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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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시티

김영환

2009년 11월 26일 (목) 08:15:00

지난 9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韓伊 수교 125년 만에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방한했습니다. 체한 기간 중 이 빈객에게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영종도 ‘밀라노 디자인 시티’ 이탈리아 디자인 및 다빈치 전시관 개관식에 참가하는 일정도 들어있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2003년8월 당시 재정경제부가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지정했습니다. 면적은 209평방킬로미터(6,330만 평)로 서울의 3분의 1, 세종시의 약 3배 규모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영종도 138평방킬로미터, 송도국제도시 53평방킬로미터, 청라 17평방킬로미터이며 계획인구는 세종시와 비슷한 51만여 명입니다.

밀라노 디자인 시티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하여 영종도 3.7평방킬로미터 부지에 각종 첨단 전시장과 디자인 산업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죠. 현재 관련된 외자 유치는 40만 달러.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가 지금껏 몇 억 달러 정도의 외자유치 계약에 성공했을 뿐인 점을 본다면 일이 계획대로 잘 풀려 나갈지 걱정됩니다.

최근 정부는 전국 6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외자 유치 부진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외국 병원과 대학 유치 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거의 고층 아파트만 치솟는 실정입니다. 2,000억원 가까이 들어간 송도국제학교는 건물을 완공했지만 외국인 학생도 모자라고 운영 주체도 못 정해 개교를 못 하고 있죠.

정부의 지원이 미미하다 보니 인천시는 지역의 대학교를 송도에 지어주었습니다. 대신에 옛 캠퍼스를 받아 이를 개발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지자체에서 조성한 소지(素地)를 사업자들에게 팔고 이들이 아파트를 분양해서 얻는 수익으로 다른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한다는 구조인데 인천시는 기업 유치가 어려우니 귀한 사업자들에게 집이라도 마음껏 지어 분양하게 한다는 고육책인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건의한 실정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광대한 바다를 메운 이유가 대학교 캠퍼스나 고층 아파트 건설에 머문다는 실상은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에겐 일자리를 창출할 생산과 연구개발 시설로 국부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것인데요… 송도 영종이 변변한 기업유치 없이 허허벌판인데도 인천시는 최근 강화도 남단 2개 면도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언제 될지 모르지만 묶고 보자는 행정만능 발상이죠.

하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강화도, 개성을 연결하는 한강 하류 길목에 ‘나들섬’이라는 인공 섬을 만들어 남북한 경제교류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으니 남북관계가 제 궤도를 찾는다면 북한과 인천공항을 직결하는 이곳의 가능성은 마냥 높아지는 것이지만 재원이 문제입니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연결하는 데도 5,000억원 이상의 건설비가 필요한데 강화 섬에도 하늘을 찌르는 고층 아파트의 거품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방식이라면 단군 시대부터 내려오는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의 존재에 치명상을 가할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경제자유구역조차도 외자 유치에 선전 효과가 큰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은 수도권정비법 개정안을 여러 건 제출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아예 법 폐지 촉구를 결의했죠. 수도권이 국가경쟁력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수도권 역내총생산(GRDP)성장률이 바닥권으로 추락했으며 이것이 국가경제 침체와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반면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은 전국 최고의 경제 성장을 구가 중이죠. 김문수 경기 지사는 수도권 규제가 50조원의 투자를 무산시켰다고도 말합니다. .

최근 세종시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디자인 산업도 육성한다는 구상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24시간 내에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갈 수 있는 국제 허브 공항에다 국제 항구를 지척에 둔 영종도가 표방한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허허벌판에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이 한심합니다.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 건설은 말뿐,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신음 중입니다. 400평방킬로미터의 군산새만금경제자유구역은 어떻게 채울 것인지요? 거긴 대기업도, 녹색 산업도, 자족 개념도 필요 없나요? 균형발전의 대명사처럼 위장한 세종시에는 50만 명이 안 살면 안 되는 도시라도 되는 것처럼 변변한 논리도 없이 온갖 특혜를 주어 ‘블랙 홀’처럼 타 시도의 진기(眞氣)를 빨아들이려는데도 다른 시도가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결코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세종시는 디자인 산업 육성이 아니라 도시의 기본계획 디자인부터 다시 해야 할 것입니다. 세종시는 거대한 옷에다가 억지로 몸을 맞출 게 아니라 몸의 크기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난 뒤에 도시 규모를 책정하란 말입니다. ‘좋은 것은 다 한다’는 망상을 버리고 지역 특성에 맞는 과학교육, 과학연구 벨트로 엄격하게 차별화하고 땅이 남으면 원 지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의 공멸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로 이 나라의 발전을 원한다면 노무현 식의 정치적 ‘배급’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국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