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세종시로…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국회를 세종시로…

김홍묵

2010년 01월 29일 (금) 01:50:56

‘미생지신’(尾生之信) 고사로 나라 안이 시끌벅적합니다. 국민들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어리둥절합니다. 미생의 처신을 두고 기원전부터 소진(蘇秦)과 장자(莊子)가 찬양 또는 멸시하는 정반대의 해석을 했으니 오늘날 우리가 쉽게 결론지을 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생은 중국 전국시대 노(魯)나라 사람입니다. 천성이 정직하고, 한번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지켰습니다. 어느 날 미생이 정인(情人)과 “내일 밤 개울 다리 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미생은 약속 장소로 나가 밤늦도록 기다렸지만 정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비가 많이 내려 개울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그의 몸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에서 가슴으로 목에까지 물이 차올랐으나 그는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머리까지 물에 잠길 즈음에야 그는 교각에 달라붙었으나 끝내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합종책(合從策)으로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했던 소진이 연(燕)나라 왕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미생을 신의가 두터운 사람의 본보기로 내세웠습니다. “효도하기는 증삼(曾參) 같고, 청렴하기는 백이(伯夷) 같으며, 믿음성이 있기는 미생 같은 사람을 얻어 고굉지신(股肱之臣)을 삼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장자는 “그런 인간은 책형을 당한 개,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 또는 쪼그라진 깡통을 든 비렁뱅이 같은 존재다. 쓸데없는 명분에 구애되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나이,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패거리”라고 혹평했습니다.

그러나 비웃음의 철학자인 장자도 미생의 처신을 직접 비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근엄한 도덕군자인 공자와 큰 도적 도척의 대화 형식을 통해 도척의 입으로 미생에 대한 앞서의 비평을 피력했습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공박하면서 미생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 당내 계파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수정안을 당론화하려는 정 대표가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고집을 장자의 입을 빌려 비판한 것입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인끼리의 언약보다 더 준엄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의 약속은 ‘국민지신’이며 그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입니다.

세종시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논쟁으로부터 잠시 비켜 서 보면 우리는 두 가지 점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행정도시 건설이 진정한 국민의 뜻이었는지, 그리고 여야 간 또는 여당 내의 혈투가 국리민복과 직결된 문제인지입니다.

세종시 건설은 200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여권의 노무현 후보가 군복무 기간 단축과 함께 내놓은 양대 선거공약입니다. 그 덕택에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행정도시 건설 관련 법이 만들어졌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찬성했습니다.

행정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무대접’ ‘핫바지’라고 자조하던 충청도 민심의 향배를 바꾸었고, 충청도의 위상을 한껏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나중에 경기도백이 된 김문수 지사는 이를 반대했습니다. 여타 지역 사람들은 행정부를 양분, 삼분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국가의 위기ㆍ사회적 요청ㆍ국민적 합의와는 동떨어진 수도 분할은 태생부터가 정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이 나라는 극도의 위험에 처하거나 망할 상황이었을까요? 공약 이전에 어느 누구도 천도를 외치며 청원하거나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인 적도 없습니다.

또 하나, 원안과 수정안을 주장하며 이전투구(泥田鬪狗)를 벌이거나, 삭발하고, 장외투쟁을 벌이는 정치인들 중 미생처럼 목숨을 버릴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댱권이든 대권이든 지역이기든, 차기 선거에서 농단(壟斷)을 차지하려는 행태로밖에 비치지 않습니다.

불황ㆍ실업ㆍ부채 등에다 북의 위협, 국제적인 자연 재앙까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도 극복하기 힘든 난제들이 수두룩합니다. 국가 경쟁력이나 국격 향상을 외면한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세종시 논쟁에만 올인하려 한다면 차라리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면 어떨는지….

조원흥 (119.XXX.XXX.235)

대찬성이오! 정말 골치아픈 국회의원들을 몽땅 세종시로 보내 거기서 칩거하며 국정을 논하게 한다면 지금 원안을 주장하는 머저리같은 가짜 국민선량들이 입장을 선회할 스도 있지않나? 라고 짐안도 해보게되오. 진정 좋은 제안이오!

