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노인 통계가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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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노인 통계가 없는 나라

황경춘

2011년 10월 21일 (금) 02:46:04

10월은 ‘경로의 달’이고 10월 2일은 ‘노인의 날’로 되어 있습니다. ‘경로의 달’ 유래는 잘 모르지만 ‘노인의 날’은 1997년에 정부가 제정하여 금년이 15회째입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자료에 의하면, 매년 그해 100세가 되는 노인에게 이날 대통령이 하사하는 ‘청려장(靑藜杖)’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통일신라 이후,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명아주 풀로 만든 ‘국장(國杖)’으로 이 청려장을 보내 축하하고 80이 되면 왕이 직접 하사하여 ‘조장(朝杖)’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대판 청려장’은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100세 노인에게 ‘노인의 날’ 이 지팡이를 드린다고 합니다.

이웃 나라에서는 9월 셋째 월요일을 ‘경로의 날’ 공휴일로 정해 이 주말은 노인들과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연휴로 국민의 인기가 높습니다. 금년 ‘경로의 날’에 일본의 100세 노인이 약 4만8천 명이 된다는 신문보도가 있어, 우리나라 100세 노인 수는 얼마나 되는가 하고 몇 날 자료를 뒤져봤지만 결국 허사였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인구 통계를 94세까지 5세 단위로 세분해 집계하지만, 95세 이상은 한 항목으로 묶어 취급하며, 그것도 확실한 숫자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곳에서 확인했습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고려대학의 한 석사 논문은 2000년부터 마지막 연령대를 95세 이상으로 묶고 2005년 조사에서는 100세 이상을 하나로 묶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아직 없다고 했습니다.

17대 국회의원이었고 현재는 고령자 후생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안명옥 교수에 의하면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부터 이 문제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아직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다만 2009년에 100세가 된 노인은 884명이고 2010년도는 904명(남 212, 영 692)이었다는 사실만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습니다.

고령층에 관한 자료 파악이 이렇게 부실하니 노인복지정책의 수립에 지장이 많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아도 금년도에 100세가 된 분의 숫자는 알 수가 없었고 ‘노인의 날’ 행사에 관한 보도자료도 없었습니다. 금년에도 ‘청려장’이 100세 노인에 전달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 나라에서 금년도에 100세 된 분 중에는 작년에 그녀의 베스트셀러 시집 ‘약해지지 마’의 우리말 번역이 출판되어 유명해진 시바타 도요(柴田トヨ) 여사와, 현재도 현역 의사로 환자를 받으며 많은 강연과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나온 시바타 여사의 둘째 시집 ‘백세(百歲)’에 실린 마지막 시는 지난 3월에 있었던 대지진의 이재민을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소중한 것들을 떠내려 보낸/ 당신의 슬픔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으면/ 반드시 좋은 날이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당신의 마음만은/ 떠내려 보내지 말고/ 불행의 쓰나미에는/ 지지 말아요/

벌서 앞으로 2년 동안의 강연 일정이 짜여 있다는 히노하라 박사는 10월 4일에 100세를 맞이하며 자기 심정을 ‘하이쿠(俳句, 5ㆍ7ㆍ5 형식의 일본 단시)’를 닮은 ‘센류(川柳)’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아침 눈뜨며/ 두 손 치켜들어/ 나는 백세다>

‘경로의 달’을 의식해서인가 우리 언론에도 초고령 노인들에 관한 보도가 최근에 부쩍 많아졌습니다. 102세 된 할아버지가 TV 오락 프로 ‘1박2일’의 여행에 참가하여 아직도 왕성한 기력을 과시했으며, 울릉도서 홀로 사는 91세 해녀 할머니는 날씨 좋은 날엔 꼭 하루 한 번 물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육지에 사는 아들에게 택배로 자기가 잡은 해산물을 보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일제 때 짖방남이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도 하신 반야월 선생은 96세의 고령으로 지금도 대중가요 노래말 짓기와 후배 양성에 시간을 보내시며, 가수 하춘화의 93세 되는 아버지는 10년 전에 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지금도 관리를 도와주신다고 했습니다. 원로 정치인 송방용 선생은 99세의 연세로 얼마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사무실에 자주 들러 보청기 도움 없이 후배 정치인과 환담을 즐기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고 급속히 고령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초고령자층의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사적지로 지정된 종묘 앞 광장 휴식처를 빼앗긴 노인들이 수천 명 탑골공원과 종로3가 지하철역 부근으로 몰려 심상치 않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정부당국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세준 (114.XXX.XXX.106)

초고령화사회의 심각성은 국가적으로 말 많이 하면서, 정작 준비에는 예산을 많이 배정하지 않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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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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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준 (110.XXX.XXX.25)

초고령화사회의 심각성은 국가적으로 말 많이 하면서, 정작 준비에는 예산을 많이 배정하지 않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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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4 11: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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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110.XXX.XXX.11)

선생님의 말씀 잘 읽었읍니다. 100세 어르신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삶의 숭고함을 느낍니다. 우리사회는 아직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제대로 챙기지 못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경좋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요. 서귀포에서 정 달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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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3 13: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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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110.XXX.XXX.11)

종묘 앞의 노인 휴식장소가 없어졌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계속해서 설치를 해도 점령(?) 또는 점유되고 마는 형편일 텐데, 버젓이 있던 장소 그것도 노천인데 그렇게 되다니 구청이나 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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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3 13: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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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10.XXX.XXX.11)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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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3 13: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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