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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능을 만들어 어쩌자고
고영회 2011년 06월 07일 (화) 05:59:16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 2일 전국 고등학교와 학원생을 상대로 모의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시행했습니다. 평가원은 과목마다 만점자를 1% 수준에, 교육방송 교재에 70% 이상 연계시킨다는 목표로 문제를 냈다고 합니다. 교육방송 교재에 있는 문제의 지문과 유형을 거의 그대로 썼다 합니다. 입시업체들은 “지난해 수능보다 많이 쉬워 영역별 만점자가 1% 이상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왜 공부할까요? 사회생활을 하거나, 상급학교에서 더 공부하는 데 바탕이 되는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한다고 봅니다. 교육은 지식 이외에 인격과 교양 등 여러 목표가 있겠지만 수능은 지식을 재는 시험이기에 지식을 중심으로 적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고, 공부하지 못한다면 학교 교육이라 할 수 없습니다. 수능은 지식을 쌓는 목적에 맞도록 운영해야 합니다. 사교육을 없애도록 시험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대충 철저히 하라.’는 우스개나 마찬가지입니다.

평가원은 만점자가 많이 나오도록 문제를 쉽게 냈다고 합니다. 수능을 쉽게 내고 교육방송 교재에서 내면 따로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나 봅니다. 정말 그럴까요? 일부는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성적이 높은 학생이 사교육 시장을 주로 채웁니다. 그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푼 문제 또 풀고, 또 푼 문제 또 푸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교육방송 교재도 있고 혼자서 공부 못할 일도 아닌데 학원갈 필요 없다고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물어보십시오. 학원에 왜 가는지. 그들은 학원에 가고, 족집게 과외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게 아닙니다. 실수하지 않는 법 배우러 갑니다!

수능시험이 쉬울 때, 실수하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 많이 알아도 깊이 알아도 소용없습니다. 몇 문제로 결정됩니다. 실수로 한두 문제 틀리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집니다. 문제가 쉬우니 웬만큼 공부하는 학생들은 위쪽에 몰려 있습니다. 한두 문제 실수 때문에 가려는 학교가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고 받아들입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한두 문제 실수 때문에 가려는 학교에 못 간 학생은 그다음 해 어떻게 할까요? 실수를 자기 실력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지금 다니는 학교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등록만 해놓고 휴학하는 학생이 쏟아집니다. 반수, 재수, 3수, 4수 하는 학생이 넘칩니다. 개인으로 봐도 불행이고, 학교도 골칫거리입니다.

수능을 쉽거나 어렵게 낸다는 것은 조삼모사로 원숭이를 골린 옛이야기와 같은 얘기입니다. 수능은 시험성적을 백분율로 내므로 상대평가입니다. 상대평가는 전체 집단에서 성적이 어느 곳에 있느냐 하는 게 관심사입니다. 쉽게 내면 쉬운 대로, 어렵게 내면 어려운 대로 상대위치를 매깁니다. 수능이 어려웠다는 비명을 듣고 수능을 쉽게 낸다고 하지만 이치상 어렵게 내는 거나 결과는 같습니다. 절대점수로 평가하지 않는 이상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를 쉽게 내면, 우수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진짜 실력 있는 학생이 제 점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수능을 쉽게 내봐야 사교육비는 줄이지 못하고, 사교육비는 많이 쓰면서도 학력을 높이지 못하고, 재수생은 더욱 늘어나는 형편입니다.

만점자가 1%가 되도록 목표를 잡는 것도 이상합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출제자가 무슨 만능 신입니까? 시험은 학생이 봅니다. 학생 지식 능력은 계속 바뀝니다. 공부는 학생이 합니다. 열심히 꾸준히 집중해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게으름 피우는 학생도 있습니다. 평가원이 학생 공부량과 집중도를 제어할 능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학생 공부수준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그것에 맞게 문제 어렵기를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니 욕먹습니다. 운 좋게 이번에 1% 목표를 맞혔다고 치더라도 9월 모의시험, 진짜 11월 시험에서 맞힐 수 있겠습니까? 수능시험은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물 수능은 곤란합니다.

교육문제는 교과부가 손을 떼면 해결된다는 쓴소리가 나돈 지 오래됐습니다. 끝없이 오락가락하는 교육과 입시제도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고 허리가 휩니다. 교육과 입시제도를 쥐락펴락하는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 아들딸이 바로 이 입시의 주인공이란 생각으로 정책을 펴나가길 기대합니다.그래야 이 나라 장래를 위해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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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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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한국의 입시문제만 생각하면 무섭답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반복해 공부한다는 것 또한 슬픈일입니다.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 건지, 지식을 쌓는 건지 아니면 그냥 기계처럼 따라가는 건지요. 교육정책은 십년대계를 보며 해야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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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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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아마 5년계획도 제대로 못세우는 듯...ㅠ.ㅠ
잘 계시죠?
빨리 건강해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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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5:05:14
0 0
인내천 (112.XXX.XXX.244)
교육의 목표는 홍악인간이 아닐까요?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도 교육까지,학생까지 상품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셍각합니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너무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한,EU FTA협정문도 엉터리로 번역하고,후쿠시마원전사고에도 편서풍에 기대면서 중단없는 원전건설에 매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철학이 빠진 경쟁교육은 이런 혼이 없는 문제아들을 양산할 소지가 다분한데 오락가락 교육정책,걱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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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1: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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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그렇습니다. 홍익인간을 길러내야죠. 동시에 세계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니
까 실력있는 사람도 길러내야 하고요. 줏대교육도 시켜야 하고요. 요즘 쓸데없이 영어를 많이 쓰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다움이 뭔지, 그런것을 가르치지 않는 것 같더군요. 말씀대로 교육철학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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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5: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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