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장밋빛 함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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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장밋빛 함정이었나

허영섭

2011년 04월 06일 (수) 01:17:59

요즘 뉴타운 사업이 전국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업진행 자체가 지지부진한 데다 주민들 사이에도 심각한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뉴타운으로 지정받은 구역 가운데서도 대상에서 해제시켜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시청으로 몰려가 점거농성을 하는 사태까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공청회를 열었으나 몰려든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몸싸움으로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국회도 이 부분에서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증거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다 민란(民亂)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해도 모두 237개 구역이 뉴타운 대상으로 지정받았으나 205개 구역이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719개 구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그 면적으로 따져도 여의도의 10배에 이르는 7,940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도 차질을 빚기 십상인데 어떻게 이 많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뉴타운 사업이란, 한마디로 재개발을 통해 열악한 주택 및 주거환경을 새롭게 꾸미자는 것입니다. 기본 뜻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뉴타운(new-town)’이라는 용어 자체가 묘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여겨집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비좁은 골목길과 산비탈에 주택과 상가가 다닥다닥 들어선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널리 인정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의 18대 총선은 뉴타운 사업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갔습니다. 도시 지역의 후보자 상당수가 뉴타운 지정과 조기 착공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그야말로 ‘뉴타운 선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공약이라는 시비도 없지 않았으나 뉴타운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당선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주민들의 기대도 대단했습니다. 뉴타운으로 지정된다는 한마디에 집값은 뛰어올랐고, 주민들은 덩달아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뉴타운으로 지정받고 못하고가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갈랐습니다. 무분별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은 사업 현실성이 떨어지는 곳까지 경쟁적으로 여기에 뛰어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건물이나 토지를 소유한 조합원들 사이의 의견 차이로 사업진행이 차질을 빚던 터에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됐던 것입니다. 정부로서도 이들 지역의 재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기반시설 지원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뉴타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 경우라 해도 당초 주민들이 바라던 방향과는 거리가 멀게 결과가 나타난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오히려 정들었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도시 서민들로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것이 요즘 뉴타운 반대 시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보다는 주거권과 재산권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뜻이겠지요.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것은 뉴타운 공약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입니다. 다음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돌발변수가 겹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마당에 뉴타운 사업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발목이 잡혀버린 것입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오히려 뉴타운이 악재가 될 것이 틀림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해법으로 내놓고 있는 방법들이 터무니가 없습니다. 뉴타운의 기반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을 더 확대하도록 한다거나 뉴타운 대상지구에서 해제될 경우에도 개발조합이 사업추진을 위해 쓴 돈의 일부를 정부가 메워주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실현성이 확실하지 않은 공약으로 재미를 봐놓고는 이제 와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해결하자는 얘기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거나 반성하는 기색도 없이 너무 당연한 듯이 나서는 용감한 태도가 부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뉴타운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떳떳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의 책임을 일반 국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습니까. 뉴타운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원칙 테두리에서 당사자들이 풀어가야 합니다.

정부로서도, 비록 늦긴 했지만 뉴타운 사업을 과감하게 재정비해야 합니다. 개발사업이 시급하지 않은 구역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 별로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조속히 철회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안입니다. 이미 사업이 시작된 구역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행정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교훈을 다시 되새겨야 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이 거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정치인들의 장밋빛 지역개발 선심공약에 대해서도 그대로 믿지만 말고 꼼꼼히 판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내가 행사한 한표, 한표가 바로 우리 자신을 깊은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인내천 (112.XXX.XXX.244)

뉴타운공약에 혹하여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이야 자업자득이니 할 말 없지만 동의하지 않았던 선의의 피해자들이 난감합니다.한번만 더 곰곰이 생각함 뉴타운의 허상을 간파할 수 있는데 욕심이 눈과 귀를 막아버린탓에... 이제와서 국민세금으로 떼우려는 시도는 국민들이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입니다. 내년 4월이면 뉴타운 팔아 당선된 선량들 곡소리가 들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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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09: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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