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한국은 닭의 부리와 같다
김수종 2007년 02월 28일 (수) 13:22:52

오늘은 중국여행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중국 사람과 나눈 잡담인데 좀 시시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만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설 직전 일행 몇 명과 함께 중국 깐수성(甘肅省)의 란저우(蘭州)를 여행했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 중국을 가본 적이 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부해안만을 보았기 때문에 중국내륙의 모습은 어떤가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란저우는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황하 상류에 있는 도시입니다. 옛날엔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의 길목이었고, 지금은 중화학 공업도시이자 위구르 자치구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우리 일행은 그곳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저녁초청을 받았습니다. 4명의 깐수성(甘肅省) 토박이 40대 지식인들이었습니다. 모타이주가 가득 든 술잔을 테이블에 두드리며 중국식의 환영 건배를 했습니다. 방문목적과 관련한 대화가 있기 전에 덕담이 오갔습니다. 중국말과 한국말로는 서로 통할 수 없었지만 통역과 영어와 한자필담이 적절히 배합되니 그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첫 번째 화제는 단연 한류였습니다. 한국 사람은 어디를 가도 ‘한류’를 확인해보려 합니다. 일본에선 욘사마, 베트남에선 장동건, 중국에선 김희선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들 중국학자들은 아니나 다를까 ‘대장금’이 인기가 높았다며 이 영애를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김 희선 얘기로 이어졌습니다.
슬쩍 화제를 돌려보았습니다. “나는 중국 여배우 궁리가 멋있다.”고 했더니, “궁리는 중국적인 여자가 아니다”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럼, 쟝쯔이는 중국적인가?”
한 사람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중국인들도 동조하는 듯했습니다.
우리 쪽에서 “한국에서는 요즘 가수 비가 가장 인기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학자들은 “그건 우리 애들이 무척 좋아하는 가수”라고 반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류가 중국에서도 세대별로 층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날 밤 란저우 시내 번화가를 산책했습니다. 한글 간판이 걸린 꽤 큰 옷가게와 미장원이 보였습니다.일행은 한국가게가 있다며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한국사람 가게가 아니었습니다. 한류가 만든 ‘한글’ 브랜드의 힘을 장사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부 해안지대의 경제발전이 서부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빨리 한류는 중국 내륙도시로 전파되어 가는 듯 합니다.

그날 중국학자들과 오간 두 번째 화제는 한중관계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인사치례인지 모르겠으나 중국은 한국을 통해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닭과 그 부리에 비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닭의 몸통모양을 하고 있다. 한국은 닭의 부리와 같다. 닭이 먹이를 쪼아 먹는 부리는 참으로 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그런 비유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중국과 한반도를 입과 입술에 비유하는 것은 익숙한 화법이지만 닭의 몸통과 부리로 보는 것은 아주 독특한 시각이었습니다.
지리적 친근감을 표현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좋게 해석도 했지만, “이 사람들이 중국의 일부로 보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 온 후 그 중국인들의 말이 기억에 떠올라 세계지도를 꺼내어 중국국경 선을 따라 주의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한반도까지 포함시키니 신기하게도 닭의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그게 중국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각인지 모르나, 보는 눈에 따라 중국과 한반도를 한꺼번에 보면 모양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반도 지도를 보며 상상하는 형상이 떠올랐습니다. 옛날에는 토끼에 비유하기도 했으나 그건 일본사람들의 시각이라며, 대개 호랑이 형상으로 보며 긍지를 느낍니다. 특이한 것은 주변국을 포함한 형상을 찾아보기 보다는 그런 것은 무시하고 한반도만 떼어내어 단독으로 형상을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자국국토의 모습을 어떤 동물형상으로 생각하고 대륙과 어떤 맥락을 짓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래 전 일본 동경의 한 대학 교수 연구실에 갔다가 정말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벽에 걸린 동아시아지도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열도가 동북아를 에워싼 모습의 큼직한 지도였습니다. 일본 위주로 그렸기 때문에 중국은 동북아 쪽 일부만 나오고 한반도는 그 틈새에 답답하게 끼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 교수 방에 걸린 지도가 크게 왜곡되었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지도를 보는 방향이 남에서 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에서 서를 보도록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2호선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가는 지하도에 세계지도를 거꾸로 제작해 단 것을 보았습니다. 꼭 같은 지도인데 전혀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상상(想像) 시각(時角) 시야(視野)가 개인이나 조직은 물론, 민족과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