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7월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지난주보다 2.3% 포인트 오른 32.2%의 지지율로 같은 기간 0.7% 포인트 내려간 31.9%의 한나라당을 앞서 3주일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습니다.

4일 한나라당은 서울이 지역구인 4선의 홍준표 의원을 당 대표로 뽑았죠. 내년 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떠나는 원인은 절대다수 의석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나 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잇단 공격에 무능했고 전셋값과 기름값 폭등으로 가계를 폭격하는 최악의 서민 경제난을 푸는 데 소홀했습니다. 서민생활이 이런데 무차별한 반값 등록금을 ‘票플리즘’으로 밀고 있습니다. 먼저 수입 물가고의 원인이 되는 고환율로 대기업을 살찌우는 경제부터 수정해야 언필칭 ‘공정사회’라고 할 것입니다. 대기업 총수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천문학적 배당금 역시 고환율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희생을 디딤돌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치열한 당내 토론으로 내년 양대 선거를 기약하려는 모양입니다.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북 노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원칙 없는 대북 포용정책은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종북 진보’에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분명히 이와 다르다”고 단언했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당의 강령은 햇볕정책에 대해 한 자, 한 획도 수정하지 말고 계승하라는 정신을 담고 있고 이를 수정, 변형하려면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정 최고는 “외국 정상에게 ‘민주당의 정책노선이 북한 인권, 핵과 미사일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다’라고 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그간의 정책이 결코 원칙 없는 포용정책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에도 손 대표가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의 약이 아니다’라고 하여 당 정체성에 심대한 훼손이 이루어졌으나 그 때는 이해하고 넘어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정 최고는 또 ‘종북 진보’가 대단히 유감스런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그간 민주당 일부의 종북적 행태에 대해서 ‘민노당 2중대’라는 극언이 있었습니다. 사실 ‘종북 진보’란 북한의 3대 세습이나 핵무기 개발까지 용인하려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죠.

정치는 움직이는 현실입니다. 국민적 합의를 결여했던 6․15나 10․4선언이 당시엔 어떤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매우 경색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선언 같은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남북관계를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좌건 우건 햇볕정책을 원칙부터 반대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바람이 못 하는 무거운 겨울 외투를 따스한 햇볕이 벗긴다는 이솝우화처럼 우리의 적절한 지원으로 북한이라는 공산주의 동토(凍土)를 녹여 개혁․개방으로 이끈다는 명분에 반대할 이유가 없죠. 문제는 그것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혹은 핵무장 이전에나 별 이의 없이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말로는 늘 ‘비핵화’를 지지합니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중국도 북핵을 통제하지 못하는 판에 북한은 ‘회의는 춤춘다’는 6자회담의 긴 과정 속에서 이익을 챙겨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낼 뿐이죠. 9․19로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면 핵 실험은 왜 했으며 6자회담은 왜 필요합니까? 검증 받으면 그만이지.

제1야당의 대북 노선 논쟁은 바람직합니다. 명심할 것은 민주당이 10년 야당을 면하려면 중산층, 보수층, 수도권을 포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조그만 시․도들이 선거철만 되면 ‘캐스팅 보트’ 운운하는데 수도권보다 더 큰 요충이 없죠. 아직 32.2%의 지지율로는 집권은커녕 원내 제1당도 어렵습니다. 지난 대선 532만 표 차이라는 민주당의 대패에는 사회의 좌경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손 대표는 수도권에서 4․27재보선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당의 지원을 고사하고 홀로 뛰면서 많은 여론을 수렴했을 것입니다.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 최고도 덕진의 무소속을 마다하고 부평에서 당선되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도 누렸을 것입니다. 휴전선을 이웃한 수도권과 기타 지역과는 안보 인식의 강도가 다를지 모릅니다. 장사정포의 위협 하에 있는 수도권은 북한의 위협을 늘 의식하기 쉽죠. 최근 강화도에서 해병대원의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강화도는 군내 버스에서도 북한이 보입니다. 이런 안보적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관광지 제주가 해군기지 건설에 선뜻 찬성하기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핵심은 안보입니다. 왜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왜 일제에 강점되었으며, 왜 6․25전쟁이 발발했는가를 되새겨야 합니다. 안보 미비와 안보 불감증 탓입니다. 왜적의 침략을 눈앞에 두고서도 ‘쳐들어올 것이다’ ‘안 쳐들어온다’라는 얼빠진 당쟁은 민족사에 치욕의 코미디입니다.

절대 안보 위에서만 민생 경제도 신장할 수 있습니다. 요즘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잠잠한데 북이 일을 또 저지르면 장담 못하지요. 손 대표의 ‘원칙’은 안보 리스크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퍼주면서 유지하는 안보는 취약하기 마련이니 지원에 원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할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