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죄도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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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죄도 죄다

김홍묵

2010년 08월 25일 (수) 01:57:13

지극히 작은 것의 상징으로 우리는 흔히 개미구멍과 겨자씨를 들고 있습니다. 개미구멍은 작지만 홍수 때 제방을 무너뜨려 엄청난 재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겨자씨는 비록 작아도 그 씨앗 크기만한 믿음만 있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MB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세간의 초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위장 전입ㆍ부동산 투기ㆍ병역 면제 등 편법 또는 불법 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이 수두룩합니다. “죄송하다” “불찰이다” “몰랐다”는 사죄성 면피성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위장전입은 실제로 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주민등록을 옮겨 놓는 것입니다. 형식상으로는 단순하고 작은 일입니다. 하지만 고학력 고위직이나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이 쓸 데 없는 짓을 왜 하겠습니까. 그에 따른 권리와 이익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장전입자들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는 자녀 진학과 전학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나라의 주민이라면 지위의 고하, 재산의 유무에 관계없이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다만 위장전입으로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면 그러지 못한 가정의 자녀는 ‘루저’가 되고 맙니다.

토지거래 허가지역에서는 실제 거주자만 땅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장전입자가 토지를 취득했다면 역대 정부가 그토록 막으려던 땅 투기를 자행한 것입니다. 서민들은 번연히 알면서도 꿈도 꾸어보지 못하는데 힘 있는 자, 가진 자들이 먼저 토지거래 허가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면 ‘친서민’이 아닙니다.

선거철만 되면 외지에 사는 혈연 지연 학연 연고자들에게 자신의 선거구로 주민등록을 옮겨 한 표를 부탁하는 후보들이 수두룩합니다. 불과 몇 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경우, 당선자가 끌어들인 수십 명의 위장전입자가 있다면 낙선자는 허파가 뒤집히는 분노와 상실감을 감내해야 합니다. 선량 아닌 ‘위량(違良)’ 때문에.

실거주자만 청약 자격이 있는 주택을 위장전입자가 분양받게 되면 차순위로 탈락한 선의의 청약자는 재산권을 침해 당하고 맙니다. 고위 공직자가 쪽방딱지를 사거나, 편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면, 또 다른 ‘어둠의 자식들’이 생겨나고,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위장전입은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남(약자)의 권리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민등록법 상 위장전입자는 신분과 재산의 차이 없이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5,000명이 넘습니다.

다만 국회의 청문회는 실정법과는 달리 심사와 동의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증할 경우 고발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내정자나 질의하는 의원이나 피장파장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법이 아닌 정치로만 심판하는 우리의 청문회는 21세기 들어서도 찜찜한 뒷맛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에사르는 이름난 바람둥이였습니다. 원로원 의원의 3분의 1이 카에사르에게 아내를 도둑맞았다고 할 정도로 호색한인 그는 당대 최고 실력자 폼페이우스, 자신의 최대 채권자 크라수스의 아내와도 내연관계였다고 합니다. 훗날 클레오파트라와 자신을 암살한 브루투스의 어머니 세르빌리아와도 애인관계였으니 요즘 우리나라 같으면 전자발찌를 몇 개나 차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그런 그가 아내와 전격 이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로마 최고 명문가인 클라우디우스 가의 우두머리인 33살의 푸블리우스가 카에사르의 아내 폼페이아를 짝사랑한 나머지, 여장을 하고 밤중에 주거침입을 했다가 들켜 달아난 사건이 생긴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엄청난 정치문제로 번져 로마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카에사르는 아내와 이혼까지 했습니다.

침입자의 얼굴은 하녀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사건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반대파들이 종교계 최고 책임자인 제사장 카에사르의 직무태만이라고 걸고 넘어져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푸블리우스는 법정에서 카에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우스와 하녀들이 어두워서 침입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증언해 무죄가 되었습니다.

카에사르는 그날 밤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증언할 것이 없었지만, 왜 폼페이아와 이혼했느냐는 동료 법무관(검사역)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카에사르의 아내 되는 여자는 의심조차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 말로 아무도 그에게 더 이상의 증언을 요구하지 않았고, 카에사르는 남부 에스파니아 총독에 임명되었습니다.

자신 또한 명문가 출신인 아우렐리우스의 사려 깊은 증언은 치명상을 입을 뻔 한 클라우디우스 가문을 살렸고, 포용과 배려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후예들은 카에사르가 보여준 ‘공직자의 태도’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법을 중시하는 로마인들은 개미구멍 만한 틈을 두어서도 안 된다는 공직자의 자세를 중시한 것입니다.

위장간첩ㆍ위장취업ㆍ위장결혼ㆍ위장증언…….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위장에 속고 피해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법에 대한 겨자씨 만한 믿음이 있다면 예외도 간과도 없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니까.

김윤옥 (210.XXX.XXX.74)

위장전입, 위장탈세,,,, 모르는 사람이다,,,, 함께 골프는 쳤지만 만난적은 없다?? 우리말로 증언은 했지만 알아듣는 국민은 없는 사회지도층인사들의 궤변을 더 이상 듣고있을 수 없는 요즈음입니다.어쩌다 이지경 까지 타락했는지, 도덕재무장 운동을 벌여야하겠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인문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서민들이 얼마나 정의에 목말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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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14: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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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35)

"카에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우스와 하녀들이 어두워서 침입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증언한 것"은 분명히 위장증언인데, 포용과 배려라 했습니다. 저도 필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 경우는 다른 잣대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잣대로 봐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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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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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적극 동의합니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에는 위장전입 하나 만으로 낙마시키더니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덤으로 덕지덕지 험이 있는데도 어물쩍 넘어가려는 전횡이 역겹습니다. 부도덕 하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보편화 되는 사회라면 막장까지 가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은 작은 탈선에도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위장 전입자들은 구차한 변명하지 말고 수신제가부터 하심이 옳을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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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1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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