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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방석순 프리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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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갑과 CD케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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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음반가게에 들렀습니다. 여러 날 별러오던 CD 하나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볼쇼이합창단이 부른 러시아 민요인데, 어느 날 친구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카펫에 나지막히 깔려 흐르는 화음이 너무 좋아 메모해 두었던 것입니다. 사이사이에 우리 가곡도 몇 곡 끼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물론 우리 합창단처럼 명확한 발음은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남녀 각 파트가 마치 고운 비단 짜듯 교차하며 엮어가는 하모니는 몽롱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게 선반에는 너무 많은 CD가 진열돼 원하는 CD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CD의 무단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계산대에서의 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인지 액자틀 모양의 잠금장치가 CD를 감싸 내용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갖고 싶었던 음반이나 CD를 손에 쥐고 집에 돌아올 때의 감흥은 누구나 그 음악을 직접 들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은 참지 못하고 당장 CD 케이스를 감싼 셀로판 포장지를 뜯어 우선 곡에 대한 설명문이라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셀로판 포장지 어느 귀퉁이에서도 손쉽게 떼어낼 수 있는 매듭이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럴 땐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1만 5천원 내외의 거금을 받고 파는 문화상품의 포장이 겨우 이 모양인가 싶기 때문입니다. 한 갑에 2~3천원 하는 담배와 비교하면 더욱 한심스럽고 짜증이 납니다. 어느 날 버스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청년 하나가 담배를 사들고 나왔습니다. 청년은 제가 타야할 버스를 기다리는지 연신 찻길을 살피며 아무런 의식 없이 담배 갑을 싼 포장지를 뜯었습니다. 얇은 셀로판 포장지는 가볍게 뜯겨져 청년의 손을 떠나 하늘하늘 인도를 날아다녔습니다. 긴 담배를 입에 물고 두어 번 힘차게 연기를 빨던 청년은 기다리던 버스가 다가오자 또 한 번 아무 의식없이 담배를 퉤 뱉어내더니 잽싸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빨간 불이 붙은 담배꽁초(?)가 인도 위로 뒹굴었습니다. 문득 길거리에 담배꽁초, 휴지 조각 버리는 것도 고용창출이라고 억지 부리던 어떤 한심한 친구의 말이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CD를 살 때마다 그 비싸고 고상한 문화상품을 담배처럼 편리하게 열어볼 수 있도록 포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차피 길거리에선 들어볼 수 없으니 길에다 포장지 날리지 말고 집에 가서 열어보라는 배려일까요. 반대로 국민 건강을 위해, 또 화재 예방을 위해 갈수록 규제가 심해져가는 담배 갑이야말로 아무데서나 함부로 뜯을 수 없도록 CD처럼 단단히 포장하면 어떨까요. 정말 국민 건강이나 화재 위험을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도처에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건물 전체가 금연 빌딩으로 지정되어 가면서 때로는 복도 구석이나 현관 밖으로 쫓겨나 담배를 피워야 하는 애연가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비난받을 이유없는 기호품에 대한 박대치고는 너무 하다 싶기도 하고, 그러나 아직도 버스 정류장에, 공원 벤치 옆에 수북이 쌓이는 담배꽁초나 길거리에 날아다니는 담배 갑과 포장지를 보게 되면, 더구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불붙은 꽁초를 길거리에 내던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담배만은 안방에서 가위로 잘라내야 할 만큼 단단히 포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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