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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의 아킨도[商人]
유능화 2011년 11월 08일 (화) 00:04:36
어제 저녁 식사로 일본식 어묵 오뎅(御田)을 먹게 되었는데 아내가 양념하라고 건네준 것이 역시 일본식 양념 시치미(七味; 七味唐辛子)였습니다. 그 바람에 1993년 일본을 여행하며 시치미를 많이 사용했던 기억도 났습니다. “스미마셍~ 시치미오 구다사이.” 하면서...

본래 시치미는 빨간 고추, 생강, 진피, 산초, 검은 깨 ,차조기, 대마 열매 등인데 일본 양념의 기본입니다. 시치미를 판매하는 회사는 시치미야(七味屋)인데 일본 교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1655년에 창업을 하였으니 약 350년된 가게입니다.

그런데 교토에는 시치미야처럼 창업한 지가 수백년 된 가게가 수두룩합니다. 교토에서는 상인(商人)을 '쇼닌'이라 하지 않고 '아킨도'라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상인을 '쇼닌'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달리 교토의 상인을 '아킨도'라고 부르는 데에는 '상인 중의 상인'이라는 속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킨도의 하나로서 시치미야가 있습니다. 시치미야의 계약 원칙이 단 한 가지가 있는데 '최상의 품질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입니다. 지난 350년 동안 세 번 가게 문을 닫았는데 모두 양념 작황이 좋지 않아 나쁜 물건을 손님에게 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쁜 물건을 파느니, 가게 문을 닫겠다.’는 것이죠. ‘손님이 사서 기쁜 상품, 사서 행복한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 사훈입니다.

시치미야 같은 가게가 집결된 시장이 니시키 이치바(錦市場)로서 일본 최고의 재래시장으로 손꼽힙니다. 정확하게 123개의 점포가 들어선 이 시장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최상의 물건을 파는 시장입니다. 대형 마트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브랜드로 초고가 상품을 만들어 일본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사람들이 니시키 이치바의 아킨도들입니다.

아킨도의 정직과 신용과 근면 정신은 지금도 이어져 교토에는 강소기업(强小企業)이 많습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의 교세라(京セラ), 도시락을 빨리 먹는 사원을 뽑아 최정예로 만드는 일본전산, 눈물과 감동의 다카야마 백화점, 게임의 왕자 닌텐도(任天堂), 첨단 센서의 왕자 옴론 등등 너무나 많습니다.

세계 1위의 강소기업들은 교토 상법을 바탕으로 특징적인 경영기법을 만들어 냅니다. 다음의 몇 가지는 대표적인 경영기법입니다. “지금 하라. 반드시 하라. 될 때까지 하라.” “시장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개별 기술을 묶어 새로운 기술을 만들라.” “모든 것을 모듈화하라.”

특히 우장춘(禹長春; 1898~1959) 박사의 사위로 알려진 교세라의 이나모리 회장은 회사 구성원들이 사안에 따라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강조한 '아메바 경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대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오면 망한다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데모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교토 아킨도들의 니시키 이치바처럼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아이템으로 승부해서 대기업을 넉아웃 시키는 점포들로 이루어지는 시장을 꿈꾸어 봅니다.

경복고, 연세의대 졸업. 미국 보스톤 의대에서 유전학을 연구했다. 순천향의대 조교수, 연세의대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에서 연세필 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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