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을 멈추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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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을 멈추게 하려면

방석순

2010년 12월 02일 (목) 02:53:23

한동안 인터넷에 떠다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우스꽝스런 자평이 있었습니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을 ‘쪽바리’ 라며 우습게 보는 유일한 종족. 암 사망률, 술 소비량, 양주 수입률, 교통사고, 청소년 흡연율 등 각종 부정적 타이틀에서 3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종족. 외환위기를 2년 남짓한 기간에 간단히 벗어나 버리는 종족. 비쌀수록 많이 사는 미스터리 종족. 해마다 태풍을 맞아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도 똑같은 피해를 당하면서도 대자연과 맨몸으로 맞짱 뜨는 종족…”

다소 엉뚱할 만큼 대담하고 호기부리고 경쟁심 강하고 급하고 욕심 많고, 그러면서도 뭐든 까먹기를 잘 하는 요즘 우리 세태를 자조한 것이겠지요. 그 중에서도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건망증은 정말 국민적인 질병 같습니다.

지금은 자연재해보다는 북쪽의 폭탄 세례로 잠시 놀라고 격앙되어 있습니다만 글쎄요, 이런 심각한 분위기가 한 달이라도 지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잠시 군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질타, 도발에 대한 강력 대처의 주문이 쏟아졌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일상에 파묻혀 똑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굴러갈 것입니다.

전에 북한의 핵 실험이 발표된 날도, 그 다음날도 서울 거리는 태평하기만 했습니다. 모두가 “설마 무슨 일 있겠어요?”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북핵이 일본을 자극하고 주변국들이 덩달아 설치고, 그래서 동아시아 전체의 위기가 고조되어도 우리만은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 후의 서울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염이 되었는지 이젠 해외 관광객들도 명동 거리를 활보하면서 조금도 걱정 않는 눈치들입니다.

그러나 내 목을 언제까지 남의 손에 맡겨 놓겠습니까. 이제라도 좀 진지하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몸가짐을 바로 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해에서는 막 미 항공모함까지 동원된 대규모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그러나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는 이런 훈련이 우리가 원하는 아무 때고 벌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미군이 24시간 우리의 모든 영토를 지켜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한미 합동훈련이 끝난 후를 걱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가 잊을 만한 시기에, 아니 혹시 우리가 잊어버릴까봐 때를 놓치지 않고 또 다른 도발을 해올지도 모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그대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기를 팔아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온갖 규제로 이를 틀어막고 있으니까요. 막히면 막힐수록 군사적인 도발을 도모하는 게 북한입니다. 가진 것도 믿을 것도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그들의 무모한 도발은 역으로 국제사회에 보내는 구조신호인 셈입니다.

불장난에 빠진 북한을 우리의 다정한 형제로, 지구촌의 성실한 이웃으로 불러들이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과 시련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핵을 껴안고 있어도 굶주림과 헐벗음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1989년 구 소련의 어두운 거리가 생각납니다. 공항 입국장 바깥 길에는 이름 모를 꽃 한 두 송이를 양손에 받쳐 든 납덩어리처럼 가라앉은 얼굴들이 한없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의 호주머니에서 푼돈이라도 얻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줄은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빵가게 앞에도, 비누가게 앞에도. 지나가다 사람들이 줄을 지으면 우선 따라 서고 보는 것입니다. 무슨 물건을 파는지도 모른 채.

