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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대화
박시룡 2011년 07월 19일 (화) 00:06:43
인간은 동물과 대화가 가능할까? 최근 러시아의 한 여성 스쿠버다이버가 흰돌고래와 알몸으로 수영을 한 것을 계기로 새삼 이런 질문이 화두가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20세기 초 독일인 수학자 폰 오스텐(von Osten)은 말과 대화를 시도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어떤 수를 입으로 세면 말은 그 숫자와 같은 회수만큼 발굽을 탕탕하고 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영리한 한스'라 불렸습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풍스트(Pfungst)라는 심지학자가 실제로 '영리한 한스'가 전혀 수를 셀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말았습니다. 한스는 폰 오스텐이 무심코 하는 행위를 읽어 '사기'를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폰 오스텐이 6이라고 말을 하면 한스는 발굽을 탕탕하고 지면을 때립니다. 그 6번째를 칠 때 폰 오스텐은 한스가 올바른 답을 하는지 걱정하여, 숨을 죽이거나 약간 주의깊은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기의 의도를 나타내고 맙니다. 조련사의 몸 일부가 나타내는 미묘한 움직임을 보고 한스는 발굽을 치는 것을 중지하는 것입니다.

풍스트는 다음과 같이 하여 이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만약 요구된 숫자가 조련사에 알려져 있지 않거나 혹은 한스에게는 조련사가 보이지 않게 하면 한스는 정답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영리한 한스가 숫자를 알아맞히는 것보다, 동물과 인간의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됐습니다.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 가장 늦게 출현한 종입니다. 이 행성 위에서 혼자 살 수 없었던 인간이 먼저 살았던 동물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은 어쪄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원시인간들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맹수들의 울부짖음을 이해해야 했으며 수렵시대에는 동물의 소리를 모방하여 그 동물을 유인해 사냥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야생동물을 가축화시키기 위해 동물들과의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동물행동학자 가운데 동물과 심도깊은 대화를 했던 학자는 비교행동학의 창시자이자 노벨상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였을 것입니다. 그는 동물들의 생태와 언어를 마치 동물과 대화를 하듯 연구했습니다. 그는 직접 새끼 기러기의 부모가 됐고, 갈가마귀, 까마귀, 늑대, 개, 오리, 앵무새 등의 친구이자 우두머리가 됐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가축, 새 그리고 물고기와의 대화 이야기에서 솔로몬왕은 마법의 반지를 끼고 동물과 대화를 했지만 자신은 반지 없이도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표정과 몸짓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를 전달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표정을 읽어서 알아냅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비교적 고등한 동물의 경우 감정 전달기관이 사람보다 훨씬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까치의 깍깍 소리나 거위가 감정을 표현하는 외침은 사람들의 하품이나 이마의 찡그림, 미소 등과 같은 기분 표현의 수단에 불과하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동물들의 능력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게 발달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언어란 무의식적이고 선천적이며, 또 동물들은 그것에 반응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적응해왔습니다.

오랜 시간의 꾸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동물행동학자들은 꿀벌이 일련의 춤을 통해 꿀이 있는 위치와 꿀의 질을 동료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을 파악해 냈습니다. 최근에는 수지재질로 벌의 몸통을 만든 다음, 얇은 금속으로 날개를 단 후 실험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에 꽃의 위치와 방향을 입력한 다음 이 인공벌이 금속날개를 붕붕거리면서 춤을 추게 했더니, 진짜 일벌들은 인공벌이 춤을 추어 알려준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꽃꿀을 찾아 나섰던 것입니다. 또, 고래가 각자의 독특한 발성법과 목소리로 서로서로 개체를 구분해 내며, 노래를 통해 이성을 유혹하거나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앵무새는 아무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것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회색앵무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이고, 똑같은 크기의 물건을 주면서 “가장 큰 게 뭐니?”라고 물으면 “없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의사표현을 합니다.

영장류 동물학자 새비지 럼보 박사는 6년동안 보노보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럼보 박사는 칸지라는 침팬지에게 216개로 이루어진 기호판을 누르도록 하여 인간과 동물과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 기호판에는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뿐만 아니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도 들어있습니다. 칸지는 이 기호판을 통해 “열쇠로 문을 열어주면 놀 수 있으니 행복하다”라는 표현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평생을 스스로 침팬지 무리의 구성원으로 살면서 침팬지와 대화를 했습니다.

북극 흰돌고래 두 마리와 유영을 한 러시아의 여성 스쿠버 다이버는 왜 하필 알몸이었을까요? 바로 흰돌고래가 인위적인 물질을 싫어하는 특성을 고려해 친해지고자 알몸으로 유영을 했다고 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대화는 이렇게 인간이 자연과 일치될 때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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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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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171)
참 신비한 자연 속의 동물의 삶의 형태이고 인간은 좀더 영리한 동물이며 이런 현상을 궁금해서 끝까지 알아내려는 호기심때문 문명의 발전을 이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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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0 12:42:35
1 0
박시룡 (210.XXX.XXX.73)
현대의 문명인들은 자연과 많이 떨어져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이 자연의 별종이 아닌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답변달기
2011-07-20 15:24:5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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