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신타로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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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신타로의 입

황경춘

2011년 06월 02일 (목) 01:16:10

일본은 미우나 고우나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이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수탈 통치자였던 그들과 국교를 정상화했고, 최근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는 온 국민이 일본의 재기를 기원하면서 의연금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의 속마음은 우리로선 함부로 짚어내기 어렵습니다.

일본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도 일본에 주둔해 있는 여러 미군부대에서 병력 1만8천 명, 항공기 140대, 군함 15척을 동원한 ‘친구작전’(Operation Tomodachi)이란 대대적인 구호활동을 4월 말까지 전개하고 그후도 원자력 관계 기술원조 등 일부 활동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미운동가로 이름높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東京都知事)는 미군이 방사능 누출에 대비하기 위해 원조활동을 잠깐 중단하자 “미국은 <토모다치(친구) 작전>이란 지원을 할 채비를 했지만, 얕은 레벨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자마자 철수하고 작전은 중지되었다. 어차피 외국인인 그들에게, 일본인을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는 따위를 기대할 까닭은 없는 일이다”란 악의에 찬 글을 일본 잡지 문예춘추(文藝春秋) 5월호에 실었습니다.

그가 4선에 도전한 도쿄도지사 선거운동 중에 쓴 글이라 치더라도, 4월 10일에 발행되는 이 잡지에 사실을 정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는 기사를 고치지 않았고, 그 다음 달 나온 6월호에서도 정정기사를 내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1950~1953년 한국전쟁 특수경기(特需景氣)로 전후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1964년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다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보수 색깔인 자유민주당이 총선에서 연전연승하였으나, 사회당과 도시 주민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이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한 일본 사회는 과격한 학생운동과 노사쟁의 등으로 보혁(保革)갈등이 계속되었으며, 1967년에는 수도 도쿄(東京) 수장(首長) 자리도 보수에서 진보진영으로 넘어갔습니다.

도쿄도지사 자리를 2기 8년 지낸 진보계 미노베 료키치(美濃部亮吉) 박사는 만 71세의 노령으로 1975년 4월, 3선에 도전하였습니다. 자민당 후보 이시하라 신타로 의원을 꺾은 이 선거에서 40대의 젊은 이시하라 후보의 발언이 지금까지도 일본정계의 화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노베 씨같이 뇌의 전두엽(前頭葉)이 퇴화한 60~70대 노인에게 정치를 맡길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이젠 신구(新舊)교대의 시기 아닙니까?” 이렇게 미노베 씨를 공격했던 이시하라 자신이 금년 4월 10일 78세의 나이로 도쿄도지사 4선에 성공한 것입니다.

나이가 많다며 4선 불출마를 고집하던 이시하라는 등록일 새벽에 갑자기 변심하여, 그가 천벌이라고 실언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 오전에 입후보를 발표했습니다. 이 정치인은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정치인의 실언문제로 이시하라와 대비(對比)해 잘 거론되는 이가 일본 전 수상 아소 타로(麻生太郞)입니다. 그러나 아소 씨는 만화를 좋아하는 그의 취미에서 엿보이듯 순진한 악의 없는 실언이 많은 데 비해, 이시하라는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망언이나 폭언에 가까운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이시하라는 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도 유명하며, 민족차별 냄새가 나는 발언을 사전에 있는 타당한 말을 썼다고 우겨 변명합니다. 한번은 여성비하(卑下)로 비치는 발언으로 여성운동가들이 고소까지 하였습니다. “남자는 90살이 되어도 생산능력이 있지만, 여성은 폐경해 버리면 아이를 낳는 능력을 잃는다. 그런 여성이 100세 넘게 산다는 것은, 지구(地球)로서는 아주 밑지는 폐해다”라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되었지만,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결국은 이시하라가 이겼습니다.

<태양의 계절>이란 소설로 23세 대학생으로 일본의 유명한 신인 등용문인 ‘아쿠타가와 상’(芥川賞)을 받아 문단에 등장한 그는 30대 중반에 여당 자민당의 추천으로 전국구 비례대표로 참의원(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였습니다. 그 뒤 중의원의원으로 여덟 번 당선하여 여당의 중진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극우 국수주의 사상에 사로잡힌 그는 온건 보수당인 자민당을 떠나, 1975년 자민당 후보로 첫 도전에 실패한 도쿄도지사 선거에 1999년에는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적 독불장군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장남이 간사장으로 있는 자민당과 노년 보수층의 지지로 이번에도 손쉽게 4선에 성공하였습니다.

