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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통합을 반대하는 이유
최병상 2009년 10월 12일 (월) 00:27:48
양지바른 황토밭에선 토실한 고구마가 몸집을 불리고 들녘에선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뤄 모처럼 가을의 정취에 취해 있는데 목포시가 또 무안과의 통합을 제안해 찬물을 끼얹습니다. 1994년 처음 제안한 이래 벌써 다섯 번째 시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한 번의 겨루기로는 성이 차지 않아 세 번까지 겨뤄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소위 "삼 세 번" 말입니다. 그런데 목포시는 15년 동안에 5회의 겨루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자 얼씨구나 하며 또다시 통합하자고 조르는 겁니다. 이번엔 ‘천사(1004)’의 고장 신안군까지 포함하여 세 자치단체를 하나로 통합하자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무안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결같이 반대합니다.

첫째, 민주주의에 역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중앙집권적 개발독재에 넌더리를 앓으며 1960년대 잠시 실시되었던 지방자치제를 30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획일적 통제 중심의 행정이 상당한 양적 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통제 중심의 개발행정이 갖고 있는 한계에 직면하고 무한경쟁시대라는 국제사회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보다 인간적인 생활의 개선을 위해선 분권적 자치활동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에 따라 지방자치를 꽃피우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방의 문화, 지방의 미래를 지역민 스스로가 풀어가는 자치권은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고 귀합니다. 유럽의 칸톤(canton)과 일본의 촌(村) 중엔 1만 명 내외의 인구를 가진 곳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시(市)와 군(郡)은 평균 인구가 20만 명이 넘고 제가 살고 있는 무안군은 7만 명이 넘습니다. 우리의 지방자치단체는 세계적으로 볼 때 결코 작은 행정구역이 아닙니다. 행정구역의 광역화는 기능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이지 민주주의적이 아닙니다. 지역의 특성과 자치기능을 마비시키는 통합의 논리는 결코 자치의 논리가 아닙니다.

둘째는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는 단체장이 축소되면 편하겠지만 지역의 숙원과 민원은 소외당하고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외면당할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26만 명의 목포시민만 지지하면 아무 문제없이 시장으로 당선되는데 어떤 후보가 7만 명의 무안과 4만 명의 신안을 돌아보겠습니까? 무안과 신안을 위한 일을 하려 해도 22명의 목포시 의원들이 반대하면 7명의 무안 의원들과 10명의 신안의원들은 강 건너 불 구경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똑같은 1억 원짜리 사업을 해도 목포시에 하면 1만 명에게 칭송을 듣지만 무안이나 신안에 하면 겨우 2, 3백 명이 좋아할 테니 어떤 시장이 어촌이나 산골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더구나 신안군은 유인도가 73개, 무인도가 931개나 되어 1,004개의 도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연 목포시장이 두루두루 살필 수 있겠습니까? 자연히 농어촌관련 부서는 축소되고 인원도 감축될 것입니다. 더구나 인구는 37만 명이지만 면적은 서울의 1.8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어떻게 촘촘히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셋째는 행정의 효율성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도시와 육지와 도서가 한 행정구역이 된다면 이전투구로 행정의 난맥상이 드러날 것입니다. 경제활동의 영역이나 생계수단이 상이한 세 지역이 서로 ‘내 상에 감 놓기’를 하려고 다툴 테니까요. 이렇게 합해서 다투기보다는 서로의 특성을 살리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상호 유기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현행 자치법 내에도 지자체간의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광역적 사업을 펼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도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도시인구 비율이 80%를 넘어서게 되면 역도시 현상이 일어나 대도시는 밤엔 텅 빈 거리가 되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100명중 87명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농어촌을 인근 도시와 통합해 대도시를 지향하는 것은 반시대적이고 반환경적입니다.

후손들의 영원한 식량창고인 논과 밭에 빌딩을 세우는 것은 결코 발전이 아닙니다. 아이엠에프 금융위기를 불러온 김영삼 정부의 최대 실패작인 도농통합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합니다. 쌀값 하락으로 풍년을 반납하고픈 농심을 달래기는커녕 인근 도시에다 내팽개치려는 도농통합은 제발 그만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병상씨는 한국기독교농민회 총연합회 사무국장과 3대 지방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고향인 전남 무안군 몽탄면 학산리에서 쌀농사를 하며 꿀벌을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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