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는 외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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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고 있는 외래어

황경춘

2011년 11월 25일 (금) 01:05:33

얼마 전 그러니까 금년도 대학수능시험이 치러질 무렵, 학생들의 시험부정을 영어로는 치팅(cheating)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커닝(cunning)'이라고 하는지 그 유래를 모르겠다고 쓴 젊은 한국인 영어강사의 글을 읽었습니다. 일제 강점 시 거의 일본말처럼 학생들이 쓰던 ’칸닝구‘가 광복 후 얼마동안 그대로 쓰이다가 어느 새 ’커닝‘이란 우리식 영어발음으로 변하여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실려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전후에 발행된 일본의 ‘표준일어사전’에도 ‘カンニング(칸닝구)＇는 버젓이 ’시험부정‘으로 나와 있고 ’일본화된 영어‘라는 토까지 달려 있습니다. 즉 야구 더블헤더의 두 번째 경기나 야간 경기를 ’나이터(nighter)'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일제(日製) 영어입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중국음식 ‘짬뽕’은 일본의 원자탄 피폭도시인 ‘나가사키(長崎)’의 한 중국집에서 시작된 요리입니다. ‘짬뽕’은 일본말의 ‘チャンポン(찬퐁)’으로, 원래 ‘이것저것 섞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나가사키의 ‘시카이로(四海樓)’라는 중국집이 100여 넌 전에 처음 만든 이 중국음식은 지금 나가사키의 명물이 되어 있습니다.

제물포를 거쳐 우리나라로 수입된 우리 짬뽕과는 달리 일본 ‘찬퐁’은 맛이 담백하고 맵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지금은 일본 어디서나 팔고 있습니다. 이 짬뽕의 원어가 순 일본말이란 것을 아는 사람도 이제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이처럼 일본말에서 온 낱말응 원산지 도 모르며 쓰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쓰고 있는 낱말이 우리 고유의 말인지 아닌지는 알고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앙꼬’ ‘잉꼬’ ‘빵꾸’ ‘오뎅’ ‘함바’ 등이 일본어 낱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정계 스캔들에 등장하여 무슨 뜻인가 하여 일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끈 ‘함바’라는 단어는 일제 징용에 끌려간 수많은 우리 동포들에게는 잊으려야 잊지 못할 단장(斷腸)의 역사를 연상케 하는 말입니다.

원래 ‘함바(飯場)’는 일본에서 탄광이나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수용한 합숙소를 말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합숙시설보다 건설 현장 노동자를 위한 대형 식당을 말할 때가 많은 듯합니다.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나 후쿠오카(福岡)의 탄광지대에서 운영된 ‘함바’는 조선노동자 착취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곳입니다.

오래 전 국내 한 영문지에서 한 외국인이 같이 술을 마시던 한국 친구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술을 과음해 오버히트했다”고 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토했다는 뜻이었다고 쓴 글을 읽었습니다. 영어의 ‘overeat(오버이트)’를 잘못 말한 것 같았다고 쓴 같은 글에서 한국인은 넥타이를 맬 때 입는 셔츠를 와이셔츠라 하는데 아마 타이를 맨 모습이 ’Y‘ 자로 보이니 그렇게 말하게 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오버히트’는 자동차 엔진이 과열하여 일어나는 현상에 빗대어 술꾼들이 흔히 말하는 국산 속어이지만 ‘와이셔츠’는 일본이 영어의 ‘white shirt'를 ’ワイシャツ(와이샤츠)‘로 잘못 발음하여 쓰던 것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Y-シャツ‘라고 쓰기도 합니다.

예전에도 쓴 적이 있습니다만 광복 후 정부와 국어학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교과서를 비롯해 법령과 공문서 등에서 우리말의 정화작업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수리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는 일본에서 전래된 외래어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쓰는 일제 외래어가 있습니다.

‘쓰나미’라는 일본말을 왜 우리 언론에서 그대로 쓰느냐고 항의조로 말하는 친구에게 ‘쓰나미’는 우리나라에 없는 자연현상이고 국제학술어로 인정된 낱말이라고 설명하고, 우리 ‘김치’를 일본에서도 ‘キムチ’라고 그대로 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말 ‘지게’를 일본에서 ‘チゲ’라고 그대로 쓰는 것도 같은 이치이지요.

