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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들의 ‘위장 취업’
김영환 2011년 09월 16일 (금) 00:49:03
지난 7월 말 영국 광고표준국(ASA)은 세계적인 프랑스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의 광고사진 두 건에 대해 잡지 게재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기용한 랑콤과 슈퍼 모델 크리스티 터린튼을 기용한 메이베린의 파운데이션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사진들은 제품이 성취할 수 있는 효과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했으며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과장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금지 이유를 밝혔습니다.

문제를 제기하여 조치를 이끌어낸 것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성 국회의원인 조 스윈슨(31)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생긴 대로 자신감 있게 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이 광고 속의 무결점 피부는 화장품이 아니라 디지털 조작에 의한, 과도하게 비현실적인 결과로서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윈슨은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너무나 완벽해서 우리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열등감을 갖게 해준다. 광고에는 사실에 기초한 공정함이 필요하다”라는 지론을 펼쳤습니다.

로레알 측은 사진에는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줄리아 로버츠는 본래 깨끗한 살결을 갖고 있고 이 파운데이션의 환상적인 효력이 그녀의 자연미를 더욱 아름답게 했을 뿐”이라며 “너무 아름다워서 금지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전개했습니다. 자신들의 화장품은 피부의 광학적 특성을 10년 동안이나 연구한 결과물이라는 것이었죠.

그러나 광고표준국의 가이 파커 국장은 “효과를 과장하지 않았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1960년대에 깡마른 몸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전 세계에 ‘튀기열풍’을 일으킨 슈퍼모델 튀기의 미국 오레이 화장품 광고도 광고표준국이 “상품판매 촉진을 위해 과도한 수정을 가한 과대광고‘로 판정해 2009년 겨울에 게재를 금지했었죠. 환갑 나이의 튀기가 나온 백화점 광고 역시 그녀가 마치 신인 때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어느 나라건 텔레비전 드라마 시작 전에는 화장품 광고가 수없이 등장하듯이 화장품은 광고로 먹고 사는 업종이죠. 광고비가 제품 판매 값의 절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화장품 과대광고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스윈슨 의원은 16세에서 21세의 영국 여성 절반 이상이 성형수술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거식증과 과식증의 영양장애 환자가 계속 증가하여 심지어 다섯 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거식증을 앓을 정도로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디지털 조작기술이 만든 비현실적인 피부나 너무 날씬한 모델의 사진이 판치는 것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줄리아 로버츠나 크리스티 터린튼은 워낙 자연 미인이기 때문에 더 잘 보이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간판 앵커우먼들도 탤런트 뺨치게 짙은 화장으로 뉴스 보도를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우리나라에서 ‘내 몸 내가 예쁘게 보이려 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할 일인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발상국 영국의 돌아가는 사정이 이렇습니다. 오래 전 한 앵커맨을 사석에서 만나 “머리칼이 많이 희군요”했더니 “텔레비전과 다르죠? 매일 밤 머리에 검은 가루를 뿌려 분장하는데 이건 사실보도가 아니죠”라며 웃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는 치장을 평가해줄 수도 있습니다. 파뿌리가 된 머리털을 검게 되살리는 거야 세월을 붙들려는 노년의 안간힘이자 젊게 살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러나 정말 아닌 것은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 정치인들이 얼굴엔 색조 화장품을 바르고 눈썹은 짙게 그리며 마치 30~40대처럼 머리칼을 검게 바꾸면서 품행까지 촐랑댄다는 것입니다. 얼굴은 백인종이고 목덜미는 황인종인 여자 국회의원이나 탤런트들은 텔레비전에서 얼마든지 발견합니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지명자는 흑발의 가식 없이 연륜을 자부하는 중후한 풍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공직자들의 치장을 떠올리면서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걱정합니다. 외모지상주의에 오염된 예비후보들이 벌써 주름 없애는 주사까지 맞으면서 ‘얼굴 만들기’, ‘몸 만들기’에 열중한다는데요. 잘 생각해 봅시다. 유권자와 후보들이 외모를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사회는 무게를 잃는 이미지 사회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미 그런 정치 신드롬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셍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 메시지를 음미해보시죠.

총선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국회의원이라는 한 300 명 되는 머슴을 뽑는 것이고 대통령선거는 머슴 중의 상머슴을 고르는 것입니다. 머슴 후보자들이 나이를 속이려고 흰 머리를 검게 물들이거나 유인물로 실상을 은폐하는 것은 자신감을 상실한 ‘위장 취업’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머슴은 나이보다 경험과 능력을 자랑으로 삼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 주인들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선관위는 이런 것을 공직선거법과 관련하여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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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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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화 (115.XXX.XXX.236)
절대공감입니다^^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를 힘이 불끈 생김음을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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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23: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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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115.XXX.XXX.198)
자연스러운 것이 진실에 가깝거든요.
약간은 꾸미는 것이 실례를 면하는 것이지만, 자신을 본래의 모습을 잃을 정도로 꾸미는 것은 오히려 실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선생님도 이렇게 말 한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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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23: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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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115.XXX.XXX.198)
오늘 칼럼 공감합니다.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시간과 노력이 내면을 아름답게 하고 실력을 키우는데 쓰여진다면 강한 대한민국 만들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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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23: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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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현 (115.XXX.XXX.198)
절대 동의 합니다
알맹이 없는 사람 세대 일수록 겉을 포장하기에 바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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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2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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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기 (115.XXX.XXX.19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조금씩 이 사회의 모습이 허세와 과장, 억지와 비상식, 비도덕적 모습에서 변화를 가져 올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 것이 그나마 작은 희망인 듯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있는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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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23: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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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83)
울나라 머슴들의 위장취업은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아니,덩달아 부아뇌동해서 오늘에 이르렀죠.
머슴들의 위장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그것이 통하는 사회적 여건 때문이죠.부도덕해도 잘 살게만 해준다면 아낌없이 한 표를 던지는 아둔함.머슴들의 수준은 그대로 국민들의 수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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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08: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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