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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신아연 2009년 12월 09일 (수) 01:19:33
요즘 저는 ‘물 만난 고기 같다’는 소리를 이따금 듣습니다. 어떤 분은 ‘신문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도 합니다. 진의가 어쨌거나 귀에는 달콤하게 들립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렸듯이 최근에 저는 젊었을 때처럼 다시 ‘신문쟁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신문사의 퇴근 시간은 다음 날 새벽 1시, 늦으면 새벽 2시, 3시일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호주 한국일보>는 한국의 <한국일보>와 동시에 발행되기 때문에 한국 본지에서 먼저 마감을 하고 시드니로 기사를 전송해 줄 때까지 밤늦도록 기다리다 보니 그렇습니다. 여름 시드니는 한국보다 두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호주 동포들이 한국 독자들보다 오히려 더 빨리 조간을 받아본다는 사실이 신문 만드는 일을 더욱 ‘익사이팅’ 하게 합니다.

분위기가 이쯤 되니 우리나라 고3 교실에서처럼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표현이 우리 신문사에도 어울립니다. 집보다 직장에 나와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피곤한 줄 모르고 즐겁기만 하니 이런 걸 두고 소위 ‘열정’이라 하나 봅니다. 새삼스레 사전 검색을 해보니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이라는 풀이가 제 맘에 쏙 듭니다.

젊지도 않은 나이에 고생을 사서하다시피 하는 것에 신문의 사명이니 기자 정신이니 하는 거창한 의미를 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겨우 하루 수명에 불과한 물건’을 만들자고 잠 안자고 설쳐대는 건 순전히 그 일이 좋기 때문입니다. 좋으니까 재미가 나고, 재미가 나니까 집에도 안 가고 자꾸 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재미는 열정의 씨앗’이라 할까요.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냐 ‘면 ‘내 자신을 위해 울린다’ 이 말입니다.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모든 종은 스스로를 위해 울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성하고 거룩한, 고결하며 이타적이기까지 한 어떤 행위일지라도 출발의 동기와 가속화와 지속성은 결국 자기가 그 일을 좋아하는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가슴 밑바닥에서 계속 지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열정, 그것이 바로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쾌속하게 달리면서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비결일 것입니다.

몇 년 전, 계약직으로 잡지 편집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사장이 “ 어떤 집에 가보니 우리 잡지가 라면 냄비 받침으로 쓰이더라” 며 투덜거렸습니다. 돈 들여 만든 사람 처지에서야 자기 잡지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낼 건 또 뭐랍니까. 내가 내 종을 열심히 울렸으면 그만이지, 남까지 내 종을 울려줘야 할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급기야는 “잡지 만드는 돈은 내가 다 내는데 글 쓰는 사람들만 이름을 날린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한 집안의 주부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게 꼴사나워 밥하기가 싫어졌다고 하는 것처럼 우습게 들리지 않습니까. 그게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얼마 후 그 잡지사는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공기(公器)로 인식하는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광고 따기에만 열을 올리는 걸 보며 ‘본질을 훼손한 열정’은 ‘생색’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평생을 장애인을 돌보며 헌신하고 계신 목사 한 분을 우리 신문에 소개했습니다. 그 분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심신 장애아와 씨름을 하며 연신 싱글벙글이었습니다.

“무엇이 목사님으로 하여금 이렇게 힘든 일을 계속하게 하는지요?” 저의 물음에 “ 힘든 거 하나도 없습니다.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겁니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장애인 돌보는 게 재미있다’, 그 또한 열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목사님도 저처럼 재미있으니 좋아하고 좋아하니까 계속하는가 봅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무대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하는 여고생을 만났습니다. 왜 그 일이 하고 싶냐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라고 가뿐히 대답했습니다. ‘근데 그게 왜 재밌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재밌으니까 재밌지.”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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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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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121.XXX.XXX.173)
종은 누군가가 치지만 울긴 자기를 위해서 운다. 말이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종이 무슨 죄가 있다고 맨날 남만 위해서 울까요. 무슨 전생에 잘못이 있어서 그렇겠습니까.자기도 울고 싶어 우는 날이 많지않을까요. 어차피 정답은 없는 갓이 아닙니까. 나는 나를 위해서 있다 너무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니냐고 공격은 하지 마세요. 우리들 존재의 깊은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도 답은 없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그래서 말입니다. 지금 나타나있는 한가지 믿음만 헌법 처럼 모시고 살지는 말았어면 합니다.
신아연 선샹님의 즐거운 일도 선생님의 종소리가 아닙니까. 그 종소리가 먼저 선생님을 흔들고 그 여파가 멀리멀리 전파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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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 14: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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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훈 (203.XXX.XXX.182)
재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 재미를 가지고 하는 일은 더 이상 일이 아닙니다.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니까요. 살아오면서 어떻게 일이 즐거워지는 지 한가지 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리를 모르더라도 무의식 중에 터득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연히 어떤 일을 했는데, 그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을 때 사람들은 그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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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1: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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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제가 글에서 더하고 싶었던 말을 선생님께서 하셨네요. 얼마 전 새로 산 귀이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그 까짓' 귀이개, 할 수도 있지만, 손에 잡히는 부분이 얼마나 편안하던지, 미끄럽지도 않고 투박하지도 않아서 쓰기에 아주 맞춤했답니다.

이런 '하찮은'물건에도 열정을 보일 수 있는 사람, 그렇게 편안한 일터를 주는 나라가 되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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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2: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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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52)
의무감이나 신심에서가 아닌 그야말로 스스로 재미있어 일을 하는 사람!
최고의 경지에 든 사람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지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자기 일에 재미를 붙이고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음 좋겠습니다.
소위 평생직장으로 여겨야 애사심도 생기고 열정도 발휘하며 재미를 붙일텐데 비정규직이라면 도저히.......
농민도 중소기업인도 자기 생산품이 제가격 실현이 될 때 비로서 자기를 위하여 종을 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보편화 되어 국민 모두가 자기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 신나는 대한민국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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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07: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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