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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133만9천600원

김수종

2011년 04월 07일 (목) 08:18:55

한국은행이 작년도 1인당 평균 국민총소득(GNI)이 2만759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뉴스를 들으면서 각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아마 취임 후 경제정책을 잘 추진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 노숙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숫자쯤으로 생각했을 법합니다.

우리나라의 보통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글쎄 이런 경우 어떤 사람들을 보통 사람들로 간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그 뉴스를 들었을 때 나에게 2만 달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며 하나의 숫자를 계산해냈습니다.
9천133만9천600원.
이 수치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해 본 가구 당 평균 소득(1달러에 1천100원 기준)입니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만한 소득을 올리는 가정이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훨씬 못 미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저소득층은 아닌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젠 아예 그런 소득은 기대하지도 못하는 가정도 많고, 옛날에는 꽤 받던 사람들이 퇴직 또는 실직하고 나서 다시 그런 소득을 올릴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중산층이었다고 생각할 그들은 9천133만9천600원을 아득히 높은 숫자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이 숫자를 보면서 실망하거나 낙담할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분노를 느낄 사람도 있습니다. 이 평균적 수치가 너무 높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통계 산포도를 보지 못했지만 전체 가구 수를 생각할 때 연간 소득 9천133만9천600원을 올리는 가구는 소득순위로 볼 때 매우 고소득층 쪽으로 치우쳐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졌습니다. 평균 국민소득이 보통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과 같은 숫자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2만 달러는 선진국 클럽으로 들어가는 경계선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경계선 안으로 발을 슬쩍 들여놓았다가 2007년 세계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후퇴했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2만 달러 밑에서 헤매다가 3년 만에 다시 진입했습니다. 정부가 경제운용을 잘했다고 자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선진국의 범주에 끼게 되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긍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국가라는 것은 개별 국민이 누리는 삶의 질보다는 총량에 따라 경제력을 평가받는 게 이 세계이니까요.

숫자란 참으로 마법의 힘을 지닌 것 같습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평균치가 집단의 자부심과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단을 상징하는 숫자와 개인이 느끼는 숫자의 괴리가 커지면 사회적 결속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소식을 들으면서 희망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좌절감을 느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균이라는 숫자의 가면 속에 감춰진 위험을 미리 간파하고 해소시켜 나가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허경자 (221.XXX.XXX.12)

저도 뉴스에서 봤습니다만 그런 생각은 못했습니다. 1가구당 연간 1억에 가까운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말은 가구라 하지만 재화를 창출하는 식구가 몇이나 될까요? 덕분에 저는 2만달러의 가치를 새롭게 받아들였습니다. 감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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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8 09: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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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221.XXX.XXX.12)

평소에도 선생님의 글을 읽고서 저장해 두곤했는데 오늘 아침엔 왠지 제 자신이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바깥날씨(부산에 봄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네요)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인가족에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면 아마도 우리나라 가정의 가장은 억대 연봉을 받아야 보통 사람이네요. 아니 평균적인 삶을 사는 대한민국의 가정! 선생님의 글을 읽고서 입가에 쓴웃음을 짓게 되는 것은 왜일까요? 선생님의 글을 저 위의 높으신 양반들도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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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8 09: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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