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칼럼 | 게스트칼럼
     
멍청하고 미련한 농사꾼
이상대 2010년 04월 27일 (화) 00:59:03
소규모 영농을 하면서 농사철엔 서울과 시골을 분주히 오가고 있습니다. 수확하는 걸 값으로 따진다면 서울에서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사 먹는 것이 훨씬 이익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먹을 것의 일부나마 직접 경작하는 즐거움이 커 제 딴엔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현장을 누가 와 보면 웃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규모가 매우 작고 짓는 방법이 이상(?)하여서입니다. 농약, 비료를 주지 않는 것은 그래도 수긍을 할 것입니다. 요즘 유기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에 워낙 관심들이 많으니.

문제는 비닐 멀칭도 하지 않으니 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며 혀를 찹니다. 그러면서 사서 고생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비닐 사다 덮으면 잡초 발생을 억제하니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그래도 그러지 않는 것은 비닐 속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확 트인 대지에서 마음껏 자라는 것이 유기농산물 못잖게 좋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올해도 주위 분들이 많은 권고를 하였지만 비닐 멀칭은 하지 않기로 이미 결심하였습니다.

또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두릅, 가죽, 옻, 엄, 오가피, 헛개, 복분자, 산초, 고로쇠, 백합나무 등을 적게는 몇 그루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그루 심어 가꾸고 있습니다. 과일이 좋다 하여 여러 종류의 유실수도 한두 그루씩은 기르고 있습니다.

머위, 돌미나리, 씀바귀, 질경이, 돌나물, 비름, 쇠비름, 달래, 들국화, 민들레 등을 이식하여 증식 중입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다양한 종류의 채소류도 심을 것입니다.

각종 식물의 전시장 같지만, 아주 세밀하게 잘 살피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머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앞글이 너무 길었나 싶습니다.

   
  머위꽃  
머위는 가족과 지인들이 좋아하여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이식하여 증식시키고 있습니다. 주거하는 곳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자생으로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머위가 많이 있습니다만 날씨가 좋지 않아 오가기 어려울 때나 급히 필요한 경우를 고려하여 아예 집 근처로 이식한 것입니다.

이식 후 어쩌다 무성한 잡초만 더러 제거하는 등 별로 관리하지 않았지만 잘 자라면서 번식을 많이 하였습니다. 번식은 주로 뿌리로 하지만 씨앗으로도 하겠거니 혼자 막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머위가 어쩌면 작년에도 꽃을 피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순식간에 꽃이 피었다 씨앗이 바람에 흩날려 그 자리에 또 뿌리를 내리는 걸로만 알았습니다만 그런 게 아님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내려가 살펴보니 막 나온 머위의 어린잎 옆에 처음 보는 이상한 꽃송이가 덜 핀 채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것이라 잡초거니 생각하여 손으로 뜯어냈습니다. 잘 뜯기지 않아 억지로 뜯어냈습니다.

하루 지나 다음날 다시 보니 꽃대가 없는 상태에서도 나머지 줄기가 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뿌리를 제거하지 않아 계속 자라는 것으로 생각하여 꽃삽으로 뿌리째 없애기로 하였습니다.

머위가 상하지 않게 꽃삽으로 조심스레 떠내며 가만히 살펴보니 머위 뿌리와 붙어 있는 게 기생식물 같았습니다. 몇 번을 되풀이 살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부지런히 캐내어 버리고 함께 붙어 있던 머위는 뿌리가 다소 부실하였지만 다른 곳에다 옮겨 심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도착하여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였더니 헉! 이를 어쩝니까? 그게 바로 머위 꽃이었습니다.

왜 미련하고 멍청한 짓을 그렇게 용감하게 감행하였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합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론 조금만 이상하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동네 분들에게 물어서 확실하게 알아야 하겠습니다.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 태생의 농업인입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8년 가을부터 전북 무주에 터를 잡아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처음엔 가축, 주로 염소를 방목 사육하다가 정리한 후 지금은 소규모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