서양 열강(列强)과 접촉한 역사가 우리보다 긴 일본은 이제는 국제어라 할 수 있는 영어에 일본어 그대로 채택된 수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사무라이’ ‘하라키리(切腹)’에서 ‘게이샤(기생)’ ‘키모노(일본 옷)’까지 다양합니다.

일본에서 전래한 외래어에 대해 알레르기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에서 쓰이게 되었는지를 알고 쓰는 것과 전연 모르고 쓰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용됩니다.

필자 (114.XXX.XXX.141)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연료가 떨어져 운행 중 서는 것을 '덴코'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나, 원래 일본말 '엔코'는 엔진 고장으로 노상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것을 '엔코'라고 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쓰고있습니다. 또
일본에서는 원래 소나 돼지의 내장은 먹지 않고 버렸습니다만, 전시와 전후 식량사정이 나빠지자, 주로 오사카의 한국교포가 버려진 내장을 구어먹는 것을 흉보던 일본사람들이 먹기를 시작하여, 결국은 '호르몬 야키(구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이 요리에 붗인 것입니다. 지금은 일본 어느 곳에서나 불고기와 더불어 유명한 한국 요리로 통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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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2 14: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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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방 (114.XXX.XXX.141)

감사합니다 70을바라보는 저도잘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잘못된 말부터 하나하나 잡아주는것이 우리의 주체성을 찿아가는 첩경이되겠지요.
다시한번 감사의 뜻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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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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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114.XXX.XXX.151)

평소에도 님의 글은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친 부분을 적절히 지적해 주셨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많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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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12: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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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14.XXX.XXX.151)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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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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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북경 (114.XXX.XXX.151)

혹시 사비로(루)의 유래를 아시나요? 영국런던 시내에 쌔빌 로우(Saville Row)라는 양복점 거리를 일본 발음으로 해서 양복의 대명사로 된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김북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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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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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110.XXX.XXX.67)

선생님의 외래어에 관한 글을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보면 말의 전문가들인 방송인들 까지도 우리 말의 장단을 정확히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젊은 사람들 가운데 주어와는 상관 없이 아무데나 존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돼지 고기 계십니까, 오늘 계산은 5천원 되십니다, 중고등 학교의 국어 교사들과 영어 선생들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종완
연변 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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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 15: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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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0.XXX.XXX.67)

오늘 글 잘 읽었습니다. 와이셔츠 화이트셔츠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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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 14: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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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59)

그러한 외래어를 한글 학자들이 모여 순수 우리말을 찾아 혹은 만들어 공공기관과 언론을 통해 정식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쉬지않고 해야됩니다.
사실 해외다니면서 한국말로 외국인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부끄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예사한 대로 우리말이 아닌 것을 우리말 처럼사용하고 있는 저를 보면 참 부끄럽습니다.
빨리 찾아서 통일하여 전 국민에게 공지하여 생활 속에서 올바르게 우리말을 사용토록 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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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 12: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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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112.XXX.XXX.231)

저도 모르게 잘못 사용하고있는 외래어관련, 잘 읽었습니다. kbs 1에서 정오 전에 "바른말, 고운 말"이 방영되고있는데, 정말로 순수 우리 말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낱말까지 '국립 국어 연구원'의 감수를 받아가며 방영을하고있는데, 이 보다는 황 작가님께서 지적하신 '잘못알고있는 외래어'도 함께 정리하여 내보냈으면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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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6 09: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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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14.XXX.XXX.199)

유익한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가끔 공영 방송에서 출연한 손님들의
잘못 된 외래어 사용을 고쳐주는 아나운서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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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12: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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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오사카 (112.XXX.XXX.250)

박정희는 사석에서는 일본어로 대화했다고 하고,
현직 대통령이란 자는 고향이 어디라고 말도 못하는 자이다.
광복 60년이 넘어가지만,
우리는 일본에서 전래한 외래어만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제 잔재도 아직 극복하지 못했는데,
우리는 이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명실상부하게,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미국의 군대가 수도에 주둔하고 있고,
연합군사령관은 미 육군 사성장군이고,
정부 내 모든 정보에 미국대사관이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인은 미군 기지를 통해서라면 대한민국 정부의 입/출국 수속없이(입출국 수속절차를 미군이 담당함) 한국에 입국할 수 있고, 출국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주권국이라 말하기도 우스운 상태에서,
미국을 위해 국회조차 입법권을 스스로 제한했으니,
북한이 식민지라고 비난해도 이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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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 11: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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