비가 주룩주룩 오던 날 양복 위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양 걸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우산 파는 가게는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긴급한 서울 통화를 위해 달려간 전화국에서 여직원은 “기다리라” 한마디 하고는 인형처럼 꼼짝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먼저 다녀온 지인의 귀띔이 생각나 내민 스타킹 한 켤레의 위력을 그 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호텔에서 미화 100달러를 주고 바꾼 소련 돈 60루불은 길거리 어디서도 쓸 데가 없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루불 대신 미국산 말보로 빨간딱지 한 갑을 주자 흔쾌히 차를 태워주었습니다. 그리고는 100달러에 600루불을 바꿔주겠노라고 제안했습니다. 아, 소련이 망하는구나,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동구권 맹주였습니다. 미국만큼이나 많은 핵탄두와 미사일과 잠수함과 최신 무기로 세계를 흔들던 나라였습니다. 미국보다 먼저 우주공간에 사람을 쏘아올린 기술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러면 무얼 합니까. 배가 고픈데. 몸이 추운데. 비가 와도 우산 살 돈도, 파는 곳도 없는데. 그것이 저생산 비효율에 눈을 감은 채 무기 개발에만 매달려온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말로였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외치며 공산당을 해체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다시 강국의 지위를 되찾아가는 러시아의 오늘은 찾아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똑같이 일해서 똑같이 나누어 잘 먹고 잘 살자는, 인간의 본성을 도외시한 공산주의 실험은 반세기 남짓 뼈아픈 교훈을 남긴 채 그렇게 허망한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자주’를 외치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핏발선 눈을 흘기면서 칼을 가는 안타까운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안 먹고 국토를 지키려 한다”며 부추기는 무리도 있습니다. 기가 막힌 시대착오입니다.

지금 무리하게 그들이 가진 칼을 빼앗으려 들면 필경 누군가는 다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하루하루 연명할 밥을 건네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일깨워줘야 하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북한에게 지금 그대로는 결코 살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리는 일일 것입니다. 또 달리 마음만 먹으면 이웃한 형제가, 나아가 국제사회가 반드시 그들을 도울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이웃 주변국들이 힘을 모아 지금 당장 나서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그들이 지금처럼 죽어가는 것이 득이 될 리 없다는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김윤옥 (210.XXX.XXX.9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조건 냉전적 사고에 묻혀서 비난만 해서야 그 누구에게도 덕이 되지 못합니다.............절실히 필요한 것은 북한에게 지금 그대로는 결코 살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리는 일일 것입니다. 또 달리 마음만 먹으면 이웃한 형제가, 나아가 국제사회가 반드시 그들을 도울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이웃 주변국들이 힘을 모아 지금 당장 나서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그들이 지금처럼 죽어가는 것이 득이 될 리 없다는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본문의 일부를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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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16: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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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배고픈 동생의 투정에 똑같이 투정으로 대하는 것은 배부른 형이 할 노릇이 아닙니다. 동생집 안마당에서 기회만 주어지면 동생집을 접수하려고 훈련하는 형이 동생의 눈에는 형으로 보여질까요?
생각이 다르다고 핏줄이 다른 외국인을 불러들여 동생 타도를 외치는 것은 당나라를 불러들여 백제를 친 신라의 역사적인 우를 답습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렇다고 무력을 사용한 동생의 투정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들떠서 무기제조업자 배나 불리는 서툰 대처는 삼갔으면 합니다. 그런 어설픈 대처가 아닌 근본적인 대처 즉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값싸고 질 좋은 방법은 도외시하고 비싸고 저질적인 방법만을 외치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세찬 바람으로는 행인의 외투를 결코 벗길 수 없다는 것을 이솝이 가르쳐줬는데 그 책을 못 읽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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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0: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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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38)

불감증에 걸린 국민들의 모습에 항상 조마조마합니다.
불신감은 어디이고 팽배해져있습니다.
우선 교육부터 다시 과거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강력한 국가의 모습을 원합니다.
상황은 다르더라도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반격을 한번 쯤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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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8: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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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75)

차분한 논리의 전개로 글이 마음에 남네요.
소련의 붕괴 과정이 지금도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고르비의 제대로 된 판단력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지요.
왜 우리나라 사람은 단결해야 될때 단결하지 못할까요?.
스포츠에는 열광하면서 정치와 사회 문제에는 무감각 해진 것일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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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4: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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