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군데 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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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군데 다 밝혀야

김홍묵

2011년 06월 13일 (월) 10:27:14

전한(前漢)시대 손보(孫寶)라는 사람은 문관시험에 급제하여 지방 관리가 되었습니다. 상사인 장충(張忠)이 그의 재능과 학식을 평가하여 자기 아들의 가정교사가 되기를 부탁했습니다. 집까지 마련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손보는 그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결점을 들추어 말하고는 어렵사리 얻었던 관직마저 사임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손보는 다시 관직에 취임했습니다. 장충이 물었습니다. “자네는 나의 간청에 자신의 결점만 드러내고 관직까지 사임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자네의 결벽성 때문으로만 알았는데...” 손보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제가 복직한 직위는 아주 속된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것을 기꺼워하는 정도의 인간이 댁의 자제분을 가르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과대평가하시면 안 됩니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25살 청년 콜베르(Jean Baptiste Colbert, 1619~1683)는 포목상 점원이었습니다. 하루는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은행가에게 옷감을 팔고 돌아 왔습니다. 와서 보니 옷감 값을 잘못 알아 돈을 배로 받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주인의 만류도 뿌리치고 호텔로 가 더 받은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화가 난 포목점 주인은 그를 해고하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그 은행가가 콜베르의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을 알고 그는 콜베르를 자신이 경영하는 은행에 근무하라고 권했습니다. 콜베르는 은행가를 따라 파리로 가 은행원이 되었습니다. 뒷날 그는 왕의 재정총감이 되었습니다. 정직과 성실이 출세의 발판이 된 것입니다.

정직과 겸양과 진실.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상선(上善)입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자기 자신에겐 엄격하되 타인에겐 겸손하면 적이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격언ㆍ잠언도 있습니다. ‘먼저 무릎 꿇는 것을 배워야 한다 / 겸양은 때로는 성공의 최상책이다’<영국> ‘말의 참된 용도는 진실을 말하는 데 있다’<프랑스>고.

지난 번 칼럼(나사 빠진 나라, 5월 26일 자)에서 우려했던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시한폭탄과 지뢰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말한 대로 ‘오만 군데’에서 범죄행각이 드러나고, 오만 사람이 먹칠을 당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나 정치권이 검찰의 칼끝을 부러뜨리거나 무디게 한다면 몰라도.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는 지난 2월 언론사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말했습니다. 오만(五萬)이란 관형사는 ‘썩 많은 수량’을 뜻합니다. 오만 소리로 오만 방정을 떨거나, 오만 잡동사니가 오만 곳에서 오만 짓을 다 한다는 등의 오만은 결코 적은 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김 총리는 그 ‘오만 군데’의 어의(語義)를 애써 축소하고, 압력의 주체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김 총리는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답하면서 오만 군데는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는 ‘여기 저기 많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에 종사하는 자신의 한 친지가 감사에 대한 저항을 했지만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는 오만 군데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10명의 전ㆍ현직이 구속된 금감원은 전임 원장마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감사원의 감사위원들 그리고 법제처장까지 수사 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무관할 리가 없는 정치권에서도 한 전직 국회의원이 연루 사실을 고백하는가 하면 여ㆍ야가 고위 당직자를 포함한 상대 당 의원들에게 폭로전의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전 정권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든, 현 정권의 부실 관리로 확대된 것이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입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청렴하다고 믿었던 정부의 고위 감독기관의 위상이 여지없이 실추되었습니다. 또한 오염의 범위가 감독기관의 장과 국무위원에까지 이르렀으니 국민과 서민이 믿고 등을 비빌 언덕이 크게 좁아졌습니다.

만에 하나 오만 곳, 오만 사람들 때문에 저축은행의 비리 온상을 덮어 두거나 용두사미 수사로 끝낸다면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총리는 감사 과정에서 저항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곳과 사람을 명쾌하게 밝혀야 합니다. 국민의 자긍심과 국가 경쟁력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고 해서 갈아도 봤고, ‘갈아 봤자 소용없다’고 해서 믿어도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병소(病巢)는 점점 더 확산되고 깊어지기만 합니다. 도려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군사정권 시절처럼 ‘조자룡 헌 칼 쓰듯’ 칼을 휘두르지 말고 명의가 수술하듯 암적 존재를 제거해야 합니다. 중병인 줄 알고도 손을 빼는 진료거부는 오진보다 더 나쁜 직무유기입니다.

인내천 (112.XXX.XXX.244)

이렇게 좋은 칼럼에 댓글이 오르지 않는게 참 이상합니다.
우리 독자들께서도 오만군데 다 밝히면 손해(?)를 보시는 위치에 계시는지...
어차피 다 밝히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우리의 역사는 늘 그랬으니까요. 문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당나라와 손잡고 백제를 친 신라의 범죄가 묻혔고,친일 매국노들이 하나도 단죄되지 않았고,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과를 오도하여 반탁케 함으로써 한반도를 분단시킨 이승만과 미국의 범죄도 묻혀있고,엉터리 한,일협정도 밝혀지지 않았고, 5,18광주민주항쟁을 촉발한 주범들도 대통령 해먹고 만수를 누리시고, 칠곡에 에이전트 오랜지(고엽제)를 매립한 미군의 추악한 범죄도 묻힐 것입니다.엉터리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핑게를 대면서......
교과서에 자기네 땅이라고 올린 독도에다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함에도 어느나라도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평회의 섬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겠다는 꼬락서니를 보십시오!
그래서 우리의 독립은 미완인체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대학교등록금 당연히 내려야죠! 허나 그보다 더 시급한 4대강,청산가리 보다 2만배나 독한 제초제를 파묻은 주한미군들의 범죄,엉뚱한 해군기지를 세우려는 제주도 강정리에는 어째서 촛불이 켜지지 않을까요? 경중완급,경중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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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4 11: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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