젊을 때부터 조선인과 중국인에 대한 차별 발언으로 이름났던 그는, 미국의 대일 정책의 강력한 비판자로서도 유명합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는 인종차별적 논평으로 더욱 악명을 높였습니다. “그건 말이지요. 역시 세계 유일의 대국 대통령에 흑인이 당선된 거지요. 아프리카 따위 흑인국가라 하는 것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말이지요, 그런 표가 눈사태현상을 일으켜 움직였다고 하면, 좀 불안한데요...” 이런 말을 한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백만을 넘는 우리나라에도 이들 외국인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덕 기업인이나 개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시하라처럼 정치적 비중이 큰 사람이 공공연히 특정 외국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한 일은 아직 없습니다. 만일 서울시장이 이시하라처럼 국제 문제에 실언을 했다면 그 정치적 파문은 어떠할까?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우리와는 판이한 일본의 정치풍토와 또 한편 일부 일본 정치인의 당당한 대미 외교자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시하라는 오래 부터 “범죄예비군(豫備軍)인 지나(支那)나 조선 사람을 현재수준 이상 늘려서는 안 됩니다” 또는 “불법 입국한 많은 ‘3국인’들이 흉악한 범죄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큰 재해(災害)가 일어날 때엔 소요(騷擾)사태까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해왔으며, 외국근로자의 입국이나 외국인 거주자의 지방참정권 입법 움직임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는 지난 연말 쓴 글에서 일본 젊은이의 기강을 잡기 위해 성인남자를 1년 동안 군이나 경찰에서 근무케 하고 전전(戰前) 일본교육의 중심인 ‘충군애국’(忠君愛國) 사상을 고취(鼓吹)한 메이지천황(明治天皇)의 ‘교육칙어’(敎育勅語)의 중요 내용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쿄도지사 이시하라가 인정하는 유일한 웹사이트 개인 홈페이지가 ‘센센후코쿠’(宣戰布告, www.sensenfukoku.net)란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국수주의 인사에게 도쿄도 유권자가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다비 (174.XXX.XXX.138)

일본인들의 페쉐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월의식도 대단합니다.
영국인들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것이 섬나라 국민이기 때문인가도
생각합니다. 이시하라는 오히려 비일본적인 사람같지 않나요?
그렇게 겉으로 망발을 마구 함부로 하는 일본인들이 드무니까요. 속이야 어쨌든지 겉으로는...
오늘도 좋은 말씀 공부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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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1: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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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210.XXX.XXX.219)

2011-06-03 01:39:06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돕느라 정신이 혼미할 때 독도얘기를 꺼내는 당돌함에도 일률적으로 월급에서 공제를 했다는 황당함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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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4 08: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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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219)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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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4 08: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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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210.XXX.XXX.219)

2011-06-02 18:38:49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동감이구요. 6/2 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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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3 1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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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현 (210.XXX.XXX.219)

2011-06-02 10:30:43 답변하기

황경춘 선생님의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린 사람이오나 80년대 학생시절부터 25년간 일본과의 많은 교류를 주도하고 현재도 사업관계 일본을 문지방 넘나들듯 다니면서도도 각계 인사들과의 교분을 쌓고있습니다만 황 경춘 선생님 같으신 원로 어른들의 말씀을 읽는 것은 다시금 느끼는 바가 큽니다. 다만 많은 자타칭 사회의 원로,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라는 분들의 일본관련 글을 읽을 때면 정말로 잘못된 시각에 고소를 금치 못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선생님의 글은 객관적이고 냉정하신, 그리고 분명한 시각을 보여주시어 일본을 보는 대중들에게 맑은 샘물 한모금과 같이 느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시하라 지사를 둘러싼 일화도 많았습니다만 미시마 유키오의 셋부쿠 현장에도 나타났었지요. 동생인 이시하라 유지로가 혼인한 여성이 재일조선인이라는 것에 개인적인 분노가 극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그 사실 여부는 조사한 바는 없습니다. 황경춘 선생님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하오며 소생 이만 줄이옵니다. 독자 방세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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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3 11: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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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10.XXX.XXX.219)

2011-06-02 09:18:33

이시하라는 망녕이 들었든가 지금이 19세기로 착각하는 사람이니 그의 망언을 무시하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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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3 11: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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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07)

다문화 가족이 점점 많아지는 세대에 살고 있어도 민족교육이 더욱 필요함을 느끼게하는 글임니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지 배설물이 더러운게 아니지요.
배설물은 발효라는 작업으로 유기물화 되지만 ,입에서 나오는 더러움의 말은 전염병처럼 번지는 속성이 있어 위험하지요.
시기 적절한 내용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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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09: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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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219)

옳은 말씀, lip service 커녕 마음 속으로부터 차별이나 경멸을 담은
말들을 뱉는 사람들 구역질 납니다. 지금 당당한 독립국가인 우리에게
그런 자태니 옛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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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22: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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