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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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김홍묵

2010년 07월 22일 (목) 01:29:44

“우째 이런 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최측근 중 한 사람인 최형우 민정당 사무총장이 딸의 대학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나 총장직을 내놓게 되자 놀랍고 기가 막혀 한 말입니다. 훗날 자신의 아들이 뒤로 돈을 받았다가 구속된 일에 비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토록 개혁과 자정을 외쳐댔지만 윗물이 흐려 아랫물이 맑지 않은(上濁下不淨) 현상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입에 풀칠하기가 급급한 것도 아닌 식자층에까지 바르지 못한 짓거리가 몸에 배 놀랄 일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엘리트들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엘리트란 선발된 사람, 선량, 정예 또는 중추를 뜻합니다. 추상적인 인간 본성이나 심리상태 혹은 기술적인 능력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엘리트는 대중과 대칭되는 특수한 자격을 지닌 개인 또는 개인들의 집단을 일컫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상류층 인사 또는 명사에 속하고 사회의 지도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공명정대하고 사심 없이 청렴하게 국민을 위한 일에 진력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맨발로 칼날 위를 걷듯 몸가짐을 바로하고 스스로의 허물에 너그럽지 않아야 대중을 리드할 수 있고 존경받게 됩니다. 쇠귀에 경 읽기가 될지언정 한심한 엘리트들의 놀라운 행태 몇 가지를 들춰 보았습니다.

△서울 구로구청의 한 6급 공무원은 2001년 친구 집을 방문했다 다친 것을 행사 지원 후 구청으로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로 부상한 것으로 신고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됐습니다. 이후 4,624만원의 보훈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북도의 한 6급 공무원도 2004년 부서 회식 후 사무실로 돌아오다 다친 것을 빌미로 국가유공자가 돼 2008년 3월부터 매월 장해연금 63만여 원을 받아왔고 자녀교육비 800여만 원도 받았습니다.

감사원이 올해 초 ‘공상 공무원 등 국가유공자 등록실태’를 감사한 결과 3,074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993명이 부적절하게 등록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학자금ㆍ취업ㆍ의료비 등을 지원받고, 아파트 분양 우선 순위ㆍ차량 구입 시 면세 혜택도 누렸습니다. 구정물 먹고도 주정할 공복이 이렇게 많은데도, 도둑 달아나는 것 보고 몽둥이 장만하는 꼴이 됐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를 주도했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안티MB카페)’ 운영진이 후원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성금을 자녀유학비, 술값과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합니다. 서울경찰청은 두 달 전 이 카페 김모 총무(45)를 횡령혐의로 구속하고, 백 모(57) 부대표 등 8명을 수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부상자 치료비 명목으로 모은 7,580만 원 중 4,300만 원은 시위자금(2,300만 원)과 사무실 임차료(2,000만 원)로 사용하고, 당초 목적인 부상자 치료비와 위로금은 2,200만 원만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치료비 성금 외에도 1억 8,000여만 원이 모금됐는데 이 돈도 운영자의 생활비ㆍ채무 변제금ㆍ술값 등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경찰 발표가 맞다면 모기 다리에서 피를 뽑는 짓과 다름없습니다.

△39세 판사가 68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일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일이 엊그제 같은데, 막말 검사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들어 정리한 ‘인권상담 사례집’에는 2007년 7월~2008년 6월과 2008년 7월~2009년 6월 검찰과 관련한 상담 신청이 264건과 252건에 이르렀습니다. 대부분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행된 폭언ㆍ폭행들이었습니다.

한 피의자는 검찰 수사관에게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엉덩이와 가슴 부위를 구타 당해 “아파 죽겠다”고 했다가 “뒈져라”는 욕을 얻어먹었다고 합니다. 다른 피의자는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 훈계하려 들어?”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따위의 폭언을 들었습니다. 가는 말이 험해야 오는 말이 고운가 봅니다.

