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안진의 마음결

현대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안진의

2011년 09월 14일 (수) 00:56:16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공공정신을 지칭하는 단어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거나,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과 기업화로 거부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그 유산을 모아 노벨상 재단을 만드는 등, 이러한 사회 지도층의 행위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통이 있어 왔습니다. 신라시대 귀족의 자제인 화랑이 남들보다 앞서서 전투에 참가한 사례나, 12대 300년을 이어온 경주 최부자 집의 가훈인 육훈(六訓)에 나타나는 검약과 상조의 정신은 모두 한국식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원형입니다. 지방 행정관의 도리에 대하여 적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또한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모범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니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이유는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계층이 스스로 그 특권을 박탈함으로써 계층 간의 차이를 극복시킨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용어에는 현대사회와는 맞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용어가 본질적으로 특권층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위계화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소수의 선행만이 환대받고 평범한 사람의 봉사는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현대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모두의 것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일상화가 되어야 하며 일반화가 되어야 합니다. 일상화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 특별한 사안이나 사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발현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일반화란 특정 계층에 한정된 의무가 아닌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추석을 보내었습니다. 추석은 인정을 나누고, 잊고 있었던 인정을 복귀시키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추석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추석을 혼자 지낸 사람들도 많았고, 한가위 축제를 벗어나 소외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제 도시생활이 확장된 상태에서 추석의 의미는 새롭게 모색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웃의 어려움과 슬픔을 헤아리고 손을 내밀어 줄 따뜻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추석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인정을 나누는 공동체로 일상적이며 일반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펼쳐나갔음 합니다.

지하철 역내 급경사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노인을 부축하는 일도, 지적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노인석에 노인들이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자리를 봐드리는 일도, 나에게 작은 것이 상대에겐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 대단하게 됩니다. 결국 일상적으로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원기 (67.XXX.XXX.218)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입니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참으로 노블리스한 사람들입니다.

답변달기 ▼

2011-09-18 03:04:53

0		0

정진호 (108.XXX.XXX.136)

훈훈하게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나아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꼭 짚고 넘어 가야 부분을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답변달기 ▼

2011-09-15 03:05:43

0		0

인내천 (183.XXX.XXX.215)

짝짝짝! ~~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명쾌한 해석,현대사회에 대한 적용,모두 동의 합니다.
그렇습니다,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보편화,일상화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밝아질테니까요,귀한 글 감사 드립니다.

답변달기 ▼

2011-09-14 07:14:14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