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모이면 땅 넓이가 얼마일까요. 1평방미터에 1명이라면 100만 평방미터, 2명이라면 50만 평방미터가 필요하죠. 미 캘리포니아 대 신문방송학과의 허버트 제이콥스 교수는 군중의 계산은 단위 면적당 사람의 밀도와 넓이를 곱한 것이라면서 밀도 낮은 집회는 인당 0.9평방미터, 밀도가 높은 집회는 0.405평방미터라는 산식을 고안했습니다. 
1956년 5월 3일 한강 변 이촌동 백사장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해공 신익희 선생의 생전 최후 유세에 30만~50만 명이 몰렸답니다. 그 무렵 내가 본 한강 백사장은, 강폭이 좁은 물을 따라 한없이 넓었죠. 당시 서울 인구는 150만 명이었습니다. 

100만 명을 모으려면 세종대로처럼 폭 100미터인 길에 인당 0.9평방미터로 계산해 약 9킬로미터, 서초동 검찰청 근처에서 출발한다면 송파구로 한참 나가야 할 겁니다. 0.4평방미터로 쳐도 4킬로미터는 필요합니다. 

2019년 9월 30일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친여 김어준의 방송 프로에 나와 9월 28일 밤 서초동 조국 지지 집회 참가자들의 숫자가 “딱 보니까 100만(명)짜리 (집회)”라고 했습니다. 드론으로 센 걸까요? 머니투데이는 9월 29일 참가자들이 반포대로의 서초역∼서초경찰서 인근 누에다리, 서초대로의 서초역∼교대역 구간 등 총 1.6㎞에 모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견적이 나오죠. 

들고나는 군중이 있었다고 해도 그의 단언은 비과학적이었습니다. 당시 MBC 노동조합(비언론노조)은 자사 보도를 감시하는 공감터에서 “아득한 절망이 느껴진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합리성을 무시하는 전근대로 추락하게 되었나? 박성제의 ‘감’과 궁예의 ‘관심법’이 합리성과 객관성을 유린하는 비이성적 사고라는 점에서 얼마나 다를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주최측은 150만 명이라고 했다는데요.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초동 좁은 골목에 200만이 모였다면 광화문(조국 규탄 태극기 집회)엔 2,000만 명이 모였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해방 이후 최대 인파 집회"였다고 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숫자놀음에 정치권이 국민을 거리로 내몬다"고 비판했죠. 
보도는 팩트로 해야지 정치의 파도를 타면 가짜뉴스가 되기 쉽죠. ‘광우뻥’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박 국장은 2020년 2월부터 3년간 MBC 사장으로 근무했습니다.

2017년 대선 직전 MBC 사옥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의 100분 토론은 딴판이었죠. 문재인 후보는 질문 답변도 아닌데 MBC가 탄핵 반대 집회를 찬양했다며 언론 적폐 청산이 중요하다고 맹공격했습니다. 안희정 후보가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그의 집권 후 배현진 앵커나 김세의 기자가 밀려났고 배 앵커는 송파을에서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최근 문화일보 사회,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지낸 박 민 씨가 KBS 사장이 되자 KBS를 노리개로 삼았던 좌파들이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편향된 KBS 보도를 시정하려면 외부 수혈이 필요하죠. 실례로 대통령실이 올해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KBS 시청료 2,500원 징수를 한국전력 요금에서 분리하자는 데 찬성한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KBS가 시청료 값을 못 하고 있으니 나의 적은 돈이나마 분리 징수시켜 압박을 가하자는 항의였다고 봅니다. 

박 사장은 취임 즉시 이소정 9시뉴스 앵커를 바꾸고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폐지했습니다. 나는 공공재인 공영방송 뉴스가 개인기 놀이터로 되는 게 싫습니다. 뉴스가 정파의 집권에 따라 편파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은 자유민주의 역사를 쌓아가야 할 나라에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국가적 과제의 설정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KBS엔 정파적인 토끼몰이가 있었습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강규형 이사(현 EBS이사)가 카드로 김밥집 등에서 2년간 327만 원의 식사를 했다고, 강의하는 대학과 자택까지 쫓아가 시위를 벌였죠. 그는 이사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강 교수는 악착같은 결기로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을 냈고 44개월 만에 3심 모두 이겼습니다. 법원은 "KBS 이사 11명 모두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 적발됐는데도 강 전 이사만 해임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판결했죠. 강 교수는 고대영 사장 퇴진의 걸림돌이라 표적으로 삼았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부산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쓴 양승동 씨는 KBS 사장으로 임명돼 논란이 됐습니다. 최근 훨씬 큰 카드 이용액이 문제가 돼 이사장이 해임되자 야당은 방송 탄압이라고 항의했습니다.

문외한이 법인카드 사용의 불법성 범위를 판단하기는 어렵죠. 민주당은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하라고 촉구합니다. 그 야당은 다수 의석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현 9~11명에서 21명으로 2배 늘리는 방송법 개정안도 단독 의결했으나 공정성이 2배로 늘어나는 건 아니죠. 거부권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영을 내건 각종 조직원들의 성향을 국민이 알 수 없어 세금만 더 쓸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법 개정이 “다양성으로 포장한 대국민 사기극, 눈속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야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고 자랑합니다. 

KBS가 어디로 갈까요. 뉴스9는 14일 9시뉴스에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이란 앵커 리포트로 △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후원금 사기 혐의를 받고 도피한 윤지오 씨 9시뉴스 출연 △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관련 보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공정성 훼손 사례로 꼽았습니다. 강원도 산불에 재난방송 주관사로 제 역할을 못 한 것, 윤석열 대통령의 '일장기에만 경례' 오보도 사과했습니다. 

‘검언유착’은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무죄 확정)가 모 여권 인사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며 공모하고 그 여권 인사와 친한 신라젠 전 대표 이철 씨를 수사정보로 협박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괴상한 사건인데 검찰은 유착의 실체가 없다며 한 검사장은 무혐의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KBS 기자는 기소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관심사였던 고 장자연 사건은 그녀와 별 친분 없는 윤지오 씨를 불러와 9시뉴스에 출연시켜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만배-신학림 사건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 참고인을 박 모 검사가 만났는데도 일면식도 없는 윤석열 중수부 검사가 만나 커피까지 타 준 것으로 조작한 뉴스타파를 검증없이 대선 3일 전 인용, 송출해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송은 팩트에 더욱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나는 7년 만에 KBS 9시뉴스를 보았습니다. 과오를 사과하는 모습에서 제 길을 좀 찾아가나 싶었습니다. 앵커 말대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중시 원칙을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면 신뢰는 프랑스 와인의 향기처럼 시청자의 뇌리에 스며들겠지요. 뉴스 보도가 공정해지면 시청률이 높아지고 시청료 분리 납부 움직임도 시들해지게 되니 경영합리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기를 느낀 KBS노동조합은 23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박민 사장에게 짧고 강력히 요구한다! 이대로는 KBS가 정상화되지 못한다. KBS가 수신료 분리징수 대위기로 인해 파탄으로 가기 전에 회사를 망쳐먹은 민노총 세력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개혁 청사진을 밝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라!”

얼마 전에 만난 전 KBS 고위 간부는 긍정적인 변화를 환영하며 아파트 관리실에 신청한 시청료 분리 징수 청구를 취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할까요? 
공영방송 MBC도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