좋을 이유 별로 없습니다. 누가, 왜 법을 어렵게 만들려고 할까요?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www.ccbg.or.kr)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www.feelsci.org )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다비 (99.XXX.XXX.163)

노숙인이나 홈리스나 의미는 똑 같습니다.
길에서 잔다는 거나, 집이 없다는 거나 결국은 같은 뜻인데
왜 바꾸어야 하는지..

전 이상하게 노숙인이란 말이 나쁘게 들리지 않아요.
오히려 한국적 정서가 들어있는 비록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노숙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말이라
차라리 정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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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0 0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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