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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의 가공할 폭력
김홍묵 2007년 04월 27일 (금) 10:29:59
무솔리니는 귀족,돈,고양이 그리고 고령(高齡)을 제일 미워했다고 합니다. 그는 늙은 사람 특히 늙은 여자들을 싫어했고,자신이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1933년 7월29일 그가 50세가 되었을 때에도 전 이탈리아 신문이 이를 기사화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무솔리니가 가장 사랑한 것은 로마의 시(詩), 자기 딸 에다, 농민, 책, 그리고 속력(速力)이었습니다. 그는 모터사이클로 밤에 시골길을 누비는 것을 즐겼습니다. 1차대전이 끝난 직후 비행기 조종술을 배운 그는 여러번의 불시착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실을 자서전에서 자랑삼아 늘어놓았습니다.

인간의 호오(好惡)는 대부분 성장과정에서 형성된다고 합니다. 특히 미움이나 증오심은 성선이나 성악에 관계없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분모 인 듯 합니다. 영국의 명재상 처칠도 히틀러를 두고 “인류의 가슴속을 유린한 최악의 증오 덩어리이며, 잔혹무비한 천재 광란 환자”라고 욕했습니다.

1차대전 중 프랑스의 영도자였던 클레망소는 죽음을 앞둔 마당에서 까지 “독일을 향해서 세운 채로 묻어달라”고 할 정도로 독일을 혐오했습니다. 민족과 국가를 앞세운 증오는 그래서 독재자 미치광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애국자로 치장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버틀란드 러셀은 문학적인 목적으로서의 ‘미움’은 훌륭한 테마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인종과 나라가 전제되지 않은 사회적 증오는 종교적 증오보다 휠씬 강렬하고 심각하다고 한 바쿠닌의 역설이 우리 가슴에 더 와 닿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무차별 총격 사건의 충격 때문입니다.

더구나 스물일곱명의 동료학생과 다섯 명의 교수를 무참하게 숨지게 한 장본인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한층 슬프게 합니다. 모두들 조승희 학생의 범행이 한국과 한인사회 전체를 매도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한 민족 한 핏줄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왜 그랬을까요? 조승희의 생전 행전을 보면 “집이 화성이며 목성으로 여행을 다닌다”“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과대망상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후안 메시취 세계정신의학회 회장은 “조의 비디오만 봐도 그의 영혼에 구멍이 난 것을 알 수 있다. 폭력적인 충동을 가둬들 뚜껑이 열려 버린 것과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망치를 들거나 권총을 겨누는 행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대는 비정상적인 그의 모습은 섬뜩하다는 정도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전율할 동인은 “모든 책임이 너에게 있다”는 그의 절규가 아닌가 합니다. 자신을 예수나 모세와 동일시 하기도 했던 그가 지목한 ‘너’의 정체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한국인 대부분은 ‘내탓’이 아닌 ‘네탓’ 타령에 둔감해져 있습니다. 특히 정치판의 네탓공방에 질린 국민은 ‘말짱 도둑놈’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자조에 더 친근해진 것 같습니다. 남한테 책임을 돌리는 ‘막말’ 때문에 냉소나 경멸 차원을 넘어 분노와 증오로 치닫는 국민 증후군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예수, 석가, 공자 같은 성인들처럼 사랑과 자비와 인을 실천하고 베풀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증오를 자제하는 인성을 도야하는 메커니즘만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것을 깨우쳐 주는 영국 간호사 E캬벨의 마지막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캬벨은 부상한 적병을 치료하여 도망시킨 죄목으로 기소되어 사형당하기 직전에 “나는 애국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나는 누구에게도 증오를 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007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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