△교육계의 ‘백년지대계’가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전남에서는 지난 달 신임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에게 도교육청 간부와 교장들이 선물 또는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제주의 한 중학교 교장은 여학생들에게 “너 가슴 크다” “데이트하자” “얼마나 컸나 한 번 안아보자” 따위의 성희롱을 일삼다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 머리에 피가 나도록 때리고 발길질과 욕설을 해오다 학부모들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심할 때는 체육실 미닫이문에 머리를 넣고 문을 닫아 부딪히게 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이 학교가 싫어 결석ㆍ조퇴를 하려고 부작용이 심각한 ‘꾀병약(진통제)’을 먹기도 한다니 섬뜩합니다.

△두 달 전 광주(光州)의 한 사립대 시간강사(45ㆍ영문학 박사)가 자살했습니다. 그는 교수 채용 비리와 논문 대필 등 대학사회의 그늘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남겼습니다. 지난 10년간 광주ㆍ전남의 3개 사립대 시간강사로 일해 왔고, 최근 한 달에 140만원가량을 받은 그는 유서에서 “교수와 함께 쓴 논문이 25편, 함께 발굴한 논문이 20편, 학술진흥재단 발표논문 4편등 54편을 내가 썼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국내 대학의 시간강사는 7만 2,000여명으로, 4년제 대학 전체 강의의 5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시간당 강사료는 2만 2,000원에서 6만 4,000원. 시간강사가 교수의 등용문을 통과하려면 1억~3억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시간강사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교육당국도, 대학과 교수들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했을 뿐이겠지요.

△충남경찰청은 연초 농기계 업체로부터 농기계 구입금액의 5~10%를 사례비로 받고 해외여행, 룸살롱 접대 등 1,000만 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천안시 농업기술센터 직원 5명과 1억 원 대의 돈을 뿌린 업체대표 6명을 구속했습니다.

농민들에게 빌려줄 농기계를 구입하면서 업체들로부터 관행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받아온 것입니다.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농민을 돕는 대신 자기 뱃속을 채우는 데 급급했습니다. 천안뿐만 아니라 전북 진안군, 경북 상주시, 경기 광주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농민은 땅을 밭으로 삼고, 관리는 농민을 밭으로 삼는다는 옛말 그대로입니다.

△2008년 봄 근로복지공단 직원 A씨는 직장 체육대회에서 족구를 하다가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수술도 입원도 하지 않고 A씨는 집에서 5개월을 쉬면서 1,610만원을 보상 받았습니다. 치료비가 108만 원, 나머지는 휴업급여(통상 임금의 70%)입니다. 이 공단의 서울 강남지사 직원 B씨는 지난해 4월 서류 상자를 옮기다 철제 선반에 손가락을 베자 치료비 3만 5,000원을 산재로 처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이 공단은 산업재해를 판정ㆍ보상하는 기관입니다. 제 식구 사고엔 유난히 관대해 2005~2009년 5년간 직원들이 신청한 산재 78건 중 27건(34.6%)이 체육대회나 워크숍에서 발생한 부상이라고 합니다. 뼈 부러지고 속 골병 든 근로자들에겐 한없이 엄격하다는 게 산재 환자들의 공통된 불평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고양이들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놓아도 될까요?

장유호 (119.XXX.XXX.235)

위에 해당하는 사람중에 한사람입니다. 저는 화가이기도 합니다만 대학강사이도 하지요. 하루빨리 대학강사들의 처우개선은 시급한 문제이고 절실합니다.시의적절한 언급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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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4 17: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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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니라 쓰레기 강산입니다
힘 있는 기관, 높은 직급,많이 배운 엘리트들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개수작만 벌이고 있으니 울나라 개판이죠 개판~~쯧쯧....
초복은 지났고 중복,말복에 몽땅 잡아버림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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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1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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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제목이 빛나고 위트가 넘칩니다. 내용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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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08: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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