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져다 주는 황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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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져다 주는 황새

박시룡

2010년 01월 21일 (목) 00:39:08

2013년은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해입니다. 아직 만 3년이라는 세월이 남았습니다. 그 동안 야생화 훈련장에서 사회화 훈련, 비행훈련을 마쳐야 합니다. 동시에 황폐해진 자연을 되살려야 합니다. 이 기간은 근 60년 이상 농약 오염으로 찌들대로 찌든 우리 땅을 100% 원상 회복시키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가지씩 해나가려고 합니다.

농사는 자연농법으로 지어야 하고, 논에 비오톱(Biotopeㆍ인공적인 생물 서식 공간)을 조성하고, 논과 논을 잇는 어도를 만드는 한편 농수로와 주변 하천을 생태수로로 연결해 수중 생물들이 살 만한 곳으로 바꾸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황새 방사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충남 예산에서 먼저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황새가 번식을 하면 새끼들은 대부분 예산을 떠납니다. 황새어미는 새끼가 다 자란 그 해 가을쯤 새끼들을 자신의 땅에서 쫓아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새끼들은 다른 곳에서 다시 정착해야 합니다. 자연히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전국 자연을 대상으로 서서히 적용ㆍ실천해 나가게 됩니다.

황새는 출생을 상징하는 새입니다. 바로 아기를 못 낳는 집에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설화에 나오는 새입니다. 이 이야기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출생이란 한자문화권에서는 문자 그대로 '삶을 얻는 것'을 가리키지만, 영어문화권에서는 '어딘가로부터 날라져왔다'는 뜻에서 'Birth'라고 합니다. Birth라는 말의 어원은 '나르다'라는 의미의 고대영어 Beran입니다.

이런 관념은 어린이에 대한 성교육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호기심에 찬 꼬마로부터 출생에 관한 곤란한 질문을 받을 경우, 우리나라 어른들은 흔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대답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시냇물에 걸려 있는 다리를 연상하지만 기실 여기에서 말하는 '다리'는 여성의 다리를, '밑'은 성기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즉 사실대로 말해 주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지혜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황새가 물어서 날라다 주었다”고 말해 줍니다. 왜 출생에 황새가 등장하는 것일까? 북유럽의 문화정서와 관계가 있습니다. 고대 영어 Beran은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유래했는데, 북유럽의 전설에 따르면 창조의 바다에서 떠다니는 태아를 황새가 발견해 사람에게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또 황새는 봄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길조로, 생명의 소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념이 '황새가 아기를 날라다 준다'는 출생 설화를 탄생시킨 배경입니다.

2006년 9월 6일 일본 황실의 둘째 며느리인 기코(紀子) 비가 셋째 아기를 출산해 일본 열도를 환희로 들뜨게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황실은 물론 대다수의 일본인이 지난 41년간 애타게 기다리던 황위 계승권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탄생도 황새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2005년 일본 효고(兵庫)현 도요오카(豊岡) 시에서 황새의 야생방사가 60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5마리의 황새를 처음 방사한 주인공이 천황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秋篠) 왕자 부부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기코 비는 곧바로 임신했고, 바로 천황 계승서열 3위인 아들을 낳았던 것입니다. 그 후 효고현 황새고향 마을은 일본 전국 각지에서 아이 낳기를 원하는 젊은 부부들로 넘쳐났다고 합니다.

독일에는 아이우체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아이우체통의 심볼 마크가 바로 황새입니다. 이것을 본따 일본에서도 황새의 요람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우체통은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신생아를 놓고 갈 수 있는 시설입니다. 작은 상자 안에 밖에서 문을 열고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는데, 아이가 들어오면 전자감응장치가 작동해 달려온 병원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게 됩니다. 물론 이 아이는 나중에 아이 없는 집에 입양됩니다. 아이 낳지 못하는 집에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황새의 뜻과 부합해서 지금도 심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황새의 이런 속설이 맞는 걸까요? 독일의 한 과학자는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 근처에서 발견되는 황새의 수와 출생수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황새의 수가 많은 도시에서 출생아 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황새가 아이를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하고 과학자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습니다. 정밀조사 결과 숨은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인구, 특히 청ㆍ장년 인구의 유입이 증가되고, 그에 따라 출생아 수가 증가하였습니다. 또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주변에 황새를 유인할 만한 먹이가 많이 늘거나 서식처가 증가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율 3년 연속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져 저출산이 국가적인 문제가 돼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장래 노동인력 부족이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 되는 현실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사회분위기로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나이는 몇 살일까요? 통계청 분석 자료에 의하면 1971년생, 그러니까 올해 나이 39세인 분들이 87만5,187명으로 가장 많다는군요. 우리나라 인구가 4,800만 명 정도 되니까 전체 인구의 1.8%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다음은 1970년생, 1972년생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허리를 형성하고 있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이른바 ‘눈물 젖은 IMF세대’라고 해서 외환위기 속에서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세대이기도 합니다. 또 6ㆍ25 전쟁 직후 출생률이 급격히 늘어났던 1955~1963년의 베이비붐 세대도 이제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어 인구 구성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 온 58년 개띠 생들은 의외로 낮은 13위에 그쳤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1971년을 고비로 저출산국가로 전략한 셈입니다. 그런데 1971년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낳고 살았던 텃새 황새가 사라진 해이기도 합니다.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황새 한 쌍이 발견된 후 3일 만에 밀렵꾼에 의해 수컷이 살해됐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더 이상 새끼를 낳고 살지 못했습니다. 우연일까요? 황새가 새끼를 낳지 못하니 아이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자연으로 비상하기 위해 준비 중인 우리 황새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2013년엔 꼭 자연으로 돌려보내겠노라고. 황새가 살 수 있는 땅은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됩니다. 살 만한 세상이 돌아오면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땅에서 황새가 부활하는 날,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대한민국에 아이를 가져다 주는 복도 함께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차덕희 (121.XXX.XXX.151)

다순해 보이는 연구가 광범위한 문제의 해결책이 되네요.바람직한 연구인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군요.힘 내시고 지속적인 연구결과 기대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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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1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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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만 (211.XXX.XXX.129)

박시룡님의 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황새에 그리 깊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부디 황새가 이땅에 돌아오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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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13: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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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23.XXX.XXX.192)

새해, 생명의 황새이야기는 여전히 생명이 살아야 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꼭 성공하셔서 그 과정상의 더 많은 살아있는 이야기 전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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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1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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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민 (211.XXX.XXX.129)

오래 전부터 재미있게 읽어오고 있습니다. 황새의 절멸과 인구 감소를 연결해서 보는 관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황새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게 해주는 교수 님의 글이 마음에 확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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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0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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