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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 2
신아연 2011년 11월 01일 (화) 00:11:57
한 해의 절반은 한국에서,나머지 반은 호주에서 지내시는 어머님이 한국을 가신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계시는 동안 살림을 도와주시던 자리가 비는 대신, 봐드려야 하는 당신의 신변 볼 일을 잠시 접게 되어 남편과 저는 모처럼 한갓진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병원 나들이’를 즐기십니다. 바쁜 아들 며느리를 떳떳이 대동하고 명분있게 나설 수 있는 곳으로 병원만한 곳도 없다 싶으신 것 같습니다. 물론 고령의 어머님은 여기저기 편찮으십니다. 하지만 실제 안 좋은 곳 말고도 피검사, 요검사, 초음파, 엑스선 촬영 등 각종 건강검진을 수시로 받으십니다. 어쩌다 외식이나 가까운 공원에라도 함께 가시자 하면 “바쁜 사람들이 일부러 나 생각해서 시간낼 것 없다.”며 한사코 사양하시지만 병원만큼은 우리 내외가 쉬는 날에 맞춰 예약서부터 서두르시면서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인데 나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어쩌냐.” 며 말씀만 그렇게 하십니다.

좌청룡 우백호랄까, 아들 며느리를 양편에 거느린 우리 어머님의 병원 행차는 평소 출입과는 다르게 보무당당합니다. 어쩌다 다른 나라에 사는 자식들이 방문했을 때 병원 가실 일이 생기면 어머님의 뿌듯함은 배가됩니다.

우리 어머님이 유난히 자식을 ‘바치는’ 분이라는 흉을 보거나 저와 남편을 비롯한 자식들의 효성이 남다르다는 생색을 내자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호강보다는 신산스럽기만 했던 일평생 가운데 그나마 자식들의 위함을 받는 호사를 누리시는 어머님 세대의 복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부모를 나몰라라하는 자식들로 인해 독처하는 노인이나 최소한의 생계비를 얻기 위해 법에 호소하는 노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40, 50대 중후반을 두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 효도를 못 받는 첫 세대’라고 하는 말에 빗댄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떳떳이 요구할 수 있는 어머님을 통해 세대적 부러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부모로서야 자식들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흡족할 수는 없는 법이니 ‘효도’까지는 아니라 해도 우리세대는 적어도 부모에 대한 ‘도리’는 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우리 세대가 부모님 연배가 되었을 때는 자식들에게서 그 ‘도리’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늙으면 애 된다’는 말이 공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면 자식에 기대는 노인들의 ‘어리광’ 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완전히 의존적이고 무기력했던 어린 것들을 정성을 다해 돌보셨으니 이제는 연로한 그분들을 자식들이 돌보는 것은 생의 자연스런 순환이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요즘 젊은이들은 늙은 부모의 처지를 헤아리기는커녕 자식조차 족쇄로 여겨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언감생심 바랄 걸 바라야겠습니다만.

사람의 한평생은 피돌기와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핏줄을 따라 잘 흘러가야 할 피가 어딘가에서 뭉치거나 막힌다면 곧장 탈이 나는 것처럼 삶의 순환과정도 순리를 따라 흘러가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가 병이 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 부모 세대가 일생의 주기를 큰 무리없이 마무리하고 계신 데 비해 자식이라면 끔찍이도 유별났던 우리 세대가 노후에는 재정적, 육신적, 정서적으로 전혀 의지할 수 없다는 현실이 새삼스레 우울하고 이제 곧 닥칠 중도의 ‘혈행 장애’를 마주하기가 겁이 납니다.

우리 세대가 부모도 있고 자식도 있는 마지막 세대라면, 우리 자식 세대는 부모는 안중에 없지만 그래도 자식만큼은 있을 수도 있겠고, 또 그 다음 세대는 부모도 자식도 없고 오로지 자기만 있는 ‘괴물’로 살아갈지 모릅니다. 나홀로 태어나 나홀로 살다가 나홀로 죽어가는 삶의 양태가 보편화될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듯이요.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남녀관계에서 사람이 태어날 기회가 점점 줄면서 다른 방법으로 사람이 ‘만들어지는’것이 보다 자연스러워질 테지요.

이미 나 죽고 난 후의 세상이야 내 알 바 아니지만 당장 눈 앞의 두 머슴애를 볼 적마다 ‘저것들이 이담에 늙은 에미 에비를 거들떠나 볼까 ‘하는 생각과 내 감정에 겨워 공연히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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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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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110.XXX.XXX.249)
담담하게 써 내려 가신 것 같아 큰 걱정을 하시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머님을 그렇게 모시니 안도하시는 것이려니 여깁니다. 그리고 미래는 좋은 쪽으로 흐른다고 믿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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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5 1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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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무섭 (220.XXX.XXX.123)
어머니가 병으로 몇 년을 누워계셨습니다. 그때는 경기가 좋아서인지 도와주는 사람 구하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직장은 나가야 하고 어머니는 보살펴야 하고 매일이 숨 막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으로 무슨 해결책이 나와야한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약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앞으로 우리 부부가 그런 상황에 처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세상일에 메이는 강도가 해가 갈수록 심합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어디 묶여있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됩니다. 이젠 혼자서라도 일을 감당해나가고 일이 있어 내 곁에 못 있는 피붙이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그들의 난처한 입장을 이해해 주는 마음 단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도 평소에 정의 친분을 많이 쌓아서 급하면 서로 돕는 관계를 맺어두는 것도 필요하겠지 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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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09: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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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2)
우리 세대가 자녀의 효도를 받게 될거란 희망은 처음부터 가져보지 않았으니 새삼 실망 할 것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부모를 섬겨야 하는 시대를 살 수 있었던 것 또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다고 알았기에 힘든 줄 모르고 밤을 새워 병상을 지켰습니다.시아버지 대 소변을 도와야하는 유일한 외며느리로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클랐다,클랐다 뒷간 가야하는데" 하면서 찾으셨다는 말에 새삼 혈육보다 더 한 무엇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맘이 스스로 떳떳한 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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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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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48)
의무에 대한 책임의 사랑이 귀하게 여겨짐은 마지막 세대여서 일까요?.
제가아는 몇분은 도리에 최선을 다 하시고 사랑의 인내의 열매를 거두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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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2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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