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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
신아연 2010년 04월 06일 (화) 01:02:11
어제로 4일간의 부활절 연휴가 끝났습니다. 교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시드니 한인 사회는 부활절 기간 내내 집회에 집회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의 유명 목회자를 초빙하여 2백 개에 달하는 한인교회들이 대거 연합한 부활절 행사는 그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호주한국일보에 칼럼을 기고하는 목사 한 분은 "이민자의 땅 호주에서 이태리 계는 커피숍 피자 등으로 사람들의 미각을 '꽉 잡고' 있고 그리스인들은 부동산 업계를 주무르고 있다면, 한인들은 교회를 통해 호주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주객 전도라고, 시드니 인구의 3%도 안 되는 한국인들이 120 년 전 우리에게 기독교를 전한 호주 땅에 되레 복음을 되안기는 역할을 하고, 호주 교회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세들어 있던 한인교회들에게 예배당을 통째 내어주고 있는 형편이니 그 가능성은 이미 실현된 듯 합니다.

지난 주일, 제가 다니는 교회에는 연말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야당대표가 다녀갔습니다. '표밭'을 의식한 존 하워드 전 총리도 선거 전략 차 한인 교회를 방문했을 만큼 "한국인들을 만나려면 교회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에서부터 공공연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양적 성장이 있어야 질적인 것도 기대할 수 있고 자식도 여럿 있어야 그 중에 잘 되는 놈도 나오듯이 기독교인의 숫적 팽창은 그 자체로 좋은 일입니다. 더구나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있는 이민 국가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 정체성이 '신앙인'으로 인식된다면 그보다 더 고상하고 품위있는 평가는 없을 것입니다. '전교민의 전교인화'라고 할지 한인 교회 숫자는 계속 늘고 있으니 호주의 영성이 한인들에게 '꽉 잡힐' 날도 머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기독교의 본질에 비추어 과연 한인 교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가 염려스럽습니다.

대부분 한인 교회는 이민으로 인한 불안정한 생활 기반과 뼛속 시린 외로움이라는 두 가지의 공통 '이민 생리'에 목회의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앙도 자기 연민을 전제로 한 물질적 정서적 기복과 위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높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핵심적 가르침인 '사랑'이 개인과 커뮤니티 안에 갇힌 채 '자기 사랑'의 수준에서 찰랑이는 것입니다. 비록 교회가 술집으로 변하고 있다지만 뱃속부터 크리스천인 호주인들 눈에 우리들의 '자기 사랑, 끼리끼리 사랑'이 자신들이 이해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과는 애초 무관하게 비칠까 두렵습니다. 더 깊게는 신앙을 표방한 한국 커뮤니티와 개인의 이기심 추구로 인식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24시간 중 봉사 활동에 할애한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다고 하지요. 더구나 이 시간은 5년 전보다 1분이 줄어든 것이라 합니다. 봉사 시간 뿐 아니라 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람도 일일 평균으로 따졌을 때 고작 전 국민의 1.7%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5년 전보다 0.5% 줄어든 수치입니다. 더구나 월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단 0.1%만이 남을 위한 시간을 냈다고 하니 부자일수록 더 인색하고 더 이기적이라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하루 평균 화장하고 외모를 꾸미는 데 쓰는 시간은 전 국민이 14분이나 된다고 하니 이러다간 '봉사할 짬 있으면 그 시간에 화장을 하랬다'는 말조차 생기려나 봅니다.

