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자동자격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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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자동자격 이중 잣대

고영회

2010년 04월 12일 (월) 02:07:51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가 법과대학 교수에게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입법청원했습니다. 이들 둘러싸고 논쟁이 붙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의견들을 살펴봤습니다. 아마 변호사들의 일반 시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동자격을 줄 수 없다는 주요 이유들은, 어느 직역이든 자기 본분을 다할 때 국가 경쟁력이 커지는 법인데 법학자가 변호사 역할을 하려 하면 곤란하다, 법학자가 변호사보다 더 많이 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법학교수 아닌 곳에 종사하는 법학자와 형평성이 문제된다, 공무원에게 변리사나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판인데 자동자격은 시대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같은 것들입니다.

자격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검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가 시험입니다.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과목을 정하고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것이죠. 필요할 경우 실무연수를 마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는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이 직무입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이런 직무를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변호사 자격을 주어도 되겠습니다. 실제 법학교수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과목들에 대해 충분히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이 확인된다면 꼭 시험을 통하지 않더라도 자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에게는 자격을 어떻게 주느냐보다는 자격을 가질 만한 사람에게 주는가가 관심사입니다.

자격을 줄 수 없는 이유로 든 것들을 보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법학교수 중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변호사 역할을 하도록 허용하면 왜 안될까요? 법학자 중에는 변호사보다 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없다고 단정한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나아가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을 준다면, 변리사가 변호사 자격을 요구할 것인데 주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곤란하다고 둘러대는 것도 군색합니다. 누구든 변호사 능력을 갖췄건 말건 자동 변호사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변호사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변리사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변리사법 3조와 세무사법 3조). 변리사는 몇 개 서류라도 갖추어 내야 자격이 생기지만 세무사는 그것조차 필요없이 완전 자동자격입니다. 그러면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변리사나 세무사 업무를 할 능력이 자동으로 생긴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시험과목에 변리사와 세무사 시험과목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하는데 일부 과목이 겹치는 것이 있지만 시험과목이 많이 다릅니다.

자동자격제도가 불합리하므로 없애려는 제도개선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행정부에서는 법무부와 법제처가, 입법부에서는 법사위가 버티고 있지요. 2003년 말 상임위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에서, 법사위에서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부분을 다시 없애고 본회의에 상정 통과시킴으로써 '억지 밥그릇 지키기'란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법사위는 자구 수정을 벗어나 실체를 고치는 일을 해서는 안되는데 버젓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법사위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라는 비아냥을 받습니다. 지금도 변리사와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법률개정안을 변호사 출신의 이상민 의원이 대표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 스스로도 자동자격제도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학교수에게 시험없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와 세무사 자격을 주는 제도를 없애려는 법률개정안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이유로 극구 막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변호사 자동 자격을 주는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외치면서, 변호사들이 자동자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요. 자동자격이 곤란하다면 지금의 변리사와 세무사 자동자격을 없애는데 동의하십시오. 자동자격이 타당하다면 법학교수를 비롯하여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변호사 자동자격을 주는 것을 허용해야 합니다. 흔히 얘기하듯 내가 하면 사랑이지만 남에게는 불륜이라는 모순에 대한 비난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집니다.

김영식 (119.XXX.XXX.235)

고 영회 변리사님 글은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날카로운 지적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카라카스에서 김 영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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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08: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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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인 (119.XXX.XXX.235)

안녕하세요?
이런 논란이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참으로 세상의 아이러니를 또 한번 보는 듯해서 씁슬합니다. 좋은 내용이므로 적극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정기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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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7: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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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성 (119.XXX.XXX.235)

정말 지당하신 지적 같습니다. 전국 법학교수들의 입법청원 자체가 있었는지 몰랐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기가 막힐 청원이군요.
경제도 어렵고 국내외적으로 이렇게 어수선한 시기에 법학교수들의 그런 청원은 아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널리 홍보하시어 그런일이 없도록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양재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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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7: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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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121.XXX.XXX.244)

밥그릇은 위대한 것입니다. 밥그릇을 뺏기면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굶어 죽으면 철학도 못하고 예술도 못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밥그릇 싸움은 거룩한 성전이지요.

양의와 한의 싸움, 의사와 약사 싸움 때도 느꼈고, 허구헌날 멱살잡고 늘어지는 국회 싸움에서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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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5: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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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응 (119.XXX.XXX.235)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격 부여가 곤란하다면 변호사의 변리사, 세무사 자동 자격 부여도 형평성을 고려할 때 폐지되어야 합니다. 행정부의 법무부, 법제처와 입법부의 법사위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쓰신 글 덕택에 균형 감각을 갖추게 된 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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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5: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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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9.XXX.XXX.235)

변호사들의 이중잣대는 우리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사례이지요. 지성인이라는 변호사들의 비도덕적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자기이익이 중요하면 다른사람들의 이익도 고려할줄아는자가 진정한 지성인이지요. 이같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도록 계속 요구할때 사회정의가 실현되지않를까요? 주장에 공감하며 사회정의가 조기에 실현되길 빕니다. 유 희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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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4: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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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청봉 (118.XXX.XXX.158)

그들의 이중 잣대 아주 옳으신 지적입니다.
모두 아전인수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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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0: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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