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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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평등하지 않다

김홍묵

2011년 04월 08일 (금) 01:26:12

부처님 뱃속에 든 복장유물(腹藏遺物)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불상을 제작할 때 봉안한 사리·불경·귀금속들이 대상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들 유물을 신성시하기 때문에 수백 또는 수천 년 동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불상의 뱃속을 열어보지 않습니다. 전문털이범이 잡히기까지 도난 사실도 모르기 일쑤이고 도난당한 물건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최근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사의 석가모니불과 보현보살불 복장유물 절도범을 잡고 보니 보물급에 해당하는 묘법연화경(妙法蓮華經) 등 9점이나 훔쳤음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과거 문화재털이범이 훔친 물건 중에는 직지심체요절 상권도 있었습니다. 현재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하권은 1972년 유네스코가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공인했습니다. 그래서 복장유물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에 몰래 유통되고 있지만 불상은 사불(死佛)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절도범도 아닌 ‘먹물’들의 복장 뒤집는 행태가 끊일 새 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법으로 밥 먹고, 법을 주무르는 사람들의 제 몫 챙기기가 그렇습니다. 천재지변과 질병이 극성을 부리고, 물가는 다락같이 뛰고, 복지예산은 바닥이 드러나 보이고, 청년 일자리는 늘어날 기미조차 없는 판이니 서민들에겐 ‘그들만의 잔치’가 고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도장 한 번 찍어 주는 대가가 수천만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상고심 선임계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만 올리면 심리불속행(審理不續行: 대법관이 직접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처리율이 평균(64.9%)의 10분의 1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관예우나 유전무죄가 상향 인플레이션된 상황입니다.

상고심 사건 3건 중 2건을 기각하면서도 대법원은 충분한 심리를 위해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0명으로 늘리자는 국회 사법제도개혁 특위안은 반대합니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극력 반대하면서 경찰의 수사권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변협은 ‘공정한 법률시장 형성을 위해’ 전관예우 방지를 적극 찬성한다고 하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 달에 1억 원이나 되는 보수를 주면서까지 고위직 출신 법관을 모셔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광주(光州) 지법의 파산부 재판장은 연초 법정관리 기업의 상근 감사에 친형을 선임했다 한 달 만에 취소한 일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엔 후배 법관에게 다른 법정관리 업체 관리인으로 자신의 전직 운전기사를 추천, 선임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친구 변호사를 3개 회사 관리인 대리인으로 임명했고, 이 바람에 친구 변호사는 무슨 사건이든지 승소하는 톱클래스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는 어떻습니까? 동남권 공항 유치를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다 계획 자체가 백지화되자 이번엔 서남권 공항 문제로 전남북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새만금 지구 개발을 위해 전북 군산공항에 국제선 취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 발단입니다.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의원들은 전남 무안공항이 죽게 된다며 제동을 걸었고, 전북지역 의원들은 남의 지역 사업에 발목을 잡느냐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선거 때 던진 공약을 백지화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정치권은 적자 공항을 출신 지역에 끌어오겠다고 혈안입니다. 1999년부터 1,100억 원을 투입한 울진공항은 항공기 한 번 띄우지 못한 채 10년 만에 조종훈련센터로 용도 변경됐습니다. ‘유학성 공항’으로 불리던 예천공항은 2004년 이용객이 없어 6년 만에 폐쇄됐고, 2004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정기노선 하나 없는 국제공항이 되었습니다.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 공항 모두가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으로 3조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놓고도 경북과 전남ㆍ충청권이 사투를 벌일 조짐입니다. 자유선진당 당원 300여 명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과학벨트 사수 결의대회’를 가졌습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립이 뻔히 보입니다. 타당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면 정부의 결정이라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지역이기로 풍비박산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지역만 있고 국가는 뒷전인 의원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일본 동해안에 가공할 지진과 쓰나미가 덮치던 지난 달 11일 우리 국회는 준법지원인제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 1명 이상의 변호사나 법학교수 등을 준법지원인으로 의무 채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현재 자산 1,000억 원 이상의 상장사만 846곳으로 2012년 4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1,000명 가까운 율사가 일자리를 갖게 됩니다. 변협의 끈질긴 로비에 손 놓고 있던 재계는 감사위원회·사외이사도 있는데 ‘옥상옥’이라며 펄쩍 뛰고 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입니다.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요건을 벌금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후보자 가족과 선거 사무장 등의 선거 범죄의 경우 벌금 300만 원에서 7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부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8·15특사 때 사면 복권됐지만 김 의원은 19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제 몫 챙기는 일엔 여·야가 없고,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는 지지부진하면서도 만나면 싸우는 국회. 막말과 폭력이 활개치는 한류국회는 타이완으로 ‘수출’될 정도이며, 북한조차도 ‘개판 남조선국회’로 치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민의의 전당’엔 방청객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65세가 되면 매달 110만 원씩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까지 받게 되는 선량(選良)들의 모임인데도 말입니다.

사회정의 구현, ‘친애하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선택된 사람들이 초심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과 지역이기에 몰두하면 민심은 고개를 돌리고 맙니다.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나라는 혼이 없는 국가로 전락합니다. 뱃속이 빈 부처님이 사불이 되듯이.

인내천 (112.XXX.XXX.244)

맞습니다.
법이란 녀석은 물같이 흘러서 작은 돌멩이는 밀어버리지만 큰 바위나 산을 만나면 돌아가니까요. 그리고 높은 곳은 오르지도 못하고 낮은데로 낮은데로만 흐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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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9: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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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7)

그래도 국회의원은 국익, 나라의 장래를 밝게 만들어보려는 기본 생각은 가져야 할터인데, 요즘 바라보고 있으라치면 너무 합니다, 너무 합니다, 당신은 너무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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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8 14: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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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64.XXX.XXX.154)

아무래도 국민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들은 마치 자기 돈인양 막 쓰고 있고... 그리고, 진정 법이 평등하지 않는게 사실이기에, 한국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죽어라 공부를 시키려 하는 것 같습니다. '너만은 커서 이 더러운 꼴을 마냥 당하는 위치에 있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모두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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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8 02: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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