호주한인사회 통계가 아니고 한국 통계라지만 한국에도 1천만 기독교인이 있으니, 인구의 25%인 기독교 신자로 압축하여 같은 조사를 했다 해도 결과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하여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이기적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는 걸 글로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안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자식의 결혼 상대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더러 신앙 좋기로 소문난 한 친구가 그랬답니다. " 아무 염려할 것 없어, 일주일 금식기도하면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으니까." 어떻습니까.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인의 압권'이라 할 만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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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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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
정말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우리가 잘 쓰는 말 중에 *거듭난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에 희망을 걸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신앙 따로 사람 따로로 믿지않는 사람보다 더더욱 강팍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최근에 더욱 사회로 부터 지탄을 받게 된 개신교의 부끄러움을 용서하시라고 기도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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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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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인 (203.XXX.XXX.182)
신아연 기자님 잘 읽었습니다 동의 합니다

저도 영국웨일즈에서 살면서 기독인으로써 늘 이문제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소견은 우리 기독인뿐 아니라 한국인의 국제화 문제로 봅니다

국제화는 정직(honesty) 겸손(humble) 친절(hospitality)로 가는 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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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 12: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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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03.XXX.XXX.182)
선생님의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한국 교회들은 주님의 저주를 받은, 열매는 없고 잎사귀만 모성한 무화과 나무입니다. 그리고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신 방대한 하나님을 자기 자신의 낮은 수준으로 끌어 내리는게 한국의 기독교인들 입니다. 수치스럽습니다. 예수를 믿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이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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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 12: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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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58)
이종완님의 육신의 고통이 너무 심해 죽음이 한 방법이 될 수있다는 논지의 글을 읽었을 때의 심정을 이제 조금 이해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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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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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121.XXX.XXX.151)
세상 어딜 가도 질퍽한 삶의 소리가 늘 있는 곳은 드문 것 같습니다. 믿음이 충만한 가운데 일상을 맞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아연 부국장님의 이번 글을 읽고 많은 희망을 갖습니다.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 종교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따뜻하게 전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있으시기에 답답함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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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15: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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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저는 신앙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을 조금씩 꾸준히 연습합니다. 짧은 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 땅의 생명이 다하는 지점에서 또다른 관계가 펼쳐진다는 것, (흔히 영생이라고 하는)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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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 09: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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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203.XXX.XXX.182)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저도 캘리포니아에서 제 꼬마 아들에 이끌리어 (전도되어의 진짜말) 이민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 한국에와서 안수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고 작년에는 은퇴도 했는데 호주나 미국이나 오십보백보이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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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08: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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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기독교 신앙의 특성상- 공동체 중심, 자주 모이기 등- 이민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맡는 순기능은 좋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성경에 비추어 정화하고 성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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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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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사회구원은 나몰라라하고 개인구원에만 메몰되어 있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자화상이 넘 초라하죠? 미국인들의 교회도 차츰 한인들이 차지한다는데 호주교회도 같은 현상이......예수의 입장에 자신을 복종시켜야 하는데 자신의 입장에 예수를 복종(?)시키는 것은 짜가 신앙인들이 분명합니다.제발 이기적인 예수가 아니라 이타적인 예수,머리로 믿는 신앙이 아닌 가슴으로 믿는 신앙,손 발로 실천하는 신앙인들이 많아졌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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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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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선한 사마리아 인을 생각해 봅니다. 요즘 심방은 아예 안하고 서재에서 책만 보면서 멋진 설교 준비만 하는 목사들이 많이 있지요. 자기 교인이 어떤 고통에 처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설교하러 가느라, 갖다 와서는 다음 주 설교준비 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냥 지나치는 목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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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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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감사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다른 분들도 있겠지요... 문제는 실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자신이 변화되어야 하는데.. 참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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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5: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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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121.XXX.XXX.244)
'자기 사랑'의 수준에서 찰랑거리거나, 아니면 남의 신을 모독하는 무모한 선교로 목숨을 잃거나...기독교인의 양심선언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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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0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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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감사합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못하는 거지요... 선교 문제는 또다르지만 한국 기독교는 말이 무성한 반면 실천이 약한 것이 큰 문제이자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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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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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210.XXX.XXX.253)
상큼하고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해외에 사는 지인들에게 퍼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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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08: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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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감사합니다. 해외한인들의 삶은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위에 의견 주신 인내천님의 말씀을 보면 미국도 한인들이 교회를 '접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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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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