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불속행제도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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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심리불속행제도 문제 있다

고영회

2010년 01월 25일 (월) 01:42:20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해 12월초 무분별한 상고(上告)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심리 없이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대개 3심으로 해결합니다. 1심은 지방법원, 1심에 불복할 때에는 고등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하며, 항소심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진실을 가려 주길 호소하는 것이 상고심입니다. 상고심에서는 사실관계의 진위는 다시 가리지 않고 법률을 어긴 것이 있는지를 검토하기 때문에 상고심은 법률심입니다.

‘심리불속행(審理不續行) 제도’는 민사, 가사, 행정, 특허사건과 같은 상고사건들 가운데에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헌법을 부당하게 해석, 법률위반을 부당하게 판단,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따위)가 포함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해당될 때에는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며, 판결이유를 적지 않아도 되고, 선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유도 적지 않은 판결문만 보내주고 본인이 받기만 하면 효력이 생기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호소했는데, 정작 대법원은 사건을 심리하지도 한고, 이유가 뭔지도 밝히지 않고 사건을 끝내 버려도 되는 제도입니다.

지난 해 상고사건은 대법관 한 사람마다 2,150건 정도를 처리했고, 그 중 65% 정도가 ‘심리불속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3건 중 2건은 짤막하게 ‘상고심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는 판결문만 내고 끝내 버린 것이죠.

물론 상고사건이 너무 많아 대법원에 부담이 많이 생겨 이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한 것도 이해합니다. 한 사람마다 2,000건이 넘도록 처리해야 한다니 그 부담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쟁 사건 하나 하나는 본인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사건이고, 우리 헌법은 국민에게 재판으로 분쟁을 해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심리도 하지 않고 잘라버려도 되는 제도는 헌법 정신과 어긋납니다.

특허, 상표, 디자인과 같은 산업재산권 사건를 심리불속행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특허권의 유효나 권리침해를 다투는 사건은 특허요건에 맞느냐, 특허권리 범위에 들어가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법령해석에 대한 다툼입니다. 대법원은 법령해석을 맞게 했느냐를 따지는 심급이고요. 그런데 특허나 상표사건은 법령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법률심 성격의 사건인데도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자를 수 있는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곤란합니다. 특허와 상표사건은 원래 법률심 성격인 것을 감안하여 심리불속행 대상에서 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설령 대상으로 한다 하더라도 심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명백한 것만 대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한 번 싸움이 붙으면 끝까지 간다는 기질도 있어 그런 사건까지 다시 심리할 필요가 없으므로 간단하게 해결할 길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그렇지만 1심과 2심 판결을 수긍하기 어려운 현실도 되돌아 봐야 하고, 심리불속행제도가 악용될 위험도 살펴봐야 합니다. 1심과 2심에서 판결에 믿음이 가고, 그런 판결에 더 이상 항소, 상소해봐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면 끝까지 다투려는 경향도 줄어들 것이고, 결국 대법원 업무량도 줄어들 것입니다. 사건이 너무 많아 만든 제도라 하더라도,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생각하고 진실을 밝힌다는 사법제도의 뜻을 생각한다면 이 제도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므로 빨리 고쳐야 하겠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입니다만, 1심에서는 사실에 맞게 제대로 판단했는데, 2심에서 이러 저런 상황으로 뒤집어졌다면, 1:1 공방을 주고받아 대법원에서 다툴 만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의도적으로 심리불속행 대상이라면서 기각해 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그 억울함과 분노는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요.

전관예우를 막을 제도도 마련하지 않고 있고, 일반인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는 것을 보기도 하면서, 내 사건의 진실이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억지로 업무량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까지 갈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판결의 신뢰도가 높아질 때까지는 법관 수를 늘려서라도 해결하는 게 국민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꼭 진실을 바로잡겠다는 사람들의 상고장을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자르는 제도는 곤란합니다. 정상이 아닌 제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상고심 심리불속행제도의 근본부터 되돌아 봐야 할 때입니다.

고영회 (119.XXX.XXX.235)

변협에서 인지대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1/2을 돌려주도록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 문제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이 주도하여 인지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읽었습니다.
견우님,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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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3 14: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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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 (188.XXX.XXX.175)

1,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며, 판결이유를 적지 않아도 되고, 선고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적지 않은 판결문만 보내주고 본인이 받기만 하면 효력이 생기도록 하는 제도.
... 그러면 상고장 제출시 첩부한 인지대는 반환해 주나요?
할일을 다 하지 않았다면 상응한 인지대는 환불하는 것이 원칙아닌가요?

2,1심과 2심의 판결이 다는 경우에도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3심제의 원칙에도 어긋 나는 것이 아닌가요?

무분별한 상고심을 방지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별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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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09: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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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진 (121.XXX.XXX.202)

동감합니다. 항상 한범주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 범주를 벗어나 그세계를 다시 고찰함으로써 본래의 소기의 목적을 성취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저도 동의합니다. 역시 저 역시 나무와 숲은 삶의 경지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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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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