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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잘 지었어요”
이상대 2011년 10월 28일 (금) 00:14:02
“농사를 잘 지었다”고 마누라의 칭찬이 그치지 않습니다. 워낙 소규모 농사라 그 수확물이래야 보잘 것 없지만 전에 없이 식탁에 자주 오른 덕분입니다. 날씨 탓에 채소 값이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 가계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에 고무된 마누라가 좋아서 싱글벙글하며 하는 말이라 조금은 쑥스럽기도 합니다.

작황을 평가하는 기관이나 주위 분들이 그런다면 여기저기에 자랑하고도 싶겠지만 집안에서의 평가니 그저 혼자 흐뭇해 할 뿐입니다.

농사 준비를 하여야 할 시기에 미국에 다녀오느라 때를 놓쳤고, 농작물이 한창 자랄 땐 탈장 수술한다고 제대로 가꾸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멧돼지까지 서너 번 다녀갔으니 사실은 형편없는 농사입니다.

다행히 그런 와중에도 모종을 사와 이식한 오이, 고추, 가지, 호박과 잡초처럼 제멋대로 자란 머위, 씀바귀, 돌나물, 돌미나리, 야생 들깨 잎들을 수확하여 값비싼 채소를 제법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적은 규모지만 재배하고 있는 표고버섯도 계속 먹을 수 있었으니 기분으로는 그런대로 풍성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값비싼 다른 채소를 덜 사먹었으니 다른 해보다 나쁜 작황이었지만, 오히려 더 값진 수확을 한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마누라가 농사를 잘 지었다고 할 땐 정말 내가 농사를 잘 지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면서 알쏭달쏭 헷갈리기도 합니다.

지난번 전주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일부러 무주 농원에 들러 승용차로 운반할 요량으로 마누라와 함께 이것저것 꽤 많이 수확하였습니다. 더구나 처음으로 붉은 고추도 조금 따게 되어 마누라가 아주 좋아하더니 그 후 부쩍 더 “금년 농사는 잘 지었다”는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혼자 무주에 내려온 김에 또 가지, 오이, 고추, 애호박, 들깨 잎들을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이 걷고 나니 나 혼자 기분으로도 무척 즐겁습니다. 십중팔구 집에 가져가면 마누라가 좋아하며 또 농사 잘 지었다고 칭찬이 늘어질 것입니다.

텃밭 수준의 농사라 실제로는 수확물이 그리 많지 않지만 마음으론 늘 풍성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적은 양이나마 지인들과 나눠먹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그 속에서 기대이상의 보람과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농사일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짓고 있습니다.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 태생의 농업인입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8년 가을부터 전북 무주에 터를 잡아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처음엔 가축, 주로 염소를 방목 사육하다가 정리한 후 지금은 소규모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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