답변달기 ▼

2010-02-04 15:03:39

0		0

강문숙 (119.XXX.XXX.235)

김홍묵 선생님의 칼럼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게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네들이 진작에 머리띠 두르고 지금처럼 결사적으로 외쳤어야죠. 사실 우린(국민들) 그네들의(정치인) 왈가왈부에 헛웃음만 납니다. 그렇게들 중요한 일을 왜 이때까진 가만히 있다가 뭔가 새로운 '꺼리'를 만난 듯이 그러는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리고 그 미생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정치인) 중에 미생 같은 이 하나도 없으면서 그러니 참 어이없죠. 역사의 양면성은 당연한 것, 어느 한 쪽의 생각이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수레바퀴가 혼자 구를 수 없듯이 반대쪽에 서 있지만 함께 굴러갔으면 좋겠어요. 한 바퀴 빼고 혼자 가겠다면 궤도 이탈, 망합니다. 김홍묵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그래서 정말 등불 같은 사람 되십시오^^

답변달기 ▼

2010-02-04 15:02:34

0		0

심명식 (119.XXX.XXX.235)

생각하기도 싫지만 글을 보내주셨으니 몇마디 적어봅니다.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이 잘못된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략에의해 자기자신의 의견(국민의 대변자이므로 자신의 의견이라고하는것이 합당한지는 잘 모르겠음)도없고 하여인의 고집과쓸데없는명분을 //////////////////좆아 국가 장래를 생각지도 않는 그런자들이 국회의원이라고 가슴에 뱄지를달고 핏대올리는모슴 조폭도아닌데 대가리는왜깍고 그러지말고 찬물로 세수나하고 정신이나 차렸으면.... 결국 국민이 우매하여 생긴일 들이니 누구를 탓하겠소만 참 한심한 일입니다.국내외적으로 얼마나 무서운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데 쓸데없는일에 국력을 소모하고 그리고도 월급은 꼬박 꼬박 챙기고 육두문자가 저절로 나오지만 내입만 더러워 질것같아 말도못하고 김홍묵 선생님 저는 일개 작은 중소기업 사장인데 이런 메일 받으면 울화가 나니깐요 그냥 제일이나 하게 내버려 둬 주세요. 안보면 마음이나 편하게요.그간 메일 잘보았읍니다. 국회의원들에게나 가르켜주세요.

답변달기 ▼

2010-02-04 15:01:55

0		0

최흥섭 (119.XXX.XXX.235)

국회를 세종시로 보내면 거기 오염되어 혼탁한 도시가 될거 같네요. 국회를 난지로도 보내는게.. 그나물에 그밥 떡 들어 맟습니다.

답변달기 ▼

2010-02-04 15:00:19

0		0

심재훈 (119.XXX.XXX.235)

이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국회뿐 아니라 한나라당, 민주당등 모든 정당 본부와 의원 사무실을 모두 세종시로 옮기면 더욱 좋겠습니다. 의사당 앞에 자그만한 다리를 지어 미생교라 이름짓고 의원 여러분의 만세지 귀감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답변달기 ▼

2010-02-04 14:59:09

0		0

김윤옥 (210.XXX.XXX.163)

필자께서 쓰신대로 <세종시 건설은 200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여권의 노무현 후보가 군복무 기간 단축과 함께 내놓은 양대 선거공약입니다. *그 덕택에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만 보더라도 이미 국민의 뜻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안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반 정도가 몰려사는 수도권 팽창을 더 이상 방관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행정부가 모두 세종시로 옮겨감으로서 고급두뇌집단이 대거 세종시로 갈 것이며 자연히 그 가족도 함께 옮겨가면 그 곳의 교육 여건도 향상되고 입시율도 올라가고, 당연히 전국토 균형 발전의 한 모티브가 될 것입니다.
교육 여건은 주민들의 질에 좌우되므로 고급두뇌집단이 모이면 당연히 교육열이 올라갑니다. 명문대로 가려면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날도 올 것입니다.
서울에 삼십평대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서민들이 그나마 집값 떨어질까봐 행정 수도 이전을 무조건 반대한다면 그야말로 비극입니다.
그 보다는 내가 낸 세금으로 정비한 금싸라기 땅을 내 허락 없이 헐값으로 재벌들에게 나누어주는 이 초법에 반대해야 할 것 아닙니까???

답변달기 ▼

2010-02-01 14:45:46

0		0

다비 (174.XXX.XXX.104)

국회만 세종시로 이사시키는 것이 훌륭한 방법일 거 같습니다.
오직 국회만...

거기서 국회집기를 때려부시든, 몸싸움을 하든, 고립되어 싸움을 할테니 국민들의
눈과 귀를 피곤하게 하진 않을테니까요.

답변달기 ▼

2010-01-31 13:22:30

0		0

한세상 (119.XXX.XXX.235)

그것 참 좋은 방안이군요.
국회를 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시키죠.
국민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답변달기 ▼

2010-01-29 20:28:34

0		0

차덕희 (121.XXX.XXX.179)

.....................................................................................

답변달기 ▼

2010-01-29 11:53:44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