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장애, 마음의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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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장애, 마음의 장애

방석순

2011년 09월 02일 (금) 00:55:35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랍니까? 경기장에서도 관중석에서도 모두들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활 쏘듯 하늘을 겨냥하던 그 특유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간데없이 관중들은 그라운드의 벽을 치며 절규하는 뜻밖의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우사인 볼트(Usain Bolt, 25, 자메이카). 100m를 9초58에 주파한, 이름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그 남자의 결승 경주는 당연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대의 볼거리였습니다. 애국가 연주는커녕 태극기 올라가는 장면 한 번 기대할 수 없는 대회이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볼트는 출발신호와 동시에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물론 숨을 죽이고 TV를 지켜보던 전 세계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습니다.

28일 밤 실격해 그라운드를 떠나는 볼트를 보면서 문득 23년 전 서울 올림픽 남자 100m 결승 경주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해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벤 존슨(당시 27세. 캐나다)이 경기 직후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나타내 금메달이 박탈되고 2년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대회 최대 스캔들의 주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땅에서 벌어진 가장 큰 레이스에서 국내 팬들은 두 차례나 충격적인 장면의 목격자가 된 셈입니다.

다시 시작된 100m 결승에서는 볼트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것으로 촉망받는 신예 요한 블레이크(22, 자메이카)가 9초 92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볼트의 훈련 파트너였지만 10초 벽을 가장 이른 나이에 돌파하고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을 9초82까지 단축했던 유망주였습니다.

경기 전 왕년의 챔피언 모리스 그린(37, 미국)이 블레이크를 우승 후보로 점찍었다는 사실이 묘한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모린은 살아있는 전설 볼트에게서 어떤 허점을 엿보았던 것일까요. 어쨌거나 볼트 이후의 무대를 장식할 최고 스타의 힘찬 레이스를 앞당겨 본 것으로 어느 정도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총 47개 종목에 걸쳐 세계 각국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 각 종목 최고 선수들의 경연보다 더 가슴을 흔든 경기가 있었습니다. 양 다리에 의족을 매단 '블레이드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 남아프리카), 10cm 앞도 제대로 못 보는 '블라인드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24, 아일랜드)의 경주였습니다.

28일 오전 남자 400m 1회전 5조에 출전한 피스토리우스의 레이스 초반은 위태위태했습니다. 출발이 늦은 데다 얄팍한 의족이 휘청거리며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200m 지점을 지나면서 비로소 안정감을 되찾아 앞선 선수들을 추월하기 시작, 막판 스퍼트로 45초39, 조 3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레이스 내내 수많은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습니다.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의족 ‘치타 플렉스 풋’이 그의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준다며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단거리 경주에서 정상인들이 아킬레스건을 사용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스미스는 그보다 하루 앞서 남자 100m 1회전에 나서 최선을 다해 달렸습니다. 10초 57로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었지만 아쉽게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의 질주도 29일 준결승 레이스에서 일단 멈췄습니다. 전날보다 조금 처진 46초19로 3조 8위, 전체 24명 가운데 22위에 그쳐 결승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앞으로도 쉬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까지 넘어선 이들의 도전은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과 비비며 함께 산다는 일은 그렇게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서는 우선 안됐다는 동정심을 가지게 됩니다. 좀 더 나아가면 앞서의 안쓰러움이나 측은지심과는 다르게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줘야한다는 심적인 부담감, 강박관념까지 갖게 됩니다.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직접 부딪치게 되면 불안감과 짜증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예전 학창 시절 한쪽 다리가 없어 목발을 짚은 친구와 탁구를 치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몸을 옮기기도 불편할 텐데 왜 애써 탁구 라켓을 잡으려 들까. 내가 어느 쪽으로 공을 쳐야 할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처음 두 사람의 장애인 선수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에도 마찬가지로 난감한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애인 경기에나 나가지, 왜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도 겨루기 어려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오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단순한 측은지심의 발동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부담감 같은 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어 의족으로 살아온 피스토리우스, 여덟 살 때부터 정상 시력을 잃은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극복해야 할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불굴의 정신력과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장애를 딛고 일어서 스스로 안고 있던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또 메이저 스포츠대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장애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기량을 겨뤄보겠다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미처 생각 없이 왼손잡이 골프채를 잡은 골퍼와 마주치면 익숙하지 못한 오른손잡이 골퍼들은 기겁을 합니다. 마치 자기를 향해서 볼을 날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혹시 비장애인들이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느낌이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장애인의 활동에 경기 들린 듯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심각한 장애는 그들이 가진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만 같습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보면 세상에는 보이는 장애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일이 아무리 잘못되어 가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장애, 상대가 아무리 떠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장애. 그래서 앵무새처럼 제 주장만 되풀이하는 장애. 이런 장애는 시청각의 고장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고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먼저 장애를 보는 시각, 장애를 판단하는 사고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스토리우스와 스미스가 그렇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문상오 (121.XXX.XXX.42)

정말 너 나 할것 없이 세상모두가 자기밖에 모르른것 같읍니다.
자기만 잘랐다고 생각해요. 자아를 잘모르고 있어요.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입니다.
1. 세상의 잘못되어간일을 알아보지못하는 장애.
2.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장애.
3. 자기주장만 되풀이 하는 장애.
정말. 모두 정신과 마음이 모두 고장나 큰문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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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10: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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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121.XXX.XXX.42)

예, 님의 말씀대로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하는 우리도 정신적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정신적 건강을 위해 `자유칼럼그룹`의 건강한 글을 고맙게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창립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지리적으로 멀리서나마 힘찬 박수와 함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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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10: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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