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티스 경제’의 그늘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허영섭 동서남북

‘호스티스 경제’의 그늘

허영섭

2011년 01월 10일 (월) 02:49:13

카페와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 전국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티스가 대략 14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2010 국세통계연보’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언론에서는 그냥 뭉뚱그려 ‘술집 아가씨’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이 서비스의 대가로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2조 원으로, 한 사람이 평균 1,370만 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통계연보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가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발표된 것보다 종사자도 많고, 유흥가에서 질펀하게 굴러다니는 돈도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만큼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리 사회의 퇴폐적인 향락문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도 벌써 오래 전의 일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호스티스의 규모와 소득을 밝히려는 노력이 처음으로 시도됐다는 정도가 아닐까요.

국세청도 소득신고서의 업종구분코드를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됐으므로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은밀하고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유흥업소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소득신고서를 믿는다는 자체가 순진한 발상입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8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여성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60명에 1명꼴로 호스티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밤거리에 마사지방이나 채팅방, 키스방, 애인방 등의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유혹하는 갖은 업태의 유흥업소들을 생각하면 이번 발표는 분명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여기에 드나드는 여자 종업원들이 과연 어느 만큼이나 통계에 포함됐을까요. 뒷골목마다 흔하게 눈에 띄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아가씨들만 해도 소득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세청 조사가 잘못됐다기보다 우리의 실제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역 주변에 여기저기 나뒹구는 각종 전단지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정해진 요금만 지불하면 말초적인 욕구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터넷 스팸메일을 통해 집요하게 날아드는 성매매 권장 사이트는 또 어떻습니까.

이처럼 유흥업소들이 곳곳에 넘쳐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 ‘호스티스 경제’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접대부들에 대한 직접적인 고용효과는 일단 젖혀놓더라도 업소들이 들어 있는 건물과 그들이 부추기는 술 소비를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와 주류 유통업을 받쳐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몸단장에는 화장품, 고급 의류, 명품시장 등도 상당한 신세를 지고 있겠지요. 이런 연쇄작용을 따지자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특히 최근 불경기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여대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유흥업소에 발길을 들여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술자리에 앉아 분위기만 적당히 맞춰주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다가 점차 본격적으로 섹스산업에 빠져드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입니다. 당국이 집창촌 단속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렇게 은밀히 돌아가는 호스티스 업계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와 선정적인 분위기 탓입니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비뚤어진 생각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텔레비전 화면에 온통 그렇고 그런 장면이 펼쳐지는 까닭에 이로 인한 수치심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맥주집에서 은근히 남자 손님에게 접근해 자리를 옮기자고 꾀어서는 끝내 비싼 양주로 술값 바가지를 씌우는 등 호스티스들의 영업 방식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것은 ‘기업형 룸살롱’까지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정치인과 기업인, 재벌 2세를 비롯한 상류층이 단골로 출입하는 전용업소에서는 외국 유학생 출신이나 연예인, 모델들이 술시중을 든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입니다. 전적으로 고객들의 재력과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거래이므로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밀실에서 주고받는 서비스료의 단위가 보통 이상일 것만은 확실합니다.

일반 유흥업소라고 해서 아무나 호스티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업소들은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만 한다고 합니다. 외모는 물론 학력을 따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하지요. 업소로서도 돈을 벌려고 접대부를 고용하는 것이므로 아무나 들여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손님을 끌어모을 만큼 미모가 뛰어난 아가씨들에게는 선불 지급에, 때로는 승용차까지 제공될 정도로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럴수록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퇴폐영업을 일삼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성년자를 고용하기도 하며 세금을 빼돌리려고 매출서류를 허위로 꾸미기도 합니다. 단속하는 공무원들과 유착이 이뤄지는 것도 그런 때문이겠지요. 앞서의 국세청 통계연보에 유흥업소나 호스티스로 분류됐다고 해서 모두 퇴폐향락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인 선입견은 대부분 그렇게 굳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일정 부분 ‘호스티스 경제’에 의해 지탱되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그늘이라 하겠습니다.

김윤옥 (210.XXX.XXX.103)

돈만있으면 권력도 명예도 살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만든 사회분위기 탓인것 같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 공직에 임명된 사람의 소유빌딩이 퇴폐업소로 사용되고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는데 그많큼 우리사회가 타락한 탓이겠지요.

답변달기 ▼

2011-01-11 23:44:42

0		0

인내천 (112.XXX.XXX.244)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주소입니다
농촌 총각들은 신부가 없어 장가도 못가 어렵살이 제3세계 여성들을 신부로 맞아 다민족사회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니 씁쓸합니다.
언제나 퇴폐적인 써비스산업을 규제하여 우리의 딸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생산영역에서 일할 때가 올런지 걱정입니다!

답변달기 ▼

2011-01-10 19:45:24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